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메이저3사 “시장상황에 따라 인상은 어렵다”
설치협력사 “요구 관철되지 않으면 단체행동 나설 것”

올해 승강기 설치도급비의 인상여부를 두고 외국계 기업과 협력사간 줄다리기가 팽팽하다.

도급비 인상을 요구하는 협력사와 달리 외국계 기업은 내려야 한다고 맞서고 있어 타협점을 찾지 못한 채 갈등의 골은 깊어지는 모양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티센크루프, 오티스, 미쓰비시엘리베이터 등 외국계 메이저기업 3곳은 아직까지 설치협력사들과 올해 도급비 협상을 마무리 짓지 못했다. 보통 연말쯤 도급비가 결정되는 예년과 달리 2019년도 도급비는 해를 넘겼음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협상이 지지부진한 상태다.

설치 업계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최저임금인상과 물가상승, 근로시간단축, 건설현장 근무환경 악화 등을 이유로 올해 도급비를 전년 대비 15% 가량 인상해줄 것을 요구해왔다.

하지만 메이저 승강기 기업들은 난색을 표했다. 최근 5년간 꾸준하게 설치단가를 인상해줬고, 올해 건설경기가 악화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에 인상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시장상황이 나빠지고 있어 대-중소기업 상생을 위해 오히려 도급비를 인하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특히 업계 맏형격인 현대엘리베이터가 지난해 12월 자사 협력사들과 도급비 4.3% 감축안에 동의하자, 상황을 지켜봐 온 외국계 기업들 역시 도급비를 삭감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분위기다.

현대 다음으로 설치규모가 큰 티센크루프의 경우 아직까지 구체적인 협상계획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티센크루프의 설치협력사 종사자는 1300여명에 이른다. 회사 측은 시장에 형성된 가격을 지켜본 후 협상에 나설 예정이라고 전했다.

안용진 티센크루프 서울설치본부 상무는 “올해 건설경기 하락으로 인해 승강기 발주물량이 급감할 것으로 예상되고, 최근 5년간 매년 도급비를 올려왔기 때문에 올해 인상은 쉽지 않을 것 같다”며 “우리는 설치 업계와 상생하기 위해 3년간 200여명의 인력을 업계에 배출하는 등 많은 지원을 해왔다. 올해는 함께 노력해야 할 시기”라고 말했다.

티센크루프에 따르면 2014년 5%를 시작으로 2015년(15%), 2016년(10%), 2017년(5%) 2018년(10.3%)까지 매년 도급비를 인상했다. 여기에 스마트공장 구축을 통해 생산성을 올려 승강기 설치시간을 단축하는데도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오티스와 미쓰비스도 상황은 비슷하다. 경쟁사가 도급비를 내렸기 때문에 시장논리에 따라 인상명분은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두 회사 모두 아직까지 구체적인 협상계획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3사 모두 1월 승강기 설치공사비용은 지난해와 같은 도급비로 발주를 내고 있는 상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2년간 건설업계 호황으로 승강기 메이저기업들의 요청에 따라 설치인력을 대거 충원했는데 올해 도급비 인상이 이뤄지지 않으면 많은 종사자들이 일자리를 잃을 수밖에 없다”며 “도급비 인상이 관철되지 않는다면 최악의 경우 단체행동에 나설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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