최창봉 호남본부장
최창봉 호남본부장

우리나라는 올해 R&D(연구개발) 예산 20조원 시대를 열었다. 4차 산업혁명시대를 앞두고 과학기술 혁신에 정부가 얼마나 집중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단면이다. 그 만큼 성장동력 확보에 R&D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는 반증이다.

그동안 R&D 예산과 관련, ‘임자없는 돈’ ‘나눠먹기’ 등 온갖 병폐가 드러났다. 연구개발사업이 ‘개발을 위한 개발’로 끝나면서 국가예산 낭비라는 지적도 받는다. 하지만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글까. R&D의 중요성에 대해 우리 국민 모두가 공감한다. 그러니 감시, 감독을 강화해서라도 R&D를 활성화해야 한다. 결국 어떻게 집행하고, 어떤 성과를 이끌어내느냐가 관건이다.

실제로 우리 정부의 R&D 예산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4위 수준으로 높은 반면 예산 효율성은 28위로 낮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또 전체 R&D 예산에서 순수 R&D 사업비 비중은 낮아지고 인건비, 경상비, 시설비 등 간접비용이 계속 증가하는 것도 문제다.

난립된 연구기관을 과감히 통폐합하고 전반적인 국가 R&D 시스템을 바꾸는 것이 시급하다. 연구기관들이 모두 개별 법인으로 운영되고, 중앙 부처별 R&D 기관과 그에 따르는 분원, 현황 파악도 되지 않는 지자체 소관 R&D 기관 등 전문성이 없는 연구기관들이 많기 때문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올해 업무계획에서 ‘R&D 혁신 본격화’를 내세웠다. 정부는 각 부처에 산재된 과학기술분야 R&D 기능을 조정하기 위해 최상위 자문심의 기구인 과학기술자문회의를 정비했다. 국가과학기술 전략과 정책 방향에 대해 대통령에게 자문하는 기존의 ‘자문회의’에 주요 과기정책의 중기 계획과 예산을 심의 의결하는 ‘심의회의’를 통합한 형태다.

정부는 또 연구자가 자유롭게 연구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제도 개선도 추진했다. 연구비 이월이나 연구직접비에서 행정인력인건비 사용 등이 허용된다. R&D 방향도 새로 정립했다. 그동안의 조급증에서 벗어나 경제적 성과로 이어지는 주기가 긴 기초연구에 대한 투자를 늘리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제도가 없어 제대로 운영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결국 사람이 문제다. 제대로 능력을 갖춘 사람이 합당한 일을 해야 성과를 낼 수 있다. 사회 전반의 인식이 개선돼야 한다. 가장 필요한 것은 양적 성장이 아니라 질적 성장이다.

부정부패로 낭비되는 연구개발 예산을 정리해야 한다. 꾸준하고 지속가능한 연구를 지원하도록 국가 R&D 생태계를 개선해야 한다. 연구비리가 만연해 있고 시간이 갈수록 더 심각해지는 상황을 엄중히 받아들여야 한다. 연구비리 척결을 위한 특별 외부감사기관을 설치해 비리를 뿌리뽑아야 한다. 연구비를 횡령하고 타인의 연구결과를 표절하고도 버젓이 다시 연구자로 행세하는 풍토가 사라져야 한다.

R&D는 한 국가의 발전과 미래에 결정적 영향을 끼친다. 개인이나 단체의 이익이 아니라 공익을 먼저 생각하는 ‘선공후사’라는 가르침이 새삼 가슴에 다가온다.

저작권자 © 전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