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달 초 정부는 ‘제13차 장기 천연가스 수급계획’을 발표했다. 이는 향후 2031년까지의 대한민국의 장기 천연가스 수요전망에 따른 공급계획을 담은 정부의 공식 발표다.

본래 큰 기대는 하지 않았지만, 실상 발표된 내용을 보고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다른 것보다 발전용 천연가스 수요 전망이 2018년에서 2031년까지 고작 연평균 0.25% 증가라고 한다. 절대량으로 따지면 2018년 1652만톤에서 2031년에 1709만톤으로 57만톤 증가에 불과한 것이다.

이 수급계획을 담당한 산업통상자원부의 입장도 충분히 이해는 간다. 이미 이런 결과가 나올 것이라는 것은 2017년 12월에 발표된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예견된 것이기 때문이다. 어차피 장기 천연가스 수급계획은 상위 계획인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충실히 뒤받칠 할 수 있는 정도만 맞추면 되기 때문이다.

그럼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는 어떤 내용이 담겨져 있었는가? 서론에서는 너무나도 거창하게 “환경성과 안정성을 최대한 고려하고”, “원전과 석탄은 단계적으로 줄이며”, “신재생에너지를 중심으로 친환경적으로 대폭 확대”한다고 천명했다. 하지만 그 실행방안으로 한 단계만 내려가면 도대체 어떤 방식으로 이를 달성할 것인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기술하고 있지 않다. 노후 석탄발전소를 줄이고, 신규원전 전면 백지화를 하고, 부족한 부분은 신재생에너지를 확대하거나 천연가스 발전을 늘려나간다고 하고 있다.

그런데 정부 발표를 유심히 보면, 천연가스 발전 비중은 2017년 16.9%에서 2030년에는 18.8%로로 늘린다고 한다. 이 정도로 원전과 석탄 발전의 감소된 부분을 메꿀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일까? 정부는 이에 대해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통해 충분히 줄일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그 접근 방식 자체가 너무나도 초보적인 접근이다. 이게 가능하려면 보다 전략적이며, 정책 주도적인 접근이 선제돼야 한다.

에너지 전환에 성공한 다른 어떤 나라도 우리나라와 같은 방식으로 접근하지 않는다. 신재생에너지는 절대로 당장에 석탄과 원전을 대처하는 방식으로 대체되지 않는다. 원자력과 석탄발전은 소위 안정적 공급을 담보로 하는 ‘기저부하’다. 신재생에너지의 공급의 간헐성으로 인한 불안정성은 이미 주지하는 바인데, 이런 에너지로 기존 원전과 석탄화력의 안정성을 단번에 대체할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하지만 천연가스 발전은 바로 이를 가능케 하는 징검다리다. 많은 나라에서 왜 천연가스 발전을 먼저 확대시키고 이후 그 가능성을 기반으로 천천히 ‘돌다리를 두드려 가는 방식’으로 신재생에너지를 확대시켰는지 보면 알 수 있다.

이미 많은 나라에서 천연가스 발전이 증가된 시기는 ‘중앙공급형 발전에서 지역공급형 발전으로’ 전환되는 시기와 일치했다. 한국이 먼저 생각해야 하는 것은 어떻게 지금의 지나친 중앙형 전력 공급시스템을 분산형(열병합형 지역 에너지 공급시스템)으로 바꿀지를 고민하는 과정이다. 이를 가능케 하는 요소는 바로 천연가스를 이용한 중소형 발전설비의 확대며, 지역 생산-지역소비의 이상적인 에너지 공급시스템으로 전환하는 것이 바로 정부가 원하는 ‘환경성과 안정성을 최대한 고려한’ 에너지 전환정책이라는 것이다. 천연가스 발전의 가장 큰 장점은 ‘안정성’과 ‘첨두부하의 성격’을 골고루 갖추고 있다는 점이며, 바로 이 두 번째 첨두부하의 성격은 신재생에너지발전과 교집합이 된다. 따라서 점차적인 신재생에너지 발전 확대시키는 것은 천연가스 발전을 발판으로 삼아야만 안정적으로 꽃을 피울 수 있다.

다음으로 생각할 부분은 천연가스 발전이 아직까지 기존 원전이나 석탄에 비해 발전단가가 높다는 점이며, 이러한 비용경제성 부족은 천연가스 발전의 성장을 가로막는 가장 큰 걸림돌이 된다. 그러나 석탄이나 원전은 그 비용경제성과 안정적 공급이라는 장점 속에 숨겨진 미세먼지, 온실가스 증가와 방사능 누출 및 사고위험이라는 어마어마한 비용이 내제돼 있다. 이러한 비용을 소위 ‘외부성’이라고 부르는데, 이는 정부가 조세, 부담금 등 다양한 방식으로 비용에 추가시킬 수 있다.

하지만, 한국은 이 부분에 있어 발전원료들 간에 형평성이 매우 왜곡돼 있다. 석탄과 원전에 대해서는 거의 면세나 낮은 세율을 부과하는 반면, 천연가스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높은 부담을 지게하고 있다. 이런 구조적인 문제를 개선하지 않고, 단순히 천연가스 발전을 확대하겠다고 접근하는 것은 실상 그 진심과 실효성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이제라도 정부는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른 “구체적인 실행방안(로드맵)”을 다시 마련해야 한다. 목표의 상향 수정뿐만 아니라 이를 달성하기 위한 보다 치밀한 기획이 수반돼야 한다. 여기에는 연료전환에 대한 가능성과 전환 순서에 관한 ‘기술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지금의 왜곡된 ‘에너지·환경세의 틀을 근본적으로 개편하는 부분'도 포함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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