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부 “이달 말 유치 지역 확정 예정”

2017년 6월 19일 부산 기장군 고리원자력본부에서 열린 고리원전 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동남권 지역에 원전해체연구소를 유치하겠다고 발표했다.
2017년 6월 19일 부산 기장군 고리원자력본부에서 열린 고리원전 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동남권 지역에 원전해체연구소를 유치하겠다고 발표했다.

정부가 동남권 원전해체연구소 유치 지역을 3월 말 확정하겠다고 발표한 가운데 유치 경쟁이 과열되는 모양새다. 경북 경주시, 울산 울주군, 부산 기장군이 유력 후보로 떠올라 3파전을 벌이고 있다.

다만 관련 정부 기관은 “아직 아무것도 결정된 바 없다”며 말을 아끼는 상황이다.

정부는 지난 1월 16일 청와대 김의겸 대변인을 통해 원전산업 지원방안과 관련, 동남권 원전해체연구소를 설립하고 원전 해체 산업의 육성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 2014년 최초 원전해체연구소 사업 공모 당시에는 정부 부처 간 이견과 지자체 간 유치 경쟁이 과열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2016년 8월 예비타당성조사에서 경제성이 낮게 나와 유보됐다. 이후 2017년 6월 문재인 대통령이 고리 1호기 영구 정지를 선포하면서 원전해체기술의 필요에 따라 사업이 재개됐다.

정부의 사업재개 계획에 발맞춰 지역 간 유치 경쟁이 과열된 이유는 신규 원전 건설 보다는 설계 수명이 끝나는 원전이 고리 1호기와 월성 1호기를 시작으로 2023년부터 2029년까지 매년 1호기씩 발생하면서 원전 해체 산업에 대한 장밋빛 전망이 나오기 때문이다.

관련 전문가에 따르면 원전 1기당 해체비용을 7000억원 정도로 추산했을 때 2030년까지 수명이 만료되는 국내 원전 12기가 해체에 들어가는 경우 약 9조원대의 해체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예상된다.

가장 적극적인 곳은 경주시다. 경주시는 원자력산업의 중심지로서 한국수력원자력, 한국원자력환경공단 등이 들어서 있다. 경북 전체로 보면 중저준위방사성폐기물처분장이 옛 월성군에 들어서 있고 한국전력기술이 김천시에 있다.

이처럼 원자력 핵심 기관이 경북 지역, 특히 경주에 밀집해있는 만큼 원전 해체에 따른 방사성폐기물 관리와 안전성 연구에 적합한 환경이라는 게 지역 주민 입장이다.

경주 중저준위방사성폐기물 처분장 건설 당시 기술 자문을 맡았던 남홍 경주시 원전 범시민 대책위원장은 “원자력 핵심 기관뿐 아니라 경북 지역 원전은 중수로·경수로를 모두 가지고 있고, 양성자가속기연구센터·방사광가속기·로봇연구소·포스텍과 동국대 등 대학과 연구소 등이 있어 연구개발 연계성도 우수할 것”이라며 “원전 현장인력 양성원이 있어 해체 분야 기술인력양성도 쉬울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남 위원장은 “경주시와 경상북도는 2012년부터 원전제염해체기술개발을 선도해 사전 연구사업을 추진하고 있었다”며 “경북을 ‘동해안원자력클러스터’로 조성하기 위해 지속해서 노력해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러던 중 2014년 미래창조과학부(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공모로 ‘원전해체연구소’ 사업이 대두됐고 이에 응해 2014년부터 경주시가 유치위원회를 발족해 유치지지 서명운동을 했다”며 “앞으로 단순히 경주에 원전해체연구소를 유치하는 데 그치지 않고 원전해체산업 육성과 원전 안전성 연구를 위한 종합적인 원자력관련기술 연구의 중심지역으로 성장하겠다는 포부를 가지고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주시의 유력한 부지는 감포관광단지다. 감포읍 일원 300만㎡의 부지를 사들여 ‘에너지과학연구단지(원자력과학단지)’로 조성하겠다는 계획에 따라 이곳에 연구소를 유치할 계획이다.

