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산으로 둘러싸인 골짜기에 살기 좋은 한 마을이 있었다. 그곳에서는 선조로부터 전해 내려오는 전설이 하나 있었다. 언젠가는 이 마을에서 큰 바위 얼굴을 꼭 닮은 위대한 인물이 나리라는 것이었다. 주인공 어니스트는 그 위대한 인물을 만나기 위해 마을을 떠나지 않고 살아간다. '주홍글씨'로 유명한 너새니얼 호손의 단편 소설 ‘큰 바위 얼굴’의 내용이다. 어니스트가 기다리는 인물은 어쩌면 시대가 요구하고 우리가 학수고대하는 진정한 어른의 모습과 비슷하지 않을까? 어니스트는 노인이 되도록 마을에 살면서 네 명의 인물을 만난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그들은 큰 바위 얼굴과는 거리가 멀었다. 마치 우리 주변에서 위대한 인물을 찾아보기 힘들듯이 말이다.

어니스트가 소년 시절에 처음 만난 인물은 개더 골드(Gather Gold)라는 ‘부자’였다. 그는 돈이 너무 많아 계산할 수 없을 정도로 갑부였다. 하지만 큰 바위 얼굴과 매우 다르게 이마가 좁고 눈은 작고 날카로웠으며 입술도 매우 얇았다. 그리고 인색했다. 그가 세상을 떠나자 오래지 않아 그의 돈 역시 사라졌고, 그가 살던 화려한 저택은 호텔로 바뀌었다.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도 금세 잊혀갔다.

어니스트가 청년 시절에 만난 인물은 올드 블러드 앤드 선더(Old Blood and Thunder)라는 ‘늙은 군인’이었다. 이도 마을 사람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으며 돌아온다. 하지만 장군은 의지가 강했지만, 인자한 구석이 없이 엄한 표정이었다. 그에게서 큰 바위 얼굴의 지혜와 사랑이라고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어니스트는 40~50대 중년 남자가 되어서 올드 스토니(Old Stony)라는 ‘정치가’를 만난다. 그는 훌륭한 혀를 가진 사람이었다. 열정이 넘치고 이마도 넓었다. 하지만 따뜻한 미소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그가 원하는 것은 오직 악수뿐이었다. 대통령이 되는 것 외에는 어떤 것도 중요하지 않았다. 늘 피곤한 모습이었고, 장난감을 가지고 놀기에 너무 커버린 어린아이와 같았다. 공허한 삶을 살아온 사람 같았고, 어디로 가야 할 지도 모르는 사람처럼 보였다.

어니스트가 노인이 되어 느지막이 만난 인물은 ‘시인’이었다. 그는 앞의 세 사람과 다르게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었다. 그가 읊는 것은 모두 아름다워 보일 정도로 그의 시는 훌륭했다. 그가 호수에 대해서 읊으면 찬란한 미소가 그 호수의 수면 위에 내려앉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는 그가 쓴 시처럼 삶이 훌륭하지는 않았고, 위대한 꿈을 꿨지만 꿈과 현실은 괴리가 컸다고 고백한다.

반면 어니스트는 나이가 들수록 점차 큰 바위 얼굴을 닮아갔다. 어릴 적에는 선량하고 마음씨 착한 아이였다. 고사리손으로 많은 일을 했지만, 사랑하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했다. 그때 그에게는 큰 바위 얼굴이 유일한 스승이었고, 일과를 마치면 몇 시간 동안 바라보았다. 청년이 되어서는 어떤 사람보다 생각이 깊었다. 그는 어떤 책에서도 얻을 수 없는 훌륭한 지혜가 있었다. 중년이 되어서는 세상 모든 사람을 위한 선한 소망이 있었다. 자신의 길을 가면서도 항상 이웃을 도울 준비가 되어 있었다. 또 누구도 언급한 적이 없는 새로운 생각이 늘 그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노년이 되어서는 지혜가 넘쳤다. 마치 천사를 친구로 삼은 듯 그의 말과 행동은 아름다웠다.

세상은 네 명의 인물을 성공한 사람처럼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니스트야말로 우리가 그렇게 만나고 싶어 하는 이상적인 인물의 전형이다. 그렇게 살기 위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마윈이 얘기한 연령대별 인생 조언이 데자뷔처럼 스친다. “아직 10대라면 열심히 공부하세요. 기업인이 되려면 경험을 배워나가고요. 아직 20대라면 누군가를 따르세요….(중략) 서른 전에 중요한 것은 어떤 회사에 다니는지가 아니라 어떤 선배 직원을 따르느냐가 중요해요. 좋은 상사는 가르치는 것도 다르니까요. 아직 30대라면 명확하게 생각하고 자신을 위해 일해야 해요. 정말 기업가가 되고 싶다면 말이죠. 40대라면 본인이 잘하는 일에 전념해야 해요...(중략) 본인이 잘하는 것에 어떻게 하면 집중할까를 고민하세요. 하지만 50대라면 젊은 사람들을 밀어주세요. 왜냐하면, 젊은 사람들의 실력이 더 좋기 때문이죠. 그들에게 의지하고 투자해서 잘 키워내세요. 60대 이상이라면 본인을 위해 시간을 투자하세요. 기회를 찾기엔 조금 늦었으니까요.”

우리는 누구나 이 시대가 원하는 큰 바위 얼굴과 같은 진정한 어른이 나타나기를 기대한다. 하지만 스스로 큰 바위 얼굴을 닮은 사람이 되려고 얼마나 노력하는가? 우리가 모두 그런 마음이라면 세상은 얼마나 아름다울까? 어니스트처럼 말이다. 소설 속에서 어니스트에 대해서 표현한 문장이 압권이다. “이 사람이 세상 속에서 살아가고 있기 때문에 매일 세상은 조금씩 더 나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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