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렴하고 친환경적인 수소생산·조달 방식 필요
각국은 민간 위주로 친환경 수소 생산 연구

'이젠 수소경제다 시리즈 토론회'에서 박순찬 현대차 이사, 박진남 경일대 교수, 안국영 기계연구원 연구위원, 강주엽 국토부 교통정책조정과장, 김봉석 산업부 수소경제팀장(왼쪽부터)이 패널토론을 하고 있다.
'이젠 수소경제다 시리즈 토론회'에서 박순찬 현대차 이사, 박진남 경일대 교수, 안국영 기계연구원 연구위원, 강주엽 국토부 교통정책조정과장, 김봉석 산업부 수소경제팀장(왼쪽부터)이 패널토론을 하고 있다.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은 ‘세계 최고 수준 수소경제 선도국가 도약’을 비전으로, 2040년까지 수소 전기자동차 620만대(수출 330만대, 내수 290만대), 발전용 연료전지 15GW(내수 8GW), 가정·건물용 연료전지 2.1GW 등 인프라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정부는 초·중·장기 추진전략을 통해 수소경제 인프라를 조성할 계획이다. 우선 초기(2018~2022년)에는 수소산업·생태계 조성을 위해 기반구축을 위한 법·제도 정비에 초점을 맞출 예정이다. 중기(2022~2030년)에는 수소 이용을 대폭 확대하고, 대규모 수요·공급시스템을 구축한다. 장기(2030~2040년)에는 해외에서 수소를 조달하고, 본격적으로 수전해(水電解, 물 분해 수소생산방식)를 진행한다. 재생에너지 활용 등 온실가스를 전혀 배출하지 않는 ‘그린 수소’를 생산할 방침이다.

지난 6일 국회에서 열린 ‘이젠 수소경제다’ 시리즈 토론회 첫 행사에선 로드맵 목표 이행 조건과 함께 국가별 수소경제 이행실정을 확인했다.

◆2030년께 kg당 5000원까지 인하 전망

박진남 경일대학교 신재생에너지학부 교수 발제에 따르면 로드맵 이행에 필요한 수소공급물량은 지난해 기준 연 13만톤, 2022년 연 47만톤, 2040년에 연 526만톤 수준이다.

수소 조달방식은 ▲부생 수소 활용 ▲천연가스 (LNG) 개질 ▲수전해 ▲원자력 수소 ▲해외 수입 등이 있다. 각 방식은 장·단점을 갖는다. 부생 수소는 제철, 정유·석유화학 생산공정에서 나오는 부산물이다. 경제성은 갖췄지만, 부산물로써 공급량에 한계가 있다.

LNG 개질 방식은 현재 가장 현실적인 수소공급 방법으로 볼 수 있다. 경제성이 양호하고, 우수한 LNG 공급망을 갖췄기 때문이다. 하지만 압축천연가스(CNG) 자동차가 배출하는 탄소량의 50~70% 수준으로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등 근원적으로 친환경 에너지원에서 동떨어진 방식이다.

물을 분해해 전기를 생산하는 수전해 방식은 온실가스 배출 논란에서 벗어나지만, 낮은 경제성과 생산량 한계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원자력 수소 생산방식도 탄소 배출과 에너지자립 측면에서 긍정적이나 안전성 및 원자력 폐기물 같은 또 다른 논란을 마주할 수 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일본처럼 호주나 브루나이 등 해외에서 수소를 수입하는 방법도 고려할 수 있다. 하지만 대규모 수입 기지가 필요하고, 해외 탄소 배출 문제 등 도덕적 문제를 일으킬 여지가 있다.

정부는 단기적으로 LNG 개질 방식을, 장기적으로 친환경성을 획득할 수 있는 수입·재생에너지 활용 방식을 고려하고 있다. 이를 위해 경제성을 확보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현재 가장 저렴한 수소생산방식인 부생 수소를 대폭 활용하고, 중·장기에는 수전해·재생에너지 기반 수소 생산방식을 대중화하는 데 역점을 둘 방침이다.

