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기업’ 넘어 ‘가치기업’으로 정체성 확장”

슈나이더 일렉트릭 코리아 김경록 대표가 기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슈나이더 일렉트릭 코리아 김경록 대표가 기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글로벌 기업 슈나이더 일렉트릭은 에너지 관리‧자동화 전문기업으로 디지털 변환시대 대표적 리더 중 하나다. 김경록 대표는 산업계의 패러다임이 바뀌기 시작한 2013년부터 슈나이더 일렉트릭 코리아를 이끌고 있다. 슈나이더에서 2000년 세일즈 엔지니어로 시작, 올해로 입사 19년차가 됐다. 변화의 과도기에서 기업을 이끌고 있는 김경록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 대표에 취임한 지 올해로 6년째가 됐다. 그간 대표로서 당면했던 과제는 무엇인가.

- 대표에 취임했던 2013년은 제조업계에 새 바람이 불기 시작한 때다. 디지털 변환 시대의 태동기로 기존 기술이 다변화되기 시작했다. 지금은 기반 기술이 된 사물인터넷(IoT)에 대한 인식도 당시에는 추상적이었다.

큰 변화를 앞두고 조직의 기초체력을 미래형으로 바꾸는 것이 가장 큰 과제였다. 조직이 융‧복합에 용이하게 움직이는 데 초점을 뒀다. 앞으로 성장이 얼마나 잘 융‧복합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내느냐에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우선 제품‧기능 위주로 세분화됐던 조직 구조를 다양한 기능이 어우러지는 디지털화를 위해 통합적으로 개편했다. 직원 개인이 갖고 있는 업무적 경험들이 교차될 수 있도록 하는 ‘역량의 융‧복합’에도 신경 썼다. 지속가능한 기업이 되기 위해 파트너 네트워크를 만들어 생태계를 만드는 데 힘쓴 것도 같은 맥락이다.

영업적으로는 슈나이더의 IoT 기반 개방형 플랫폼 ‘에코스트럭처’를 국내에 소개해 도입시키는 것이 중요했다. 고객의 환경에 맞는 컨설팅과 영업을 지속해 에코스트럭처에 대한 인지도는 물론 고객층 역시 넓어지고 있다.

‣ 대표를 맡은 이후 특별히 기억에 남는 일이 있나.

- 크게 세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2015년 한국이 중국을 제외한 아시아 14개국 중 전사업 매출 1등을 차지한 것이다. 4위에 머물렀던 이전과 비교해 큰 성장이었다. 모든 직원들과 함께 땀 흘리며 일했던 것을 보상받는 기분이었다. 아직도 그때의 감정이 생생하다.

힘든 시기를 무사히 극복했을 때도 기억에 남는다. 국내외 경기가 나빠지면서 슈나이더 일렉트릭 코리아 전체 매출의 1/3을 차지하던 조선, 해양, 해외건설 부문이 큰 타격을 입었다. 밑바탕이 사라진 셈이었다. 모든 촉수를 세워 ‘회복 탄력성’이 생기도록 체질을 개선하고 사업을 다각화해 위기를 잘 넘겼다.

마지막은 슈나이더 일렉트릭의 정체성을 확장시켰다는 것이다. 특정 에피소드는 아니지만 가장 뿌듯한 성과 중 하나다. 이전 슈나이더의 정체성이 단순히 ‘기술회사’에 국한됐다면, 이제는 그간 CSV(Creating Shared Value) 등 사회공헌 활동을 펼치고 국내에 실질적인 기술을 전수해 상생을 도모하는 등 ‘가치기업’으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슈나이더가 ‘가치기업’일 때 지속가능한 성장이 담보된다고 본다.

‣ 글로벌 기업의 리더가 보는 시장의 현재는 어떠한가.

- 국내 시장은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으로 사업하기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경쟁국들의 부상과 중동 정세의 악화로 수출시장마저 어렵다. 그러나 에너지 기업들에는 기회가 될 만한 흐름도 읽힌다.

친환경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환경기술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늘어나는 환경 규제로 기업들은 친환경적이며 경제적인 기술과 제품을 원하고 있다. 또 다른 시장이 생겨난 셈이다.

‘효율화’에 대한 수요도 높아지고 있다. 최적화를 통해 기존 자산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다. 에너지 저감 정책으로 생산성은 높여야 하는데 전력 소모는 줄여야 한다. 이러한 에너지 관리에 대한 수요는 점차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 역시 신시장이다.

두 블루오션에 성공적으로 진입한다면 에너지 기업들은 경제위기에도 호재를 외칠 수 있는 기회를 맞게 될 것이다.

슈나이더 일렉트릭 코리아 김경록 대표.
슈나이더 일렉트릭 코리아 김경록 대표.

‣ 슈나이더 일렉트릭 코리아의 올해 타깃 시장은 어디인가.

