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피스 등 ‘고준위핵폐기물 해외 사례와 국내 쟁점’ 토론회
숀 버니 원자력 수석 “韓, 사용후핵연료 빽빽…사고나면 2400만 대피해야”

25일 열린 ‘고준위핵폐기물 해외 사례와 국내 쟁점’ 정책토론회에 (오른쪽부터) 박정은 참여연대 사무처장, 이상복 이투뉴스 기자, 이상홍 경주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 김수진 정책학 박사, 이영희 가톨릭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대표, 숀 버니 그린피스 독일사무소 수석 원전 전문가가 참석해 토론하고 있다.
25일 열린 ‘고준위핵폐기물 해외 사례와 국내 쟁점’ 정책토론회에 (오른쪽부터) 박정은 참여연대 사무처장, 이상복 이투뉴스 기자, 이상홍 경주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 김수진 정책학 박사, 이영희 가톨릭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대표, 숀 버니 그린피스 독일사무소 수석 원전 전문가가 참석해 토론하고 있다.

세계 어느 나라도 고준위방사성폐기물 처분 방안을 확보하지 못했으며 대한민국도 처분장 건설을 서두르기보다 공론화를 통해 안전을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고준위핵폐기물 해외 사례와 국내 쟁점’ 정책토론회가 25일 서울 종로구 글로벌센터에서 열렸다. 고준위방사성폐기물을 둘러싼 기술적·사회적 논란과 쟁점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국외 원자력발전 국가의 사례를 통한 국내 쟁점을 고찰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에너지시민연대, 그린피스, 고준위핵폐기물 전국회의 등이 주최했다.

숀 버니 그린피스 독일사무소 수석 원전 전문가가 25일 열린 ‘고준위핵폐기물 해외 사례와 국내 쟁점’ 정책토론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숀 버니 그린피스 독일사무소 수석 원전 전문가가 25일 열린 ‘고준위핵폐기물 해외 사례와 국내 쟁점’ 정책토론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숀 버니(Shaun Burnie) 그린피스 원자력 수석전문가(Senior Nuclear Specialist)는 전 세계에서 고준위방사성폐기물을 처분할 해법을 가진 나라가 없는 상황을 설명하면서 처분 기술의 불완전성과 향후 해결방안의 부재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버니 수석은 “고준위방사성폐기물의 대부분은 발전소 내 냉각 수조에 임시저장되고 있는데 이 수조에는 2차 격납설비 등 심층 방어 조치나 자체 비상전력이 없는 경우가 많다”며 “만일 전기 공급이 끊기기라도 하면 냉각 중단으로 용융 등 심각한 사고가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지난 1월 버니 수석이 코디네이터로 참여하고 그린피스 프랑스사무소가 발표한 ‘핵폐기물의 전 지구적 위협(The Global Crisis of Nuclear Waste)’에 따르면 벨기에, 프랑스, 일본, 스웨덴, 핀란드, 영국, 미국 등 원자력발전 국가는 고준위방사성폐기물을 지하 매립 방식으로 처분할 계획이지만 어려움을 겪고 있다.

버니 수석은 “세계적으로 25만~30만t의 고준위방사성폐기물이 쌓여가는데 어느 나라도 폐기물을 안전하게 관리할 방법을 마련하지 못했다”며 “영구처분방식 중 가장 많이 연구된 지층처분방식은 폭발, 화재 위험, 컨테이너 결함, 미래 부담 비용 증가·불확실성, 안정성 확보 문제 등 보완해야 할 점이 많다”고 지적했다.

이어 “고준위방사성폐기물 처분장 건설을 선도하는 스웨덴과 핀란드조차 지층처분 컨테이너의 무결성을 보장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건설을 중단한 상태”라며 “지층처분의 우수사례라 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또 버니 수석은 한국의 사용후핵연료 저장 현황에 따른 중대사고 발생 가능성을 우려했다. 그는 “특히 한국은 지질학적 불확실성과 미지의 요인에 대해 더 세밀히 따져봐야 한다”며 “현재 한국은 사용후핵연료를 빽빽하게 보관하고 있어 만약 사고가 발생해 세슘-137 등 방사선이 방출될 경우 최대 2400만명을 대피시켜야 할 정도로 위험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탈원전·재생에너지로 전환을 통해 연간 수천t에 달하는 사용후핵연료 발생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대표가 25일 열린 ‘고준위핵폐기물 해외 사례와 국내 쟁점’ 정책토론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대표가 25일 열린 ‘고준위핵폐기물 해외 사례와 국내 쟁점’ 정책토론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대표는 공론화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이 대표는 “우리나라에서는 1980년대부터 고준위방사성폐기물 처분 문제가 대두됐지만, 굴업도·안면도·부안 사태를 겪은 후 경주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처분장만 지어진 상태”라며 “사용후핵연료와 관련해 2007년 TF팀과 2013년 공론화위원회가 만들어졌지만, 아직 해결 실마리를 찾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사용후핵연료 공론화위원회를 출범해 현재 기술로 최종처분장을 지을 수 있는 기술 요건이 갖춰져 있는지, 지진 이후 부지확보가 가능한지 따져봐야 한다”며 “과거 관리계획에서는 집중형 중간저장시설을 짓고 같은 장소에 최종처분장까지 건설하는 것이 목표였는데 최종처분장 건설이 이뤄지지 않게 되면 중간저장시설이나 임시저장시설이 필수적인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또 “최종처분장이 건설되더라도 장기간 소요된다면 이후 중간저장시설 건설 여부·집중형 여부 등이 논의돼야 한다”며 “공모·주민 투표 등 부지확보 방식도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마련될 사용후핵연료 공론화는 ‘최종처분장·중간저장시설부지 선정 공론화’가 아니라 ‘처분장 건설 여부’, 그리고 만약 짓는다면 ‘건설 방식’에 대해 논의할 단계”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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