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미지급 공사비 올해 처리하면서 협력업체 공사대금 또 못받아 ‘악순환’

올해 배전단가 공사계약을 한 업체들이 물량부족으로 인해 배전전공 인건비도 맞추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문제는 한전 배전단가 공사는 줄어드는데, 배전 전공들의 인건비는 지속적으로 상승하면서 인건비를 충당할 만큼 공사물량이 발주되지 않기 때문이다. 서울권의 올 1분기 공사발주 물량을 보면 3개월간 평균 공사금액이 3억원에서 6억원 정도밖에 안 된다. A업체 대표는 “3개월 동안 3억원밖에 일을 못했다는 것은 장비 유지비는 물론 인건비도 못 주는 상황”이라며 “문제는 앞으로 개선의 여지가 있느냐”라고 말했다. 전국 지역별로 배전협력업체와 배전전공이 속한 민주노총과 인건비 협상을 하고 있지만, 협상이 타결된 곳은 서울을 비롯해 몇 곳 되지 않는다. 사 측과 노조 간 인건비 협상을 하고 있지만, 월평균 인건비, 배전전공 일당 등에서 큰 이견을 보이며 3개월 넘게 끄는 곳이 많다. 협상이 타결된 수도권 일부 지역의 인건비 내역을 보면 월평균 순수 수령액이 평균 700만원가량 되며, 일당은 50만원 선에서 타결됐다.

여기에 더해 공사를 하고도 한전이 대금 지급이 늦어지면서 이중고에 시달린다.

17일 복수의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올해 한전의 배전단가 협력업체들이 공사를 진행하고도 공사대금 일부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공사를 완료하고도 공사비를 다 받지 못해 경영상 어려움을 겪는 곳이 속출하고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업계는 이 같은 문제의 원인으로 지난해 공사비 미지급 사태의 영향이 지금까지 이어지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전은 지난해 경영난 탓에 전기공사업체의 공사비 지급을 일부 미루며 업계의 공분을 샀다. 한전이 집계한 2018년 공사의 미지급 금액은 약 1600억원 수준이다.

업계에 따르면 한전은 올해 예산이 배정됨과 함께 지난해 결제되지 못한 대금을 대부분 완납했다. 그러나 지난해 마무리 단계에서 예산 부족 탓에 자재가 마저 지급되지 않아 서류상 준공처리를 못하던 공사들이 하나둘씩 끝매듭을 짓고 있다는 게 업계 한 관계자의 설명이다. 지난해 지급하지 못한 공사대금을 지급하기 위해 적지 않은 예산이 투입되고 있다는 것.

가뜩이나 지난해 한전의 예산 부족 문제로 홍역을 앓은 업계는 올해는 더한 예산 걱정에 시달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가뜩이나 줄어든 배전 분야 예산 탓에 지난해보다 일거리도 줄었다. 석달 동안 겨우 3억원 정도 공사를 하는 곳이 있는가 하면, 배전 단가가 예전같지 않다는 푸념을 하는 업체가 늘고 있다”며 “이 같은 상황에서 올해 예산도 결국 부족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에 업계의 불안이 커지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전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