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자녀가 셋이다. 올해 중학교 2학년인 큰 아들과 초등학교 4학년인 둘째 딸, 2학년인 셋째 딸이 있다. 순서가 ‘아들-딸-딸’이라 아들 때문에 셋이나 낳은 것이냐는 질문은 받지 않아 다행이다.

그래도 ‘애가 셋이에요?’ ‘윤 기자님, 애국자시네’라는 말을 요즘도 가끔씩 듣곤 한다.

모든 부모가 공통적으로 느끼겠지만 자녀를 키우는 일은 너무나 힘들고 어렵다.

자녀가 셋 정도 되면 ‘아빠도 아빠가 처음이라서’라는 핑계로는 넘어갈 수 없는 숱한 사건·사고가 끊임없이 이어진다. 한참 ‘중2병’을 즐기고(?) 있는 큰 녀석, 요즘 부쩍 외모에 관심이 많아진 둘째, ‘왜 항상 자기가 마지막이어야 하느냐’며 투정을 부리는 막내까지.

퇴근하고 귀가하면 집은 한마디로 전쟁터다. 그런 집에서 홀로 외롭게 싸우고 있는 아내의 모습을 보면 미안하고 안쓰럽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자와 아내는 행복하다.

아이들로 인해 썩는 속보다 그 녀석들 때문에 얻는 즐거움과 행복감이 훨씬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한민국에서 들리는 신생아의 울음소리는 점차 줄어들고 있어 걱정이다.

지난 1970년 4.53명에 달했던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해마다 줄어 2000년에는 1.47명으로 감소했고, 2005년에는 1.08명, 2017년에는 1.05명까지 하락했다. 지난해에는 1명 미만(0.98)까지 하락해 세계 최저치를 기록했다.

아이를 낳지 않는 이유는 뻔하다. 아이를 낳고 키우는 게 힘들기 때문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해 50세 미만 기혼 여성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자의 84.8%가 ‘자녀 계획이 없다’고 답했다. ‘자녀교육비’, ‘자녀양육비’, ‘소득과 고용의 불안정’ 때문에 아이를 낳기가 부담스럽다는 것이다. 한편으로는 이해가 가지만 또 한편으로는 걱정스러운 문제다.

정부는 2006년부터 저출산 대책에 126조원을 쏟아 부었다. 그러나 현실이 개선되기는커녕 오히려 저출산 속도는 더욱 빨라지고 있다.

출산율과는 반대로 인구 고령화는 빠르게 진행 중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발간한 ‘고령화 사회, 경제성장 전망과 대응방향’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고령인구부양비(65세 이상 인구/15~64세 생산가능인구)는 1980년 약 10% 미만이었지만 최근에는 20% 수준까지 상승했다.

또 2050년 65세 이상 고령 인구가 전체 인구의 38%를 차지하며 생산 가능 인구 비율은 약 52%에 그칠 것으로 예측했다. 여기서 고용률을 감안하면 생산에 종사하는 취업자는 전체 인구의 36%에 불과하며, 이 인력들이 전체 인구가 소비해야할 재화와 서비스를 모두 생산하는 책임을 져야 하는 셈이다.

힘들다고, 나만 행복하면 된다고 아이를 낳지 않은 부부가 많아지면 재앙에 가까운 사태가 머지 않은 미래에 발생할 수 있다는 얘기다.

현재 부모들은 ‘오늘 내가 즐기는 여유는 암울한 미래를 담보로 한 것’이라는 사실을 반드시 깨달아야 한다.

사랑스러운 아이를 낳는 일. 그것이 바로 저출산과 생산가능인구 부족으로 암울해지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바꿀 수 있는 방법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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