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전문가들 ‘개폐기 노후화·전선 이물질’ 가능성 낮아

지난 4일 강원도 고성에서 발생한 산불이 8일 최종적으로 진화됨에 따라 화재 원인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소방당국과 경찰은 이번 산불이 지난 4일 오후 7시 17분쯤 강원 고성군 토성면 원암리의 한 도로변에 위치한 전주에서 발화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전주에 설치된 개폐기 부근에서 불꽃이 튀면서 산불이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개폐기란 전주에 달린 일종의 차단기로 한전이 관리하는 시설이다.

현재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사고 현장에서 수거한 개폐기와 전선 잔여물을 두고 정밀 감식을 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정확한 화재원인이 밝혀지지 않고 있어 온갖 추측이 난무하는 상태다.

당초 이번 화재의 원인을 놓고 대다수 언론매체는 개폐기의 폭발사고로 추정했으나 한전과 관련 업계 등에 따르면 개폐기는 발화 당시에도 정상적으로 작동한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개폐기는 A사가 2006년 3월 제조한 폴리머개폐기로, 사고 지역에 설치된 시기는 같은 해 4월이다.

한전 관계자는 “화재 당시 개폐기가 정상적으로 동작했고, 이상을 감지해 원격으로 전력을 차단했다”며 “이곳에 설치된 제품은 내부에 공기가 없는 진공절연개폐기로 기술적으로 폭발할 일이 없다”고 설명했다.

산불이 전봇대에서 시작한 것은 인정했지만 개폐기 자체 결함은 없다는 뜻이다. 한전의 관리 부실, 설비 문제 등으로 비화될 소지를 사전에 차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개폐기의 노후화로 인한 경년열화라는 의견도 있지만, 통상 개폐기 수명이 22년 정도인 점을 감안하면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현재 가장 유력한 화재원인은 개폐기의 연결전선에서 불꽃이 발생했다는 가설이다. 하지만 불꽃이 발생한 원인은 오리무중이다.

다만 이 가설에는 두 가지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첫 째는 강풍에 의해 개폐기의 몰드콘 리드선이 끊어져 불꽃이 발생했을 가능성, 두 번째는 리드선의 연결공법이나 관리 소홀에 따른 끊어짐이다.

일각에선 리드선의 사용연한을 문제 삼고 있지만 업계 전문가들은 말도 안 되는 얘기라고 일축한다.

업계 한 전문가는 “사고지역에 설치된 개폐기의 몰드콘 리드선보다 더 오래된 제품도 지금까지 멀쩡하게 사용되고 있는 곳이 많아 특별히 사용연한이 문제라고 보진 않는다”며 “몰드콘의 리드선 연결공법이나 관리 소홀에 문제가 있을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개폐기 업계에선 강풍에 의해 얇은 리드선 가닥들이 시간을 두고 끊어지면서 고압전선이 바닥에 떨어졌고, 이로 인해 불꽃이 발생해 화재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이물질이 전선에 붙어 불꽃이 일어날 가능성도 낮다고 분석했다.

또 다른 업계 전문가는 “이물질이 리드선에 날아와 불꽃이 일어날 가능성은 현저히 낮다”며 “사고동영상이나 지금까지의 내용을 종합해보면 강풍에 의해 리드선이 차례차례 끊어졌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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