이외에 또 유력한 후보 지역인 부산과 울산에서는 공동유치가 거론되기도 했다. 실제 부산과 울산은 원전 밀집 지역으로 고리원자력본부 및 새울원자력본부에 고리 6기(1호기 영구정지), 신고리 6기(4호기 연료 장전, 5·6호기 건설 중)가 부산 기장군과 울산 울주군에 걸쳐 있다.

부산 기장군 동남권 방사선 의·과학 일반산업단지 평면도.
부산 기장군 동남권 방사선 의·과학 일반산업단지 평면도.

하지만 기장군은 울산광역시와의 공동유치가 아닌 단독 유치를 적극적으로 희망하고 있다. 오규석 기장군수는 1월 원전해체연구소를 기장군에 설립해야 한다며 청와대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최학철 기장군 원전해체연구소 범군민유치위원회 위원장은 “1978년 고리 1호기가 기장군에 건설된 이후 고리원전 일대가 세계 최대 원전 밀집 지역이 되면서 한적한 어촌마을이 원전사고에 대한 불안감으로 휩싸였다”며 “지역 주민들의 불안과 부동산 가치 하락 등 여러 고통을 겪으면서도 지난 40여 년간 기장군이 원전산업 선도 지역이자 국가전력산업 성장에 중추적 역할을 하는 지역이라는 자부심으로 희생과 헌신을 해왔다”고 전했다.

최 위원장은 “2017년 문재인 대통령이 ‘고리 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에서 동남권에 원전해체연구소를 설립하고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혔음에도 아직 진척이 없고, 그로 인해 고리 1호기에 대한 기장군민의 불안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며 “고리 1호기에 이어 2023년부터 연달아 수명이 만료되는 2~4호기가 밀집된 기장군이 원전 해체 노하우를 축적하기에 최적지인 곳”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동남권 방사선 의·과학 일반산업단지’를 조성하고 있어 원전해체산업 기반을 마련하기에도 유리하다”며 “지리적으로 교통이 편리하고 주거단지·교육여건·문화시설이 풍부해 연구소 인력의 정주 여건도 탁월하다”고 덧붙였다.

울산 울주군 에너지융합 일반사업단지 평면도.
울산 울주군 에너지융합 일반사업단지 평면도.

울주군은 연구소 유치를 추진하기 위해 노력 중이지만 좀처럼 입장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이상배 울주군 서생면 주민협의회 전 회장은 “부산·울산 공동유치는 부산의 욕심”이라며 “울산에서 단독 유치를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이 전 회장은 “연구소부지로 ‘에너지융합 일반사업 단지’가 마련돼 있다”며 “울산은 원전 해체 기술 업체가 많고 신고리 5·6호기까지 건설되면 울주군이 가장 원전이 많이 밀집된 지역이기 때문에 연구소 유치 지역으로 가장 적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울산 지역에는 발전소 외에는 경주나 대전처럼 관련 기관이 들어와 있지 않아 이번에 연구소가 들어선다면 원자력산업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원전 해체는 원전 시설 운영을 영구적으로 정지한 후 방사성 오염 물질 제거·시설 철거를 거쳐 원전 부지를 복원하는 과정이다. 원전해체연구소는 이런 원전 해체에 필요한 기술을 연구·개발하는 기관이다.

현재 국내 원전 해체·제염 기술은 75~80% 정도 상용화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차성수 한국원자력환경공단 이사장은 이에 대해 “기술이 75~80% 완성됐다고 하지만 실제 사업자 입장에서는 기술을 수치화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 방사성폐기물 처리를 담당하는 기관의 수장으로서 원전 해체와 관련, “사람들은 원전 해체라고 하면 철거에만 비중을 두는데 제염 등 후처리 과정이 더 중요하다”며 “원전 해체비용 중 방폐물 처리에 40%가 드는 만큼 방폐물 처리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산업통상자원부(장관 성윤모)는 이달 말 동남권 원전해체연구소 유치 지역을 공모가 아닌 지정 방식으로 발표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실제로 이달 안에 발표할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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