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건설·운영 허가 받아야 건설 지연 없어”
경주 방폐장, 80만 드럼 수용 목표로 처분시설 단계적 증설할 것
중·저준위에 중준위 없어...핵종 농도 기준치 마련 중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2단계 처분시설은 표층처분시설로 추진되며, 올해 안에 원자력안전위원회로부터 건설·운영 허가를 받으면 2021년 12월까지 준공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2단계 처분시설은 표층처분시설로 추진되며, 올해 안에 원자력안전위원회로부터 건설·운영 허가를 받으면 2021년 12월까지 준공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경주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장의 2단계 표층처분시설이 건설 인허가 과정에서 발목이 묶이면서 사업이 제대로 될지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애초 계획된 대로는 2016년 7월 전원개발사업실시계획 승인 취득, 2017년 12월 부지정지공사 완료 후 규제기관 심사를 거쳐 2021년 12월까지 건설을 완료하기로 했다. 하지만 아직 건설에 따른 인허가를 받지 않은 상태에서 예정된 사업 기간 내 건설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우리나라는 올해로 원자력 기술 개발을 시작한 지 60주년, 원전을 가동한 지는 41년이 됐지만, 발전 분야에 집중한 데 비해 상대적으로 방사성폐기물을 처분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았다. 투자 비용이 만만치 않은 데다 장기간 소요되는 사업이기에 정부·관계기관 등은 폐기물 처리 문제를 차일피일 미뤄왔다.

건설·운영 허가가 늦어지는 이유에 대해 업계 한 관계자는 “경주 지진 이후 원자력안전위원회가 가동 중인 전 원전의 안전정지유지계통에 대한 내진 보강으로 설계 기준값을 0.2g에서 0.3g으로 높이는 등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이 안전성 측면에서 예전보다 엄격한 기준에 따라 심사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원자력환경공단 관계자는 “원안위가 2단계 표층처분시설이 애초 계획한 대로 2021년 12월 준공할 수 있도록 올해 안에 인허가를 해줄 것인지가 관건”이라고 밝혔다.

1단계 동굴처분시설은 해수면 아래 지하 80~130m 지점에 직경 23.6m, 높이 50m 규모의 원통형 구조물 6개로 건설돼 총 10만 드럼의 방사성폐기물을 처분할 수 있다.
1단계 동굴처분시설은 해수면 아래 지하 80~130m 지점에 직경 23.6m, 높이 50m 규모의 원통형 구조물 6개로 건설돼 총 10만 드럼의 방사성폐기물을 처분할 수 있다.
국내에서 발생하는 방사성폐기물 중 사용후핵연료를 제외하고는 모두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에 해당한다. 방폐물을 처리하는 목적은 환경에 대한 방사능의 영향을 최대한 줄이는 데 있다. 이에 따라 고준위 방폐물을 제외한 중·저준위 방폐물은 경주 중·저준위 방폐장에서 처분되고 있다.

경주시는 우리나라가 1980년대부터 중·저준위 방폐장 부지를 구하기 위해 노력한 결과 2005년 11월 2일 처분시설 최종후보 부지로 선정된 지역이다. 이후 2007년 전원개발사업 실시 계획 승인을 받고, 2008년 건설·운영 허가를 받아 건설에 착수했다. 2014년 6월 30일 1단계 10만 드럼 규모의 중·저준위 방폐장 공사를 완료한 후 같은 해 12월 11일 원자력안전위원회로부터 사용 승인을 받았다.

원자력환경공단과 원자력안전기술원에 따르면 중·저준위 방폐장은 2015년 7월 최초 처분을 시작으로 운영 중이다. 총 운영 기간은 60년으로 계획됐으며 전체 처분시설은 총 80만 드럼을 수용할 수 있게 설계됐다.

1998년 9월 30일 제249차 원자력위원회에서는 방사성폐기물 관리대책을 의결하면서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은 2008년 준공을 목표로 표층처분 또는 동굴처분 방식을 선택, 1단계로 10만 드럼 규모로 건설하고 단계적으로 증설해 총 80만 드럼 규모로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마련한 바 있다.

이후 2004년 12월 17일 제253차 원자력위원회에서는 ‘단수 또는 복수의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영구처분시설 건설을 우선 추진해 2008년까지 완공’하기로 했다.

