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운영위 靑 업무보고서 정의용 안보실장 이석 요청에 “가지 마”
정의용 안보실장, 산불 확산한 오후 10시 넘어 국회 떠나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강원도 영동 지역에서 4일 발생한 산불과 관련,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논란 대상으로 떠올랐다. 고성-속초 및 강릉-동해 등에서 잇따라 산불이 났음에도 불구하고 나 원내대표가 융통성을 발휘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4일 밤늦게까지 열린 국회 운영위원회의 청와대 업무보고에서 나 원내대표는 위기대응 컨트롤 타워인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의 이석(離席)을 막았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홍영표 운영위원장은 “오후부터 여러 가지 사정 때문에 안보실장을 좀 일찍 나가게 하고 싶었는데 (여야가) 합의를 안 해줬다”고 말했다. 홍 위원장은 “지금 고성 산불이 굉장히 심각한 것 같다”면서 “속초 시내에서 민간인들을 대피까지 시키고 있다”며 “(정 실장은) 위기대응의 총책임자라서 양해를 구했는데도 (이석은) 안 된다고 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어서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이어 “지금 대형 산불이 생겨서 민간인 대피까지 하고 있는데, 대응을 해야 하는 책임자를 국회가 이석을 시킬 수 없다고 잡아놓는 게 옳은지 모르겠다”고 말하며 정 실장의 이석에 여야가 합의할 것을 촉구했다.

하지만 나 원내대표는 의사진행 발언을 신청해 “위원장께 심한 유감을 표한다”면서 “위원장이 그 자리에 앉아있는 것은 운영위원장으로서”라며 “여당 원내대표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운영위원장으로서 공정하게 진행해 달라”고 말했다.

그는 “저희도 안보실장을 빨리 보내드리고 싶다”면서 “그러면 (질의) 순서를 조정했으면 된다”며 “여당 의원들 말고 먼저 야당 의원들이 질의하게 했으면 (정 실장은) 조금이라도 빨리 갔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원래 정 실장은 다음 주로 예정된 한미정상회담 준비를 이유로 일찍 자리를 뜨겠다고 양해를 구한 바 있다. 하지만 야당이 반대하면서 자리를 떠나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산불이 거세게 번져가는 오후 10시 30분이 넘어 국회를 떠났다.

또 홍 위원장은 한국당 송석준 의원이 질의시간 5분을 넘기며 정 실장에게 계속 질문하자 “지금 화재 3단계까지 발령이 됐고 전국적으로 번질 수도 있는 화재라고 한다”면서 “그런데도 계속해서 질의하고 그렇게 하시겠냐”며 “이런 위기상황에는 그 책임자가 이석하도록 해야 하는 기본적인 문제의식을 가져주셨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강원도 고성·속초 일대에 산불이 이어지고 있는 5일 새벽 속초 콘도 밀집지역 인근 산이 불타오르고 있다. (제공: 뉴시스)
강원도 고성·속초 일대에 산불이 이어지고 있는 5일 새벽 속초 콘도 밀집지역 인근 산이 불타오르고 있다. (제공: 뉴시스)

민주당은 한국당을 맹렬히 비난했다. 민주당 이석현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야당 너무하는군요! 인제 고성 산불이 속초 시내로 번져 주유소 폭발, 30명이 고립, 기숙사가 위험하고 천여 명이 대피하고 있는 상황인데, 국회 운영위는 재난대비 책임자인 정의용 안보실장을 붙들고 질문에 질문! 밤 10시 50분에야 돌려 보냈다네요ㅠ 저녁 7시 20분에 불이 났는데 느긋하게 저녁 먹고 9시 20분에 회의 속개, 그때까지 붙들고 있었다니! 홍영표 위원장이 다급하다고 호소해도 끝까지 질문하고 돌려보냈다고. 질문이 중요? 국민의 생명이 중요! 청와대와 관계부처가 비상근무군요. 주민들과 소방관들의 안전을 빕니다.”라고 밝혔다.

같은 당 박광온 의원도 트위터에서 “산불의 재난사태에도 안보실장을 잡고 안 보내준 것은 ‘국회’가 아니라 ‘자한당’”이라고 지적했다.

나 원내대표는 전날 행동이 문제가 되자 5일 한국당 의원총회에서 “유감스러운 것이 당시 심각성을 보고하고 이석이 필요하다면 양해를 구했어야 했는데 그런 말이 없어서 상황 파악이 어려웠다”고 해명했다.

그는 “어제 산불이 났는데 국회 운영위를 했다. 오후 7시 45분 정도 정회하게 됐는데 회의에 집중하느라고 산불을 알지 못했다. (홍 위원장이) 전혀 산불로 인한 것을 이야기하지 않고 한미정상회담 준비를 위해 정회하면 바로 이석하게 해달라고 요구했다.”고 했다.

이어 “오후 9시 20분에 다시 회의를 개회했고 시간이 좀 지나자 저희에게 산불의 심각성이나 그 심각성으로 인해 안보실장이 이석하겠다고 요구한 바는 전혀 없다”며 “9시 30분쯤 홍 원내대표가 갑자기 불이 났는데 보내야 하지 않겠냐고 했다. 심각성을 정확히 모르는 상황에서 이 부분에 대해 서너 분이 질의하면 끝나서 길어야 30분이라고 생각해서 가는 게 어떠냐고 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고성-속초 산불의 원인이 변압기라는 보도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최초 발화한 전주는 변압기가 아닌 개폐기로, 여기에 연결된 전선에서 발생한 아크(전기불꽃)으로 추정된다는 한국전력 측 전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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