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록 슈나이더 일렉트릭 코리아 & 몽골 대표
김경록 슈나이더 일렉트릭 코리아 & 몽골 대표

세계적인 컨설팅사인 맥킨지는 2017년 12월, 전세계 46개국 대상의 800개 이상 직업을 대상으로 보고서를 발행하면서, 4차 산업혁명으로 대표되는 첨단 기술의 발전에 따른 자동화로 인해 2030년까지 약 4~8억명이 일자리를 잃을 것으로 예상했다. 한국의 경우도 2030년까지 전체 일자리 25%가 자동화로 대체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러한 예측과 같이 일자리는 점점 줄어들지만, 역설적이게도 정작 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재는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4차 산업혁명을 이끌어갈 역량있는 인재가 부족한 것은, 기술 및 산업 변화의 폭과 속도가 예측 가능한 범위를 넘어선 데에 크게 기인한다. 이는 기업에게 큰 위협이지만 동시에 기회로도 작용할 수 있다. 기업의 조직과 프로세스 뿐만 아니라 인재의 역량마저도 혁신적으로 개발하는 기업이 시장에서 이기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자동차 산업을 예로 들어보자. 엔지니어링은 오늘날 제조 기업이나 공급업체의 핵심 경쟁력이지만, 미래의 모빌리티 비즈니스의 성공을 보장하는 기술은 아닐 수 있다. 새로운 비즈니스에서는 유효한 데이터 분석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이에 정통한 인재가 필요하다. 그러나 한국데이터진흥원의 '2017년 데이터산업 현황조사'에 따르면 빅데이터 인력 부족률은 37.6%로 매우 열악한 실정에 직면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선도적인 기업들은 기존 시스템에 디지털 기술을 접목하는 등 신기술 도입에 필요한 인재를 영입하고, 그들과 지속적 관계를 갖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선진적 인재 관리 방식을 통해 다양한 배경을 가진 최고의 인재를 유치하고, 모든 임직원이 지속적으로 파괴적 혁신을 체화하는 것이 기업 생존의 성패를 가른다는 것을 깊이 자각하고 학습 문화를 조성하고 있다. 또한, 인재들이 일과 개인적 삶을 동시에 잘 관리할 수 있도록 기업 문화를 유연하게 바꿔나가고 있으며, 그들이 새로운 경험을 쌓을 수 있는 업무 환경을 디자인 하고 있다.

필자가 속한 슈나이더 일렉트릭 역시 이러한 노력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기업 중 하나이다. 우선, 대학과 연계해 4차 산업혁명의 핵심 인재를 적극적으로 영입하고 있다. 프랑스의 캐로스 센터에서는 폴리테크 니스 소피아와 협력해 우수한 인재들이 학업 기간에 슈나이더 일렉트릭을 체험하고, 그들이 가진 지식을 펼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산학협력은 기업의 경쟁력 향상을 위한 필수적 활동이기 때문이다.

또한, 외부 인재 채용에만 의존하지 않고, 미래의 디지털 혁신을 이끌어갈 젊은 인재를 양성하는 프로그램도 마련했다. 슈나이더 일렉트릭의 EGP(Energy Generation Program)를 통해 입사한 인재는12-18개월 동안 2-3개의 부서를 집중적으로 경험하고, 해외 파견 근무 및 멘토링 프로그램을 통해 시야를 넓히고 학습을 가속할 기회가 주어진다. 즉, 인재의 역량 개발을 최대한 가속하여 기업의 인재 수요를 충족시키는 시스템을 갖추어 나가고 있는 것이다.

또한 경험을 쌓아 한창 능력을 발휘할 때 쯤 되면 육아 등의 이유로 사장되고 마는 여성 인력을 고급 인재의 풀로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다양한 유연 근로 제도도 운영한다. 우선, 글로벌 패밀리 리브 정책을 시행하면서 직원이 가족과 함께 인생의 중요한 순간을 함께 보낼 수 있도록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또한, 유연근무제와 재택근무제, 무급휴직제도 등을 통해 직원 개개인이 최적의 상태에서 역량을 마음껏 발휘하면서, 가족에 대한 의무도 다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우리나라 정부도 이와 같은 흐름에 동참하고 있는 것은 반가운 소식이다. 지난 12월, 정부가 4차 산업혁명에 따라 늘어날 고급 인력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2023년까지 창의인재 1만명을 육성하는 '4차 산업혁명 선도 인재 집중 양성 계획(2019~2023)'을 발표했다. 소프트웨어와 인공지능 등의 분야에 턱없이 부족한 실무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것으로, 프랑스 소프트웨어 교육기관인 '에콜 42(Ecole 42)’을 벤치마킹한 '이노베이션 아카데미'도 설립할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우리가 명심해야 할 것은,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은 모든 공정의 자동화가 아니라 그를 통해 인간 만의 고유 능력을 확장할 기회라는 것이다. 인류와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는 단순히 ‘기술’만을 갖춘 인재가 아니라 인류와 기업이 처한 다양한 도전에 대해 폭넓게 보고 사고할 줄 아는 ‘지성’을 갖춘 인재가 필요하다. 정부와 기업 모두 이제 새로운 시대의 요구에 부응하는 인재를 찾고, 개발하고, 유지하기 위한 새로운 실험들에 동참해야 할 것이다.

슈나이더 일렉트릭 코리아 & 몽골 대표 김경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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