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7년은 짧지 않았다. 2011년 11월 11일, 정부는 서남해 해상풍력 개발사업을 공식 발표했다. 기억하기 참 좋은 날짜다. 풍력업계와 지역 어민 간 갈등이 빚어진 일자이다. 이 세월 동안 아이러니하게도 갈등을 풀기보다 각자 입장을 관철하기 위해 서로는 서로를 알아야 했다. 풍력은 어민의 바다를, 어민은 풍력의 바다를 이해해야 했다. 평시(平時)보다 전시(戰時)에 상대방 진영을 더 살피는 이유와 같다. 서로 바다를 가운데 두고 대척점에서 좋든 싫든 그들이 인연을 이어갔다.

최근 국회에서 열린 관련 세미나에선 양측은 마치 서로가 어떤 주장과 반응을 할지 알고 있는 듯했다. 지난 7년간 자기 자리를 지킨 자들이 마주했다. 한쪽이 자료를 제시하면 상대편이 적확한 반박자료를 내놓았다. 양 측은 다소 격한 발언에도 쉽게 흥분하지 않았다. 스스로 자제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특히 바다에서 어업에 종사하는 어민 대표들은 이제 풍력 분야에 대해 다소 일가견이 있어 보였다. 한 어민은 정부가 지역과 각 부처 간 의견 수렴을 다소 간소화할 수 있는 전원개발 촉진법을 활용해 실증단지(60㎿)를 건설한 데 불만을 표시했다.

이후 전원개발 촉진법 적용 시 주민 의견을 반영토록 관련 법이 개정된 후 마치 ‘부메랑’처럼 반대가 더욱 거세졌다고 비난했다. 유독 해외사례에 의지해 사업 타당성을 주장하는 풍력업계에도 우리 바다에 대한 더욱 정밀한 현장 조사를 요구하는 등 분명 일리 있는 논지를 펼치고 있었다. 반면 풍력업계와 관련 공공기관도 어업과 공존하기 위해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고자 지속해서 조사·연구를 하고 있었다.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분명 아무 진척 없는 나날들 속에서도 서로에 대한 이해가 더욱 고도화(?)되고 있다는 건 맞는 듯하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자리를 지켰던 건 아닌 듯하다. 근래 풍력산업 활성화를 위한 간담회에서 정부 관계자는 ‘탄소발자국’을 제시했다. 풍력 제조업체에 제품 생산 시 발생하는 탄소 등 온실가스 발생량을 확인하라는 주문이다. 분명 좋은 제도지만 국내 시장이 열리지 않을 경우, 당장 탄소발자국을 확인할 제조사들이 쓰러질 수 있는 백척간두(百尺竿頭)에 놓인 현재 시점에서 너무 뜬금없는 제안 아닌지 묻고 싶다. 사실 실정에 대한 ‘감’을 잃은 게 아닌지 궁금하다. 무엇보다 지난 세월 동안 정부는 이 산업을 지키기 위한 ‘누군가’를 남겨놓았는지 알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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