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일주일 째 한반도를 뒤덮은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로 온 나라가 홍역을 앓고 있다. 서울은 물론 제주까지 온통 먼지 장막을 씌운 듯 뿌옇다. 흡사 짙은 안개가 낀 것처럼 답답하다. 특히 6일 우리나라의 미세먼지 농도는 OECD 국가 중 칠레 다음으로 최악이었다는 보도가 외신을 달궜을 정도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십여 분만 돌아다녀도 눈이 뻑뻑해지고, 목구멍이 따끔거려 외출하기가 겁이 날 정도다. 이 정도면 가히 재난 수준이다.

주지하듯 미세먼지는 대기와 가뭄 등 기상요인이 가장 크다. 또 중국이나 북한 등 외부에서 유입된 먼지와 석탄발전소와 경유차 등이 주요 요인으로 꼽을 수 있다. 논란은 있으나 우리나라 미세먼지의 약 40%가 중국 등 북쪽에서 유입된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즉 60% 정도는 국내에서 발생한다는 것이다. 외부에서 유입된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서는 외교적인 노력은 당연히 중요하지만 급선무는 역시 국내 미세먼지 발생량을 줄이는 것이다. 국내 미세먼지 발생의 주원인은 공장과 석탄발전소, 그리고 경유차이다. 석탄발전소는 국내 미세먼지 배출량의 약 19%를 차지해 단일 배출원으로 가장 많다.

더 큰 문제는 미세먼지가 특정 시기에 그치지 않고 사시사철 만성화하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또 그럴 조짐도 없지 않다. 그러나 정부의 대책은 사실상 없는 상황이다. 하늘에 맡겨 바람이 불기만 기다리고 있는 듯하다. 노후차량 운행 제한, 공공기관 차량 2부제, 도로·지하철역 물청소, 석탄발전소 출력 제한 등의 대책을 시행하고 있으나 별무신통이다. 물론 더 농도가 심해지는 것은 막았겠지만 얼마나 역할을 했는지 알 수 없다.

미세먼지 문제가 어제오늘 일이 아닌데 언제까지 단기적인 미봉책에 의존할 것인지 답답하다.

궁극적으로 미세먼지 문제는 장기 사업이다. 대통령이 지시한 중국과의 공동 비상저감조치 시행이 대표적이다. 뒷북을 친 모양새이긴 하지만 지금이라도 공동 대응에 나선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한중 양국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고 제대로 시행해야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다.

국내 대책 역시 장기적이어야 한다. 공장 등 사업장의 문을 강제로 닫게 할 수는 없고, 자동차 운행도 중지시킬 수 없다면 발생량을 줄이는 대책에 초점을 맞춘 정책을 쓰고 예산도 배정해야 한다는 얘기다.

또 하나, 탈원전 정책을 중단해야 한다. 석탄발전소 발전량을 크게 줄이지 못하는 이유가 전력부족 상황이 발생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라 함부로 석탄발전소 발전량을 줄였다가는 전력이 부족해질 개연성도 있다. 에너지는 물론이고 미세먼지 문제나 수출 그리고 일자리 등 사회와 경제 전반에서 원전과 원전산업의 역할이 부각되고 있다. 잠재한 안전에 대한 불안감만으로 탈원전 정책을 고수하는 것은 오기에 다름 아니다. 일찍이 탈원전을 선언했던 많은 원전국들이 다시 원전으로 회귀한 이유가 뭔가. 미세먼지가 우리나라처럼 심하지도 않은 유럽 국가들이 굳이 다시 원전을 부르짖고 있는 데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 기후변화의 속도는 점점 빨라지고 있고, 자동차 산업 등 미세먼지를 발생시킬 요인들도 점점 증가하고 있다. 더 늦기 전에 탈원전에서 다시 원전으로 회귀하라고 주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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