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장 38개 규모 ‘바람 발전’…관광 자원은 덤
지난해 이용률 34%, 경제성 확보 기준 20% 상회
투자비 회수에 8년 정도 걸릴 듯
예상발전량 연 8만8000MW 2만6000가구에 전력공급
3만9000t CO2 배출량 줄여

경북 경주시 경주풍력발전소 전경.
경북 경주시 경주풍력발전소 전경.

일기예보에 ‘삼한사미’라는 단어가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 겨울, 청정에너지로 주목받는 풍력발전소를 둘러보기 위해 경북 경주로 향했다.

경주풍력발전소를 운영하는 경주풍력은 한국동서발전이 대주주로 있는 특수목적법인(SPC)이다. 2개의 발전소 가운데 기자는 지난 2017년 12월 준공한 제2발전소를 찾았다.

제2발전소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관문산 자락 해발 600m에 있는 경주마우나리조트를 거쳐야 한다. 리조트 안쪽 길을 따라 끝까지 들어가자 차단기가 길을 막고 있었다.

안내를 맡은 오창욱 경주풍력 차장이 원격으로 차단기를 조작하자 그제야 차단기가 발전소로 가는 길을 열어줬다.

오 차장은 “약 2km의 진입로가 있고, 그 뒤로 2.5km 정도 직원들이 사용하는 인도가 연결돼 있다”며 “아직 관광단지를 조성하는 중이기 때문에 일반 차량은 진입을 통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까마귀 소리보다 작은 풍절음

생각보다 경사가 가파른 진입로를 오르다 보니 어느새 오른쪽으로 80m 높이까지 우뚝 솟은 9호기가 보였다.

제일 먼저 전망대로 기자를 안내한 오 차장은 “오늘은 바람이 좋다”고 귀띔했다.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던 시기였지만 마침 날씨가 좋아 제2발전소 뒤에 있는 제1발전소까지도 눈에 담을 수 있었다.

정비를 위해 잠시 멈춘 제2발전소 9호기를 제외한 15기의 경주풍력 발전기들이 힘차게 돌아가고 있었다.

발전소 곳곳에서 볼 수 있었던 형형색색의 바람개비들도 전력을 생산할 기세로 힘차게 돌고 있었다.

발전소 부지 내에 있는, 그야말로 풍력발전기 ‘바로 옆’에 있는 전망대였지만 생각보다 풍절음이 심하지 않아 오 차장의 설명을 듣는 데 전혀 무리가 없었다.

발전기에서 나는 소음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하기 위해 소리에 집중하자 먼 하늘에서 미세하게 정체 모를 소리가 들렸다.

그때 하늘 위로 비행기가 지나갔는데, 앞서 들린 소리가 완전히 묻혔다. 이따금 까마귀가 우는 소리에도 풍력발전기의 ‘소음’은 자취를 감췄다.

현재 풍력발전기에서 발생하는 소음을 관리하는 기준은 지난해 7월 환경부에서 마련한 저주파 소음 관리 지침 정도다.

독일, 덴마크, 네덜란드 등의 국가들은 1990년대 중반부터, 일본은 2004년부터 저주파 소음 관리를 위한 지침서를 마련했지만 국내에서는 여전히 해당 지침의 기준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오 차장은 소음 문제에 대해 “일반 공장이 지켜야 할 소음 기준에 비교해도 경주풍력은 기준치를 충족한다”고 자신했다.

▲소나무 1300만 그루와 맞먹는 환경효과

약 25개월의 사업 기간에 걸쳐 건설된 경주풍력 제2발전소를 건설하는 데 들어간 비용은 토목비를 포함해 총 580억원이다. 한 기당 약 65억원이 들어간 셈이다.

총부지는 27만4380㎡로, 이는 축구장 38개와 맞먹는 규모다.

오 차장은 “제1발전소는 미쓰비시(MHPS) 제품을 사용했지만, 제2발전소는 국내 기업의 제품을 쓰기 위해 유니슨 제품을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풍력발전기는 베이스와 타워, 넛셀(nacelle), 블레이드 등으로 구성돼 있다.

풍력발전기 외관은 크고 얄팍한 선풍기와 닮았는데, 선풍기에 비유하자면 베이스는 지지대, 타워는 몸통, 넛셀은 모터, 블레이드는 선풍기 날 역할을 담당한다.

이렇게 구성된 풍력발전기 한 기는 2.3MW 규모의 전력을 생산한다.

오 차장은 “이용률 27%를 기준으로 추산한 경주풍력단지 예상발전량은 연간 8만8000MW”라며 “이는 2만6000가구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규모”라고 설명했다.

이어서 “이로 인해 약 3만9000t가량의 이산화탄소(CO2) 배출량을 줄인다”며 “이는 20년생 소나무 1300만그루가 1년 동안 흡수하는 CO2와 맞먹는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제2발전소의 이용률은 34%였다. 다시 말해 지난 한 해를 100으로 놓고 봤을 때, 34만큼의 시간 동안 발전기가 돌아간 것이다.

이용률이란 바람 등 통제할 수 없는 부분까지 포함했을 때 풍력발전기가 실제 가동되는 비율로, 고장 등 통제할 수 있는 부분만을 고려하는 가동률과는 다른 개념이다.

경제성을 판단하는 기준이 되는 이용률이 20%인 점을 고려하면 좋은 성적표를 받아 든 셈인데, 경주풍력은 이 정도 실적이면 투자비를 회수하는 데 8년 정도가 소요될 것으로 판단했다.

▲타워 내부에 승강기…주요기기는 상부 ‘넛셀’에

오 차장의 안내를 받아 8호기 내부를 둘러볼 수 있었다. 내부를 둘러보기 위해 8호기에 접근하자, 블레이드가 돌아갈 때마다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났다.

최대한 비슷한 강도와 느낌의 소리를 찾는다면 줄넘기로 이단 뛰기를 할 때 나는 소리가 블레이드 돌아가는 소리와 비슷했다.

풍력발전기 내부에 들어서자 가장 먼저 기자의 눈에 들어온 것은 변압기와, 그에 연결된 15개의 굵은 전선이었다.

오 차장은 “넛셀에서 생산한 690V 전기를 한전의 배전 전압인 22.9kV로 공급한다”고 설명했다.

타워 하부 지름은 4.3m인데, 내부면적의 절반가량을 변압기가 차지하고 있어 생각보다는 비좁았다.

내부에는 2층으로 올라갈 수 있는 사다리가 설치돼 있었고, 사다리에는 오르내릴 때 안전고리를 결속하도록 장치가 돼 있었다.

2층에는 상부로 올라갈 수 있는 승강기가 있었는데, 아쉽게도 승강기를 타고 상부로 올라갈 수는 없었다.

아쉬운 마음에 승강기가 오르내리는 공간을 통해 위를 올려다봤지만, 80m 높이에 있는 넛셀은 그 위치를 가늠할 수조차 없었다.

경주풍력은 앞으로 발전소를 관광단지로 개발해 지역경제발전에 앞장서겠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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