원자력환경공단에 따르면 우리나라 중·저준위 방폐물 발생 현황을 전망했을 때 ▲1단계 동굴처분방식으로 폐기할 중준위 방폐물은 약 4만 드럼 ▲저준위는 39만 드럼 ▲극저준위는 약 37만 드럼으로, 총 80만 드럼 규모의 방폐물 처분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방사성폐기물을 준위별로 안배해 처분할 수 있도록 1단계 동굴처분시설에 이어 2단계 표층처분시설 건설이 시급하다는 것이 공단의 설명이다.

2단계 표층처분시설은 약 6만7000㎡ 부지에 총 12만5000드럼을 처분하는 규모로 추진하고 있다. 2016년 부지의 조사·평가·설계·인허가가 진행됐고 2017년까지 부지설계와 조사 과정을 거쳤다. 애초 2020년 준공·시운전을 마무리할 계획이었지만 시기가 늦춰졌고 현재 2021년 12월을 준공 시기로 보고 있다. 하지만 아직 건설·운영 허가 취득을 위한 규제기관 심사가 진행 중에 있다.

2단계 표층처분시설이 건설되면 이후 단계적 증설을 통해 3단계 처분시설을 짓게 된다. 3단계는 매립형처분방식일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이외의 구체적인 계획은 아직 마련되지 않은 상태다.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에는 원자력시설에서 사용된 작업복, 덧신, 주사기, 각종 부품, 폐필터, 폐수지 등이 있고, 원안위고시 제2017-65호(방사성폐기물 분류 및 자체처분 기준에 관한 규정)에 따라 세부적으로는 방사능 농도에 따라 중준위, 저준위, 극저준위 폐기물로 나뉜다.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은 분류에 따라 처분방식도 별도로 규정돼 있다. ▲중준위 방사성폐기물은 심층처분·동굴처분방식 ▲저준위는 심층처분·동굴처분·표층처분방식 ▲극저준위는 심층처분·동굴처분·표층처분·매립형처분방식으로 폐기물을 처리해야 한다. 심층처분방식을 제외한 동굴처분·표층처분·매립형처분방식은 천층처분방식에 해당한다.

이외에 자체처분 허용농도를 넘지 않는 폐기물은 규제해제폐기물로 소각, 매립, 재활용 등을 거쳐 자체처분한다.

방사성폐기물 처리 기술의 기본 원리는 분리와 농축이며, 분리를 통해 농도가 기준치 이하로 낮아진 액체·기체 폐기물은 표면으로 희석·방출하고 농축된 것은 효율적인 보관관리를 위해 용량을 감소시켜 고체화한다. 실제 처리 방법은 방폐물의 방사능 준위, 물리적·화학적 상태, 함유한 방사성핵종 종류에 따라 최적의 방법이 선택된다.

경주 중·저준위 방폐장 1차 동굴처분시설은 중준위·저준위·극저준위를 모두 처분할 수 있는 시설이지만, 사실상 저준위·극저준위 폐기물만 처분되고 있다. 그 이유는 사일로에 방폐물을 처분할 때 제한하는 핵종 농도 최고 기준치가 있는데, 현재 새롭게 기준치를 높이기 위한 인허가 과정에 있어 중준위 방폐물은 원전 내 보관 중이기 때문이다.

이 역시 원안위의 승인을 남겨둔 상태로, 업계에서는 올해 7월쯤 인허가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편 방폐물 관리 시설에 대한 부지 선정 사업은 1986년 시작됐다. 원자력환경공단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당시 활성단층 발견 등 부지 안전성 문제와 지역주민 반발 등으로 선정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후 ‘지자체 자율유치’ 방침에 따라 전북 부안에서 방폐장 부지 신청을 했지만 홍보 미흡 등으로 무산됐다.

참여정부는 2004년 12월 중·저준위 방폐물과 사용후핵연료를 분리하기 위해 방사성폐기물 관리 대책을 변경했다. 2005년에는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의 유치지역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되면서 사업은 순탄하게 진행됐다. 특별법에 따라 처분시설에는 사용후핵연료를 제외한 중·저준위 방폐물만 반입하기로 했다. 그뿐만 아니라 유치지역에 양성자가속기 사업을 추진하는 등 정책이 눈에 띄게 전환됐다. 그 결과로 경주·군산·포항·영덕 등 4개 지역에서 유치 신청을 했고, 2005년 11월 2일 주민투표로 경주시가 중·저준위 방폐장 부지로 최종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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