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전선업계에서는 대한전선이 해외에 매각될 경우 국내 전선업계에 큰 위기로 작용할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업계가 지적하는 부분은 초고압 기술 유출과 중국 업체들의 국내시장 내 진입이다. 먼저 업계는 대한전선이 외국에 매각될 경우, 대한전선이 보유한 500kV급 초고압케이블·접속재 기술 유출을 우려한다. 현재 세계에서 500kV급 초고압케이블 기술을 가진 곳은 대한전선을 포함해 5개국 6개 업체다. 업계는 대한전선의 기술력이 중국, 인도 등으로 넘어가 경쟁사를 키우는 자충수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특히 대한전선이 중국에 넘어갈 경우 추후 중국 전선업체가 국내에 진출할 발판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이유로 두려워하는 목소리가 가장 많다. 저가의 중국산 전선이 유입될 경우 국내업체들의 가격경쟁력이 더욱 악화돼 ‘줄도산'까지 이를 수 있다는 것이다.

대한전선의 매각 문제를 두고 불거지는 이 같은 논쟁을 보면, 전선업계의 여러 문제와 거기에 대한 두려움을 목격할 수 있다. 당장 대한전선이 해외에 매각되지 않는다면 전선업계는 이 같은 두려움과 위기에서 어느 정도라도 해방될 수 있을까. 여기에 대해선 회의적인 시선이 많다.

초고압 기술은 애초에 국내외에도 4개국에서 보유하고 있다. 이미 중국과 인도 등지에서도 초고압 기술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대한전선이 굳이 해외에 매각이 되지 않더라도 이 같은 흐름은 막을 수 없다. 또 중국의 저가 전선 역시 이미 유통되고 있으며, 중국산 유입 없이도 이미 문을 닫는 업체들이 늘어나고 있다.

결국 업계가 대한전선 매각 건을 두고 내비치는 우려의 궁극적인 문제와 원인는 전선업계의 과잉공급과 제 살 깎아내기 식의 가격 경쟁구도라는 것이 중론이다. 국내 수요 감축은 도시 등 개발이 이미 포화상황에 다다르면서 예견된 것이었다. 기술 시장을 읽고 블루오션을 찾는 시도도 필요했다. 이 같은 중장기적 미래계획 없이, 호황에 몸집을 늘려두고 이를 유지하기 위해 무리하게 사업을 끌고 온 것이 화근이 됐다. 다수의 전선업체는 수년째 고정비 확보를 위해 유통업체, OEM 거래 등에서 비정상적인 가격으로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어찌할 수 없는 외부 요인에 휘둘릴 것을 염려하기 보다는, 업계가 공생할 수 있는 시장 환경과 거래질서를 고민해 구축해 나가는 것이 두려움 해소를 실제로 체감할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 불신의 벽을 넘어 이제는 움직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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