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C 기준가격 변경 여부 놓고 공급의무사・발전사업자 ‘초미관심’

#지난 3월 12일과 14일 REC 현물시장의 거래물량은 평소보다 2~3배 많았다. 평균적으로 하루에 거래되는 REC 거래량은 3~5만REC 선. 그러나 12일에는 11만 6000REC, 14일에는 15만 8000REC가 거래되면서 발전사업자들은 “제도에 무슨 변화가 있는거냐”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최근 기준가격의 상·하한선 기준을 ‘전년도 고정가격계약(선정계약) 평균입찰가의 가중평균가 ±20%’에서 ‘전년도 기준가격 ±10%’으로 바꾸는 안을 논의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일부 사업자들은 3월 12일, 14일 현물시장에서 REC 구매량이 급격히 늘어난 것을 두고 “공급의무사가 해당 기준 변경 논의 소식을 먼저 듣고 REC 대량 매수에 나선 것 아니냐”는 추측을 내놨다. 정보에 먼저 가닿을 수 있는 RPS 공급의무사들이 발빠르게 움직였다는 것이다.

◆ 새 기준가격 적용 예상해보면

기준가격 예상선을 계산해보면 이는 합리적인 추측으로 보인다. 현재 REC 현물 시장 가격은 6만원 선에 접어들었다. 만일 새 기준(전년도 기준가격 ±10%) 적용이 확실시 된다면 하한선이 8만원선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공급의무사는 현재 1REC를 6~7만원선에 구매하고 최소 1만원 갸량의 이익을 볼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현행 기준을 적용하면 2019년도 기준가격은 6만 6000원~9만 9000원의 상·하한선을 가질 것으로 예측된다. 지난 2018년 상반기 고정가격계약(선정가격) 평균가격은 18만 38원, 하반기엔 17만 3986원으로 결정됐다. 이 가격의 가중평균가 ±20%를 추산해보면 6만 5898원 ~ 9만 8846원 선이다.

새 기준가격이 적용될 경우 하한선은 8만원대로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2019년도 기준가격 상·하한선을 결정지을 2018년도 기준가격은 올해 6월 말 경 발표된다. 하지만 업계는 이미 2018년도 기준가격을 9만원 초중반대 선에서 결정됐다고 예상하고 있다. 한 업계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 현물 가격이 크게 떨어지면서 전반적으로 기준가격은 전년도보다 떨어질 것”이라며 “전반적으로 업계에선 2018년도 기준가격이 최소 9만 5000원선을 넘지 않을 것으로 내다본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만일 2018년도 기준가격이 9만 5000원으로 결정된다고 가정할 때 ‘전년도 기준가격의 ±10%’ 기준에 따라 2019년도 기준가격 상·하한선은 8만 5500원 ~ 10만 4500원 가량이 될 것으로 예측된다.

◆ REC 현물시장 매매량·가격 형성에 “기준 변경 논의 영향 미쳤을 것”

공급의무사는 대체로 기준가격보다 낮은 가격으로 REC를 구매하려 한다. 그렇지 않은 경우엔 손해를 보기 때문이다. 이에 이번 기준 변경 소식에 공급의무사들이 가장 먼저 움직였을 가능성이 높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3월 들어 비용평가위원회 등에서 REC 기준가격 상·하한제도의 변경이 고려된다는 이야기가 퍼지면서 발전사들이 물량을 대거 사들였을 가능성이 있다”며 “이후 정부가 기준 변경을 확정짓지 않고 반려할 수 있다는 소식이 퍼지면서 REC 시장 매매량·가격 하락 등으로 이어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전력거래소 관계자는 “해당 기준 변경 얘기가 오간 것은 맞다”면서 “모 공급의무사는 이번 기준 변경이 불확실해지면서 REC 매입을 적극적으로 하기 어렵다고 토로하는 것을 전해들었다”고 말했다.

이런 ‘소문’은 태양광 커뮤니티에도 퍼졌다. 일부 개인 태양광발전사업자들은 “발전사들이 기준 변경에 따른 정산 차액이 확실하지 않아 구매를 미루고 있다”며 “투매를 6월말까지는 자제하라”고 요청하는 메시지를 서로 공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 정보 비대칭 심해 … “기울어진 운동장 바로잡아야”

이 때문에 RPS 시장의 정보를 업계 관계자 일부가 아닌 모두가 알 수 있도록 해야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장 정보가 일부 소수에게만 전달되면서 ‘기울어진 운동장’ 형세가 공고화된다는 것이다. 특히 태양광 발전은 최근 수년간 국내에서 퇴직자 연금 목적 위주의 사업으로 각광받는 등 에너지업계 외 일반인들이 다수 유입됐다.

한국에너지공단 관계자는 “태양광 발전설비 100kW 미만의 소규모 발전사업자가 차지하는 설비 용량은 전체의 40%가 안 되지만, 사업자 숫자로는 전체의 85%가량을 차지한다”며 “일부 사업자는 정보 유입에 더딘 편”이라고 말했다.

전력시장에서의 거래는 수식이 복잡하고 용어가 어려워 관련 업계 사람이 아닌 일반인은 접근하기 힘들다는 단점도 있다. 한 대기업 REC 판매 담당자는 “최근 REC 시장에서 보인 이상 징후들이 정보공유 풀(pool)이 큰 대기업선까진 빠르게 공유되겠지만 노령의 소규모 태양광 발전사업자에게까지 가닿겠냐”면서 “정보 접근성이 떨어지는 플레이어들도 고려해 규칙 조정을 설명, 공론화하고 논의해야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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