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탈원전 정책 반대와 신한울 원전 3‧4호기 건설재개를 촉구하는 국민들의 서명이 40만 명을 넘어섰는데도 청와대는 묵묵부답이다.

탈원전 정책 반대와 신한울 원전 3‧4호기 건설재개 촉구를 위한 신범국민서명운동 공동추진위는 온라인은 카카오톡 대화창(okatom.org, 오케이아톰) 그리고 오프라인 서명운동은 서울역, 수서역, 용산역, 수원역등 수도권 지역과 원전 소재지역 및 대전역, 천안아산역, 동대구역, 부산대역, 광주송정역, 포항역, 울산시내 등 지역에 거점장소를 마련해 서명을 받았다. 이 결과 지난달 19일까지 온라인 21만1498명, 오프라인 18만9972명 등 총 40만1470명이 서명했다.

범국민서명운동 공동추진위원장을 맡고 있는 최연혜 국회의원을 비롯 강석호, 이채익, 박맹우, 윤상직, 최교일 의원과 울진군, 원자력정책연대, 사실과 과학 시민네트워크 등 여러 시민단체들은 ‘탈원전 반대 및 신한울 3‧4호기 건설재개를 위한 33만명의 서명부’와 ‘대통령께 드리는 공개서한’을 지난달 21일 청와대에 전달했다. 서한을 접수하는 과정에서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은 “대통령께 국민의 뜻을 잘 전달하고, 공개청원에 대해 검토한 후 그 결과를 국회에 가서 설명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한 달이 지난 지금까지 청와대에서는 아무 반응이 없다.

에너지 전환으로 명칭을 바꾼 탈원전 정책은 여전히 국민적 관심사로 회자되고 있다. 탈원전 3년째인 지금도 여야 정치권뿐만 아니라 국책연구기관에서도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 필요성에 대한 양심적인 목소리는 오히려 커지고 있다. 지난달 29~31일 한국갤럽에서 국민 100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원전의 유지 및 확대에 응답한 비율이 61%인 반면, 축소는 27%에 그쳤다. 국민 열 명 중 여섯 명이 원전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는 얘기다.

정부가 추진하는 탈원전 정책은 단순히 원전 축소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게 핵심이다. 발전용량을 차치하더라도 질 좋고 값 싼 원전을 줄이면 석탄, LNG, 재생에너지가 이를 대체해야 하는데 사실상 역부족이라는 것은 알만 한 사람은 다 아는 상식이다. 전기 생산에 들어가는 비용이 수배에서 수십배까지 비싸기 때문에 전기요금 인상은 필연적일 수밖에 없다.

공동추진위원장인 최연혜 의원은 “탈원전으로 두 배 넘게 전기요금이 오른 독일의 전철을 그대로 밟고 있다”며 “미세먼지로 되돌아오는 탈원전 정책을 당장 철회하고, 원전 산업 경쟁력 제고와 대기 문제 해소를 위해 신한울 3·4호기 건설을 재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탈원전을 에너지정책의 근간으로 삼은 것은 후보시절 <판도라>라는 영화를 관람한 것이 결정적인 이유로 알려져 있다. 물론 허구인 이 영화만으로 탈원전을 결심하지는 않았겠지만, 영화를 보면서 눈물까지 흘렸다고 하니 적잖게 영향을 미친 것은 사실인 듯하다.

문 대통령은 후보시절부터 국민과의 소통을 유난히 강조한 인물이다. 대통령 이후의 행보 역시 소통에 무게중심이 실려 있다. 단 한 분야인 원자력만 제외하고 말이다. 40만 명, 침묵하고 있는 그 이상의 국민들은 탈원전 폐지를 청원하고 있다. 이것을 원전산업계의 자기 밥그릇 챙기기로 폄훼하면 안 된다. 96%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에너지원은 국제 정세 따라 가격이 널을 뛴다. 지금은 저유가지만 언제 고유가로 반전될지 예측하기 어렵다. 에너지정책은 멀리 보고 길게 준비해야 하는 정책이다. 원전을 에너지 포트폴리오의 중심에 놓고 석탄과 가스 그리고 신재생에너지를 합리적으로 혼용하는 정책이 우리나라가 채택할 수 있는 최적의 방안이다. 그 첫걸음이 40만 명의 청원에 응하는 것이다. 불통의 대가는 반드시 치르게 돼 있다. 하루라도 빨리 청원에 응해 국민들과 소통해야 한다. 하루가 급하다.

저작권자 © 전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