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배 건국대학교 교수
박종배 건국대학교 교수

1905년 창업해 114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미국의 대표적인 전력회사 가운데 하나인 PG&E(Pacific Gas & Electric)가 이달 29일께 파산 보호신청을 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는 캘리포니아 수사 당국이 2017년 10월에 발생한 18건의 산불이 PG&E의 전선이 화재를 촉발한 것으로 결론을 내렸기 때문이다. 강풍 등으로 고압전선이 끊어져 발화의 원인이 되었다고 한다.

당시의 캘리포니아 화재로 22명이 사망했고, 3256개의 건물이 소실되고, 809km2 면적이 피해를 입었다. 또한 수사 당국은 86명의 사망자를 낸 작년 11월 캘리포니아 산불에 대해서도 PG&E 고압전선이 발화의 원인인지를 조사하고 있다고 전해진다. 이로 인해 PG&E는 각종 손해배상 소송에 직면해 있고, 화재 배상책임액이 300억 달러 이상이 될 것으로 추산하였다. 해당 기업의 주가는 1년 전 대비 약 80% 이상 하락해 현재의 상황을 대변하고 있다. 이에 포브스는 기후변화 및 지구온난화가 전력사업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 대표적인 사례로 언급하고 있다.

한편 2011년 동일본 대지진과 해일로 인한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여파는 현재 진행형이다. 방사선물질 오염수는 거의 100만톤에 이르고 있고, 바다로 직접 방류를 포함한 처리 방안을 찾기 위하여 골머리를 앓고 있다.

폐로, 각종 손해배상, 오염제거 등을 포함한 후쿠시마 원전의 피해 금액은 당초 예상인 5조엔(50조원) 수준을 훨씬 넘어 220조를 상회하고 있고, 향후 얼마나 더 늘어날지 예측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일본을 대표한 동경전력은 사실상 파산돼 2012년 국유화 됐다. 현재는 지주회사와 3개의 자회사, 화력 및 연료조달회사, 송배전회사, 전력판매회사로 분할됐고 대주주는 원자력 손해배상 지원기구이다. 2020년에는 발전과 송배전회사가 분할될 예정이다.

자연재해로부터 시작된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동경전력은 국유화, 회사의 분할의 과정을 거쳐 일본의 전력산업 개편까지도 가져오게 했다.

미국과 일본이라는 대표적 선진국에서 발생한 두 가지 사고는 기후변화와 자연재해가 전력사업에 직접적이고 치명적인 영향을 끼친 대표적인 사례로 인용될 것이다. 이는 전력사업을 운영함에 있어 새로운 거대한 위험 요소가 나타난 것을 의미하며, 그 영향은 전력회사의 운명을 좌우할 수도 있다.

캘리포니아 산불과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또 하나의 교훈은 중앙집중형 전력시스템의 한계를 극명하게 보여 준다는 것이다.

예측 불가능한 비선형성과 극단적 패턴을 보이고 있는 이상기후와 자연재해라는 환경에서는 대규모 원전, 석탄, LNG 가스복합, 고압 송전망 등으로 구성되는 중앙집중식 시스템은 신뢰성, 안정성, 방재 복원력(Resilience) 측면에서 매우 취약하다.

반면에 보다 가벼운 소규모 신재생, 열병합발전, 마이크로그리드, 자가발전 등과 같은 분산시스템이 기업의 지속성을 높일 가능성이 크다.

제반 위험이 체계적으로 고려되지 않은 비용의 최소화에 목표를 두고 설계된 기존의 중앙집중형 전력시스템의 재설계와 전격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이는 한전으로부터 물적 분할된 발전자회사의 구조도 포함된다. 현재는 원자력, 석탄, LNG 복합 등 대규모 발전설비의 연료 구입에서부터 운용, 폐지 및 폐로 과정의 모든 불확실성과 위험이 한국전력에 직접 영향을 끼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건설과 운용 및 사후 관리 기간이 매우 긴 원전과 화력발전 사업에 대해 많은 해외 전력회사들이 제3의 독립발전사업자(IPP)를 선정하여 건설, 운용 및 보수, 폐로 및 폐지를 전담케 하는 이유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극단적인 이상기후와 자연재해가 빈번해지고 불확실성이 매우 커진 현재, 우리나라의 전력사업을 집중화 구조로 갈 것인가 아니면 분산화 구조를 선택할 것인가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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