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해 2019년 업무보고에서 에너지 전환을 위한 기반 조성의 일환으로 ‘녹색요금제’를 올해 하반기에 신설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녹색요금제는 신재생에너지 확대, 전기소비자의 소비주권 강화 차원으로 도입된 제도로, 미국이나 유럽 등에서는 이미 시행되고 있다. 일반 국민이나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신재생에너지 공급 확산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수요 차원에서의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꾀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최근엔 글로벌 기업들이 사용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겠다는 ‘RE100’ 캠페인에 참여하면서 국내에서도 기업 경쟁력 유지를 위해녹색요금제 도입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RE100에 참여하는 애플, BMW와 같은 거대 기업들이 재생에너지로 만들어진 부품을 하청업체에 납품하도록 요구하면서 국내 대기업들도 이 같은 요구를 피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 국내에는 어떻게 도입될까

국내에서도 2000년대 중·후반부터 녹색요금제에 대한 연구가 이뤄졌다. 한국전력공사가 2012년 전력산업인프라구축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지식경제부에 제출한 ‘전력산업 저탄소 녹색성장 추진비용에 대한 소비자 의식 및 지불의사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녹색요금제도는 “신재생에너지 산업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자발적 소비자 참여 제도”로 평가됐다. 다만 신재생에너지로 만들어진 전력의 가격이 일반 요금보다 더 비싼 탓에 이에 대한 수용성, 요금제 설계 등의 문제가 걸림돌로 여겨졌다.

그러나 이제는 전 세계적인 신재생에너지 확산과 RE100 등의 영향으로 녹색요금제 도입이 불가피하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위원은 “기업들이 실질적으로 녹색요금제를 필요로 하는데다 국회에서도 적극적으로 이를 밀고 있는 만큼 시행될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해당 요금제의 역할이 절대적으로 크지는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해외에서는 궁극적으로 재생에너지 수요 확대를 위해 녹색요금제가 도입됐지만, 현재 우리나라에서 도입하려는 녹색요금제는 RE100에 참여하려는 국내 기업들을 위한 방편에 그치는 제도가 설계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한 연구위원은 “(녹색요금제의) 핵심은 전력구매계약(PPA)을 체결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인데, 이는 한전의 독점을 깨는 것이라 이같은 제도가 만들어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현 전력 시장 구조에서는 소비자가 직접 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와 PPA를 체결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정부 관계자 역시 “녹색요금제는 사실상 기업들이 직접 발전사업자와 PPA 계약을 맺기보다 신재생에너지 발전단가에 해당하는 금액을 더 주고 기업이 사들이는 형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해외에선 어떻게

해외에서는 전력시장 내 여러 유틸리티, 전력사들이 참여·경쟁하므로 소비자가 자유롭게 공급자와 요금제를 선택할 수 있다. 미국의 경우 1993년 녹색요금제를 도입했다. 이후 2010년 기준으로 48개 주에서 녹색요금제를 시행, 860여개 유틸리티와 전력사가 참여하고 있다. 전력 판매 회사별로 차이가 있지만 미국의 녹색요금에 붙는 평균 초과액은 1~2센트/kWh 수준이다.

호주는 2000년 경 주 정부와 중앙 정부가 함께 호주 전역으로 녹색요금제(National Green Power Accreditation Program)을 도입했다. 2009년 기준 8개 주에서 30개의 전력회사가 이를 운영했으며 약 88만 참여자가 제도에 참여했다. 호주의 녹색요금제 평균 초과액은 2009년 기준 6.2센트/kWh 수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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