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일대일로 사업에 이탈리아가 참여한다. 서유럽 국가로는 처음이다. 이탈리아 최대 항구인 제노바항의 투자와 개발을 중국이 맡는다. 전자상거래, 농업, 금융, 천연가스 등 다른 분야까지 포함하면 중국과 이탈리아가 합의한 전체 사업규모는 2백억 유로 정도라고 한다.

아시아에서 유럽, 아프리카까지 뻗는 일대일로는 중앙아시아를 거친 육상 루트와 동남아와 아프리카, 유럽을 연결하는 해상 루트를 아우른다. 일대는 ‘실크로드 경제벨트’, 일로는 ‘해상 실크로드’를 의미한다. 영어로는 One Belt and One Road로 부른다. 고대 실크로드처럼 땅과 바다에 길을 만들어 유라시아와 아프리카 대륙을 하나로 연결한다는 구상이다. 사업에 참여하는 국가는 약 70개 국이며 투자액은 1조 달러에 이른다.

중국은 일대일로 프로젝트가 인류운명공동체 구축을 위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내세우는 명분은 거창하지만 물론 자선사업은 아니다. 중국 입장에서는 중국 경제의 탈출구를 해외에서 찾는 방법이기도 하다. 넘치는 달러를 가지고 대출을 해 준 다음 해외에 사업할 곳을 만들면 손해 볼 게 없다. 안정적인 에너지 확보에 시장 확대의 효과도 있다. 중국의 인민폐를 국제통화로 육성하는 부수 효과도 따라온다. 군사전략적 의도도 당연히 있다. 미국의 패권에 대한 도전인건 물론이고, 인도양 해상루트를 통해 미국의 해상봉쇄를 피할 수도 있다. 미국이 마땅치 않아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래서 일대일로는 2차 대전 직후의 서유럽 부흥 지원계획이었던 미국의 마셜플랜과 비교되기도 한다. 마셜플랜은 전쟁으로 파괴된 유럽 경제를 되살리는 것을 목표로 했다. 인도주의적 목적만 있었던 건 아니어서, 유럽 동맹국들에 대한 경제적, 군사적 지원을 통해 소련의 팽창을 봉쇄하기 위한 것이기도 했다. 목표대로 마셜플랜은 서유럽의 전후 부흥에 기여했고 결과적으로 미국은 유럽을 자신의 영향권으로 흡수하는데 성공했다. 중국도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다. 일대일로 프로젝트가 마셜플랜과 가장 크게 다른 점은 규모다. 마셜플랜은 사실 알고 보면 그 규모가 그렇게 크지 않았다. 1948년 4월에서 1951년 여름 사이 마셜플랜 자금은 모두 120억 달러 정도에 불과했다. 마셜플랜은 대출보다 원조가 많았다는 것도 다르다. 영국과 프랑스의 경우 85%가 무상원조였다. 반면 일대일로 프로젝트는 대부분 대출로 사업이 추진된다.

일대일로 구상이 순조롭게 이뤄지고 있는 것만은 아니다. 당장 사업 추진 방식에서 논란이 적지 않다. 일대일로 사업의 89%는 중국회사가 시공 중이다. 중국이 돈을 빌려주고, 이 돈으로 사업을 하는데, 정작 그 사업을 맡는 회사는 중국 기업이다. 중국 기업이 중국 노동자들을 동원해 레일을 깔고 레일이 깔린 뒤에는 중국이 만든 고속철을 파는 식이다. 그러니까 공사비는 다시 중국 기업으로 들어가고 그 돈은 해당 국가가 갚아야 할 부채로 남는다. 그러다보니 재정상황이 어려워지는 나라가 속출한다. 라오스와 파키스탄, 몽골을 포함한 8개국은 이미 일대일로 관련 부채 때문에 재정상황이 위험하다고 한다. 말레이시아는 이 때문에 프로젝트 3건을 취소했고, 스리랑카는 빌린 돈을 갚는 대신 항구 운영권을 아예 중국에 넘겼다.

말이 많지만 구상이 중단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중국이 밝힌 일대일로 프로젝트 사업기간은 2014년에서 2049년까지 35년으로, 이제 겨우 5년이 지났다. 이미 알려져 있듯이 중국의 국가목표는 건국 100돌이 되는 2049년에 미국을 대신하는 나라가 되는 것이다.

김상철 한국경제언론인포럼 회장(MBC논설위원)

저작권자 © 전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