- 우리나라는 다른 국가들에 비해 동일한 목적으로 같은 부하를 사용한다고 볼 때 낭비되는 에너지가 상당히 많다. 이는 국부의 손실이다. 현재 에너지 정책 논의가 에너지 가격과 비용 위주로 흘러가는데, 핵심은 실질적으로 에너지 소비를 감축할 수 있느냐에 맞춰져야 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따라서 슈나이더는 에너지 다소비 분야인 데이터센터, 반도체 디스플레이, 상업용 빌딩, 병원 등에 집중할 예정이다. 에너지 관리 전문기업에 가장 매력적인 시장이며 슈나이더의 솔루션이 가장 빛을 발할 수 있는 분야기도 하다.

‣ 지난해와 비교해 사업적으로 주목할 만한 포인트는 무엇인가.

- 해양플랜트 전문기업 KTE와 합작 법인 ‘Schneider-KTE’를 설립해 시장을 공략할 예정이다. 이 합작법인은 국내 고객만을 위해 슈나이더의 중저압 배전반 모델을 제조하는 전용 생산 기지 역할을 하게 된다. 슈나이더의 다양한 제품군, R&D, 영업 역량에 KTE의 제조, 엔지니어링 역량을 더해 대형 플랜트와 EPC 전용 제품들을 선보일 예정이다.

글로벌 기술력이 응축된 최첨단 지능형 배전반 등을 국내에서 직접 생산하게 돼, 국내 기업들은 고품질의 제품을 이전보다 경쟁력 있는 가격에 구매할 수 있게 된다.

세계 시장에서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한국 시장에 대한 투자며, 높은 기술 수준을 보유한 국내 고객을 만족시키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기도 하다.

‣ 올해 새롭게 선보일 제품들은 어떤 것들이 있나.

환경과 안전에 부합하는 제품들이 다수 준비돼 있다.

먼저 늘어나는 환경 규제에 고객이 대응할 수 있는 제품들을 선보일 계획이다. 최근 IMO(국제해사기구)의 황산화물 규제에 대비해 ‘스크러버(Scrubber) 제어’ 솔루션을 국내에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 스크러버는 배기가스정화장치로 황 성분을 제거해준다.

인명과 재산피해를 낳는 안전사고를 줄이기 위한 슈나이더의 솔루션 영업도 강화할 방침이다. 슈나이더는 기계안전, 공정안전, 사람안전 등 현장 안전을 높이기 위한 솔루션들을 다수 갖고 있다. 대표적으로 증강현실(AR) 솔루션 ‘에코스트럭처 아규멘티드 오퍼레이터 어드바이저(EcoStruxure Augmented Operator Advisor)’가 있다. 이는 위험한 장비의 내부를 열어보지 않고 안전하게 기계 내부를 살펴볼 수 있게 해준다. 위험 지역에서 AR 솔루션을 적용해 작업자의 안전을 확보할 수 있다.

‣ 남북화해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슈나이더는 이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나.

- 상당히 가슴 설레는 일이다. 산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본다. 새로운 시장은 물론 대륙 규모의 경제‧에너지 존(zone)이 형성될 수 있는 기회기 때문이다. 경제협력의 대상을 북한뿐 아니라 동북아로 시각을 넓힐 수 있다. 동북아의 무게중심이 기존과 달라져 한국 역시 이를 도약의 기회로 삼을 수 있다.

이러한 협력 공동체가 구축될 경우 시너지를 극대화하기 위해 해결할 과제가 생긴다. 표준규격이 대표적 문제다. 현재 나라마다 전력망과 인프라 등 전기 관련 표준이 달라 하나의 존(zone)으로 기능하기에 어려운 점이 있다. 슈나이더는 그간 국제표준(IEC) 기술위원회에서 의장을 맡는 등 중심적 역할을 해온 경험을 살려 여러 국가들이 진보되며 통일된 규격을 도입하는 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또 한국이 동북아 등지로 넓어지는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표준화 작업에 아낌없는 조언을 할 것이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 슈나이더는 항상 한발 앞서 시장을 이끌어왔다. 산업계 최초로 오픈형 인터넷 프로토콜 PLC를 개발했고 물리적 자산에 센서를 부착하는 방식으로 IoT를 처음 출시하기도 했다. 신뢰와 인정을 받는 ‘기술회사’이지만 이제는 ‘가치기업’으로 발돋움하려한다. 생태계를 구축해 공생하고 다양성을 실천하는 기업문화로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아낌없이 투자할 것이다.

◆프로필

▲1995~2000년 ABB 필드 서비스 엔지니어&프로젝트 매니저

▲2000~2004년 슈나이더 일렉트릭 코리아 세일즈 엔지니어

▲2004~2008년 슈나이더 일렉트릭 코리아 선박, 해양 부문 세일즈 매니저

▲2008~2010 슈나이더 일렉트릭 코리아 빌딩 비즈니스 부사장(VP)

▲2010~2012 슈나이더 일렉트릭 아태지역 고객만족 부문 수석부사장(SVP)

▲2012~2013 슈나이더 일렉트릭 글로벌 오퍼레이션 고객만족 부문 수석부사장(SVP)

▲2013.04~현재 슈나이더 일렉트릭 한국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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