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부터 생산을 시작한 울산 앞바다 동해 가스전이 15년째 자원 공급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동해 가스전은 올해 까지 임무를 마치고 퇴역할 예정이다. 사진은 동해가스전 해상플랫폼 전경.
2004년부터 생산을 시작한 울산 앞바다 동해 가스전이 15년째 자원 공급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동해 가스전은 올해 까지 임무를 마치고 퇴역할 예정이다. 사진은 동해가스전 해상플랫폼 전경.

자원 시장은 중장기적인 외부 변수에 휘둘릴 수밖에 없는 숙명을 타고났다. 과거의 영광이 현재의 애물단지로 전락한다. 국가 주도의 공적 자원으로 값싸게 이용하던 시대를 지나 경제성과 합리성을 따지는 민간의 영역으로 이동하기도 한다.

시대의 키워드에 따른 변화도 감지된다. 2010년대 막바지를 향해 달려가는 현재 ‘친환경’이 사회적 화두다. 환경에 해로운 자원은 사실상 적폐로 간주돼 퇴출이 거론되고 있다.

또 자원 시장의 변화 속도는 과거와 비교해 빨라지고 있다. 100년 가까이 교통 시장을 지배한 ‘기름’ 연료가 저물고 전기와 수소라는 친환경 자원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그 사이에 LPG, 하이브리드 등이 대안으로 등장했으나 사실상 시대적 화두는 ‘저공해’가 아닌 ‘무공해’다.

우리 생활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끼치고 있는 주요 자원의 시대적 흐름과 향후 미래를 짚고, 자원전략을 어떻게 취해야 할지 고민할 필요성이 제기되는 시점이다.

한국석유공사 울산 본사 전경
한국석유공사 울산 본사 전경

◆ 국제유가, 높아도 문제 낮아도 문제…없으니까 이런 문제가

수많은 천연자원 가운데 ‘자원 그 자체’가 아닌 수많은 ‘종속변수’를 발생시키는 석유는 숱한 고갈론과 타(他) 자원 대체론 등에도 불구하고 그 위상이 굳건하다. 사실상 석유 전량을 수입하는 대한민국은 유가가 싸도 문제, 비싸도 문제다.

원유를 정제해 정유 제품을 수출하는 구조를 지닌 대한민국 석유산업은 현재 저유가 흐름에 신음하고 있다. 통상 정유 과정은 수입과 제품 출시 사이에 시간 간격이 긴 편으로, 국제유가가 낮아지면 정제마진이 필연적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규모의 경제 실현을 목표로 대한민국 화학 산업을 주름잡는 롯데케미칼, LG화학, 한화케미칼, SK케미칼, 금호석유화학 등의 기업은 최근 실적 부진에 몸살을 앓고 있다. 기초화학 분야의 업황이 극심하게 부진해 겪는 일이다.

이들 기업의 실적 부진을 분석하면 대부분 ‘정제마진 악화’라는 원인이 뒤따른다. 특정한 가격에 원유를 수입해 기술과 자본 등을 투입해 정유 제품을 만들어 판매하려고 해도, 그 사이에 국제유가가 하락하는 등의 변수가 발생하면 이윤을 창출하기 어려운 과정으로 설명할 수 있다.

유화 업계의 한 관계자는 “업황에 장사 없다”라는 말로 상황을 설명했다. 석유라는 제품을 둘러싼 가격의 흐름은 아무리 훌륭한 정제 기술이 도입된다고 하더라도 통제할 수 없는 영역이라는 전언이다.

이 관계자는 “100가지를 잘해도 한 가지를 잘못하면 그 과오만 부각되는 게 세상살이의 이치”라며 “마찬가지로 유화 산업이 초호황기를 맞이했을 때는 모두 ‘우리가 잘해서’라는 자화자찬이 따라왔지만 현재는 ‘국제유가 때문에’라는 분석으로 일관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사실 어떻게 할 수 없는 국제유가 때문에 업황이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며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R&D에 힘을 쏟아야 한다는 원론적인 대책이 지배적”이라고 전했다.

지금은 유가가 싸서 문제지만 한때 대한민국은 비싼 유가에 경제가 결딴날 걱정을 하기도 했다. 한창 경제개발에 집중하던 1970년대 중동 산유국들이 감산 정책으로 유가를 대폭 올린 ‘오일쇼크’가 대표적인 예다.

실제로 1973년 3.2%인 물가상승률이 1974년과 1975년에 걸쳐 연 25%로 대폭 상승했다. 그 부담은 고스란히 서민이 겪어야 했다.

