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정세의 변화에 따라 최근 북한과의 전력 협력 사업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으며, 다양한 기관들이 북한과의 관계가 더 개선되고 UN의 대북 제재가 해제될 것을 전제로 여러 가지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 하노이에서의 북미 정상회담의 결과로 북한과의 협력 사업 추진은 미뤄질 수밖에 없게 되었지만, 언제 시작할지는 모르나 반드시 시작될 북한과의 전력 협력 사업은 남과 북의 필요를 모두 만족시키는 사업으로 미리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

북한은 심각한 전력난으로 공장 가동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평양 지역도 전력 공급 시간이 줄어들고 있다. 이러한 북한 전력 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북한 당국의 강력한 의지는 여러 가지 정책으로 확인할 수 있다. 2016년 발표한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가장 우선적인 것이 에너지 문제 해결이고 독립적인 전력 공급과 전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가 역량을 집중시킬 것을 강조하였다. 이에 따른 전력 부문의 과제는 전력 증산, 효율 제고, 능력 확대로 요약할 수 있고 기존 전력 설비들의 정비와 보강으로 생산 전력을 늘리고 송배전 손실을 줄이며 재생에너지원을 확대 이용하는 것이 포함되어 있다. 북한 재생에너지 자원에 대한 정보는 한정적이지만 풍력 발전 개발 가능 용량은 43.6 GW로 남한의 1.7배 수준이고 태양광과 태양열 발전을 위한 평균 일사량은 프랑스, 독일 증 유럽 북부 지역보다 높은 수준이며, 지열, 조력, 바이오매스 등의 자원 활용도 가능한 수준이라고 한다. 특히, 풍부한 물 자원에 의한 수력 발전은 이미 활용(전체 발전설비 용량의 59%)되고 있으나 무계획적 건설과 강우량 부족, 효율 저하 등으로 전력난 해소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의 실행에 따른 전력 상황 개선의 조짐은 있으나 자체적인 실행 방안만으로는 중장기적으로 한계가 존재하여 남한이나 다른 국가들과의 에너지 협력이 필수적이라 할 수 있다.

북한의 전력난 해소에 우리 기업들이 참여하는 남북 전력 협력 사업에는 다음 사항이 전제되어야 한다. 첫째, 사업 참여 기업의 이익이 명확해야 한다. 즉, 북한 일부 지역의 전력 상황을 일시적으로 개선하는 원조가 아닌 투자에 비례하는 이익이 발생하는 사업으로 기획되어야 한다. 북한이 부지와 노동력을 제공하여 전력 설비들을 건설하고 생산된 전기를 그 지역 경제 특구에 입주할 우리나라 공장들과 인근 북한 도시가 함께 사용하는 형태의 사업이나, 대규모 재생에너지 단지를 개발하여 남한 전력계통에 접속함으로써 우리나라의 여러 가지 친환경 에너지원 보급 필요를 달성하고 근거리 북한 도시에 필요 전력을 공급하는 방안 등은 경제성을 확보한 사업으로 기획 가능하다. 둘째, 각 지역의 전력난 해결이라는 작은 목표를 단계적으로 달성해 가면 북한 전체에 대한 최적 전력 공급이라는 큰 목표가 달성되는 사업이 되어야 한다. 노후화된 전력 설비를 가지고 있지만 수력을 포함한 재생에너지원 잠재량이 큰 북한의 전력 상황을 고려하여 초기에는 북한 각 지역에서 활용 가능한 재생에너지원을 최대한 보급하고 전력 수요 특성에 따라 요구되는 전력 품질 수준별로 보상 전원을 설치하여 지역별 전력 자립이 가능한 정도의 전력 공급 방안을 적용하고 다음 단계에 이러한 각 지역 전력망들의 연계를 통해 최적 운영하는 방안이 적절하다. 마지막으로, 사업의 불확실성이 제거되어야 한다. 정세 변화에 따라 협력 사업이 영향을 받지 않도록 남북 상호가 노력해야 하고 외부 요인에 의한 기업 피해를 방지하는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정부와 민간이 공동으로 참여하여 남북 모두에 이익이 되는 지속 가능한 협력 사업들을 기획하고, 남북 협의로 우선 수행할 사업들을 선정한 후 북한 현황 조사 등을 통해 사업의 타당성을 미리 검증해 둠으로써 대외 여건이 개선되면 언제든 남북 전력 협력 사업을 실행할 수 있도록 잘 준비해 두기를 바란다.

장길수 고려대학교 교수

저작권자 © 전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