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무렵 스타워즈의 오비완 케노비가 검과 방패를 든 사진이 유행처럼 퍼진 바 있다. 오른손에는 광선검 대신 ‘아이폰 20’을, 왼손에는 ‘갤럭시 S 23’을 든 모습으로, 당시 특허 관련 소송중이던 애플과 삼성전자에서 길이만 살짝 늘린 아이폰 5와 디스플레이를 넓힌 갤럭시S3를 출시하자 이를 비꼰 것이다.

최근 기자들을 대상으로 한 삼성전자의 ‘2019년형 삼성 QLED 8K 핵심 기술 설명회’의 질의응답 시간에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다.

기존에 최대 85인치 크기를 뛰어넘는 98인치 TV와 고객이 원하는 크기만큼 화면을 늘릴 수 있는 마이크로 LED TV에 대해 언제까지 크기만 강조할 것이냐는 질문이 던져진 것이다.

이에 대해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의 한종희 사장은 "대형 TV 시장은 두 자릿수의 높은 성장을 하고 있는데 이는 좀 더 크고 선명하게 보고자 하는 소비자의 욕구가 반영된 것"이라며 "마이크로 LED는 내 벽에 맞게 직접 붙이기 때문에 해상도와 사이즈의 제약을 받지 않는 미래 추세를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갤럭시 시리즈처럼 외관의 크기에 집착하는 모습은 당장 외형적으로 다른 제품을 내놓아야 눈에 띈다는 점에서 이해되는 일이지만 아쉬운 마음이 더 컸다.

기술설명회 직전에 삼성이노베이션뮤지엄 투어에서 삼성전자가 꿈꾸고 있는 놀라운 기술 진보를 맛본 뒤였기 때문이다.

투어 과정 중 감상한 영상에서 미래의 삼성전자는 눈에 보이는 모든 곳을 디스플레이화 했다. TV화면이 식탁으로 들어오고 드레스룸의 옷을 고르면 옷을 걸친 내 모습을 비춰준다. 화장실 거울을 통해 스케줄을 확인하고 자동차 전면 유리에서 딸의 건강 상태가 표시된다.

이처럼 혁신적인 미래 기술들을 보여주고 나서 설명회에서는 기존 TV보다 ‘크고 선명한 화면’만 강조하는 모습을 보니 ‘언제까지’라는 말도 나올 법도 하다.

삼성전자 권오현 회장은 그의 저서 ‘초격차’를 통해 회사가 성장하고 지속하려면 불가능한 것을 가능하게 만드는 집념과 어느 누구도 넘볼 수 없는 격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분명 삼성전자의 8K TV와 마이크로 LED TV는 지금 당장은 다른 업체들이 넘볼 수 없는 부분일 수도 있다.

그러나 권 회장의 말대로 정말 불가능 한 것을 가능하게 만드는 데 열정을 쏟고 있는지, 소비자들이 정말 원하는 것이 더욱 선명하고 큰 화면일지 한 번쯤 자문해 볼 때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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