대한민국이 죄가 있다면 석유가 나오지 않는다는 서글픈 현실로 볼 수 있다. 어떤 정치인의 말처럼 ‘대한민국의 경제가 언제 좋다고 한 적이 있었냐’고 묻는다면 그 이유는 석유에서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가스공사 대구 본사 전경
한국가스공사 대구 본사 전경

◆ 천연가스 직수입의 딜레마…경쟁하면 좋을 줄 알았는데 가격 인상 걱정

천연가스는 다행히 석유와는 달리 대한민국에서 나오는 자원이다. 울산 앞바다에 지은 동해 가스전은 2004년 채취를 시작해 올해까지 임무를 수행할 예정이다.

하지만 천연가스 또한 국내 생산량이 수요량을 따라가기가 턱없이 어려워 수입에 의존한다. 이 수입 과정은 가스가 공공재라는 측면에서 한국가스공사를 통한 도소매 방식으로 이뤄지다가 지난 1998년 직수입 제도가 도입됐다. 천연가스가 필요한 대량수요자에게 연료 선택권을 보장해 산업 내 경쟁을 촉진하고 민간사업자의 가스 인프라 투자를 통해 공공부담을 완화하겠다는 목적이다.

즉 이는 완전하지는 않지만, 민영화의 요소를 가미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과도한 직수입은 필연적으로 도시가스·전기요금 인상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쟁이라는 민영화의 긍정적 요소 대신 사업자들이 수익성 극대화를 통한 이윤 확대에만 골몰할 것이라는 우려다.

지난해 국정감사 당시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최인호 의원(더불어민주당·부산 사하구갑)이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LNG(액화천연가스) 직수입 신청물량은 전년(2017년) 463만t에서 2024년 974만t으로 2.1배 증가했다.

최 의원에 따르면 직수입 물량은 전체 LNG 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 2013년 3.5%에 불과했다. 하지만 2017년 12.3%까지 늘어난 후 오는 2024년에는 28.6%까지 증가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현재 직수입 구조는 온전히 민간사업자만의 영역이 아니다. 직수입 사업자들은 수익성 극대화를 위해 가격이 쌀 때는 직수입을 하고, 가격이 비싸지면 가스공사에 공급을 요청한다. 이에 2007년 말 GS칼텍스 등 3개사가 LNG 직수입을 포기, 가스공사가 96만t을 긴급 구매해 943억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했다는 지적이다.

즉 ‘기회주의’를 조장한다고 할 수 있는 이 같은 구조를 개혁해야 한다는 비판론이 꾸준히 제기된다. 그렇다고 직수입 제도를 인위적으로 제한을 하려니 전력시장 SMP(계통한계가격·System Marginal Price) 인하, LNG 도입 단가 하락 등의 긍정적 요인을 내다 버려야 한다는 부작용이 따른다.

일단 현행 체제에서 직수입제의 부정적 효과를 최소화하기 위한 방책으로 개별원료비가 연착륙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나온다. 현재는 개별원료비(직수입자 구매가)와 평균원료비(가스공사 공급가)가 공존하고 있어 이익에 따른 선택지 변경이라는 기회주의적 행태가 나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발전소 소재 지역이 어디에 있든, 그 지역에서 필요한 소비 물량이 어느 정도가 됐든 오로지 가스공사의 평균가격으로 적용되다 보니 오로지 평균가보다 저렴하면 세계 시장에서 비싼 LNG도 무차별적으로 수입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개별연료비 제도를 도입하면 ‘맞춤형 공급’이 가능해 가스공사가 손해를 메우는 일이 줄어들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러나 이 같은 시장 괴리감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컨트롤 타워가 제대로 가동돼야 하는데 현실은 녹록하지 않다. 지난해 9월 가스공사 정승일 사장이 산업부 차관으로 명함을 바꾼 뒤 5개월 동안 새로운 사장이 등장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1월 30일 예정됐던 공공기관운영위원회에서 2배수의 후보자를 선정하고 이달 말 임시 주주총회를 열어 신임사장을 선임할 예정이었다. 공운위에서 조석 전 한국수력원자력 사장, 강대우 동아대학교 교수, 김효선 북방경제협력위원회 위원 등 세 명의 후보를 선정하기로 했으나 이 과정이 더디게 진척된다는 전언이다.

일각에서는 후보선정을 다시 진행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여기에 가스공사 노조는 세 명의 후보 모두 부적합 인물로 규정해 반대 의견을 피력하고 있다.

가스공사는 정승일 전 사장을 포함, 지난 3명의 사장 모두 임기 3년을 채우지 못하고 떠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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