박진남 교수는 “수소 가격을 내리기 위해 수소전기차를 대량 양산하고, 수소 충전 인프라를 확대하는 전략이 필요하다”며 “수소충전 인프라 구축과 연계해 수소 생산·이송·저장 기술을 확보해야 한다. 이후 수소 수요 증가분에 따라 수소 수입에 따른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순찬 현대자동차 연료전지사업실 이사는 “수소공급가격은 생산·운송·판매단계 비용으로 결정된다”며 “현재 kg당 현재 약 7000원에서 1만2000원 수준에서 2030년께 5000원 수준까지 인하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또 “생산용기 압력 증대를 통해 많은 수소를 효율적으로 저장·운송하고, 충전소 가동률이 개선되면 단계적으로 내려갈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초기 투자위험 공동 부담…세계는 친환경 수소기술 연구

박 교수는 로드맵 이행·유지를 위해 참여자 간 장기간 이익이 발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수소충전소 건설·운영은 초기부터 민간사업자가 진입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견이다. 주체별로 초기 투자위험을 공동 부담할 수 있는 협력체계가 필요하다고 봤다.

가령 수소충전소 사업자는 초기 투자위험을 감수하고 장기적으로 수익을 바라보는 지혜가 필요하다. 또 수소 생산·판매업체는 안정적인 신규 수요처를 발굴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해야 한다. 수소전기차 생산업체는 차세대 자동차 시장에 과감하게 진입해 시장을 조성하는 역할을 맡아야 한다. 충전소 건설업체 역시 신규 사업 분야에 진출해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다. 수소전기차 소유자에게 친환경 자동차 운영에 대해 성과보수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는 주문이다.

아직 초기산업단계지만 이미 세계 각국이 친환경 수소기술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열띤 경쟁을 펼치고 있다. 대표적인 수소 경제 선도국가인 일본은 2030년까지 국제 수소공급망을 구축하고, 재생에너지 기반 수소생산기술을 확보한다는 로드맵을 수립·추진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민간 기업이 친환경 수소 생산을 주도한다는 사실이다.

일본 하이스타(HYSTAR)는 일본 신에너지 및 산업기술 개발 기구(NEDO)의 ‘수소 대용량 해상운송 공급망 구축 실증사업’을 추진, 호주 빅토리아주에 풍부한 갈탄을 활용해 수소를 생산·수송·저장·이용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이와 함께 CO₂ 배출 없는 수소공급망을 구축하는 등 2030년께 전반적인 친환경 수소 생산·이용기술을 확립·검증할 계획이다.

미국 퍼스트 엘레멘트 퓨어(First element Fuel·FEE)도 캘리포니아를 중심으로 트루 제로(True Zero, 탄소全無) 브랜드로 수소충전소를 운영 중이다. FEE사는 전체 3분의 1을 친환경 수소로 공급해 친환경에너지 비중을 높일 예정이다. 현재 캘리포니아에 19개 충전소가 있고, 지난해 10월 기준 12개를 지을 계획이다. 상위 충전소 10개소는 가동률이 50% 이상 도달했다. 수소차 5500대를 운행해 매일 수소 1600kg을 충전할 수 있다. 셀프 충전 방식 등 운영혁신을 통해 수소 가격을 인하하는 노력을 하고 있다.

프랑스 엔지(Engie)사 역시 수소업계 주요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수소 생산은 재생에너지 기반 수전해 방식을 고려하고 있다. 프랑스 에어리퀴드(Air Liquide)는 2020년까지 수소 생산에서 탄소배출량 50% 절감을 목표로 블루 하이드로겐(Blue Hydrogen) 생산을 추진 중이다. 저탄소에너지와 수전해, 천연가스 및 바이오가스 개질 공정에서 이산화탄소 포집(CCS)을 활용하는 등 친환경 수소 생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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