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해체연구소(가칭) 유치를 위한 지자체간 경쟁이 치열하다. 정부가 이달 말 이 연구소 설립을 위한 지역 선정 방안을 확정하겠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유치를 희망하고 있는 10여 지자체 가운데 현재 유력한 후보지역은 경북 경주시와 울산시 울주군 그리고 부산시 기장군 등 세 곳이다. 원자력발전소가 있거나 원자력 관련시설이 있는 지역이다.

2014년부터 추진해온 원전해체연구소 건립은 2016년 예비타당성조사에서 경제성이 낮다는 이유로 부적합 판정이 나 유보됐다가 2017년 고리 1호기 영구정지 이후 재추진된 사업이다. 고리 1호기 해체까지는 아직 10여년의 시간이 남아 있지만, 해체를 위한 기술은 사전에 터득해야 하기 때문에 이 연구소 설립은 더 미룰 수 없는 상황이다. 정부로서는 해체사업을 외국기업에 내주지 않기 위해서라도 해체사업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할 기관을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원자력계가 추산하는 폐로비용은 1기당 1조원 남짓으로 적지 않다. 2030년까지 폐로 수순을 밟을 원전이 12기이니 적어도 10조원 이상의 시장이 생기는 셈이다.

정부의 고민은 사실 해체기술 개발을 통한 사업의 국산화다. 원전해체의 핵심기술인 제염기술은 선진국의 80% 수준이라 연구개발을 통한 기술개발이 핵심이다. 그러나 이것은 이 연구소 설립 이후의 일이다. 현재 가장 큰 고민은 잡음 없이 지역을 선정하는 것이다. 가장 적극적인 곳은 경주시다. 경주시에는 원전사업자인 한수원 본사가 있고, 방사성페기물을 관리하는 원자력환경공단 그리고 양성자가속기연구센터와 방사광가속기연구소 등이 위치해 있다. 원자력 관련 핵심기관이 자리 잡고 있는 만큼, 유력 후보 1순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업의 연관성은 물론 기술인력 양성을 위한 교육과 훈련에 있어서도 다른 지역 보다 비교 우위에 있는 것도 사실이다.

부산시와 울산시 역시 경주시에 버금간다. 이들 지역에는 고리와 새울원자력본부가 있다. 국내 최대 원전단지가 밀집한 곳이다. 원전해체는 말 그대로 원전을 해체하는 사업이기 때문에 원전이 있는 지역에 있어야 한다는 논리는 지극히 상식적이다.

정부가 이 연구소 유치지역을 어떤 방식으로 선정할지 이달 말이 되면 확인된다. 지정을 할 것인지 공모를 할 것인지 현재로선 알 수 없다. 최적지를 선택할 수 있다는 면에서는 공모보다는 지정이 경제적이다.

정부가 고려해 둬야 할 것은 십여 년 전, 방사성폐기물처분시설 부지를 정할 때 발생했던 크고 작은 잡음과 문제들이다. 당시 정부는 고준위(일반적으로 사용후핵연료를 말함)와 중저준위를 하나로 묶어 처리하려고 했다가 나중에 중저준위만 떼어내 후보지역을 선정해 지금까지 고준위 사업을 표류하게 한 단초를 제공했다. 물론 고육책이었지만 그리 성공적인 정책은 아니었음이 주지의 사실이다. 또 하나 중저준위 시설을 선정하기 위해 정부는 현금 ‘3000억원 플러스 알파’라는 당근을 제시했는데, 이 역시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겼다. 원자력 관련시설을 건설하기 위해 현금을 지원하는 국가는 전 세계에 한국밖에 없다. 어찌 됐든 이 연구소 설립 지역을 확정하는 작업은 시작됐다. 그러나 다른 원자력 시설과 달리 이 사업은 지자체가 서로 하겠다고 경쟁을 벌이는 상황이다. 거듭 말하지만, 최선은 최적지를 선택하는 것이다. 그것이 국가와 국민 그리고 미래세대를 위한 최대 가치라는 사실을 명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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