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상풍력과 어민 상생 방안 논의
추진 여부보다 절차상 문제 초점

청중으로 있던 이승은 수산영어 조합법인 대표가 '서남해 해상풍력'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 대표는 한해풍과 협력을 거부하는 의사를 여러 번 표현했다
청중으로 있던 이승은 수산영어 조합법인 대표가 '서남해 해상풍력'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 대표는 한해풍과 협력을 거부하는 의사를 여러 번 표현했다

처음부터 날 선 신경전이 펼쳐졌다. 어촌계 단체 대표들은 단체 기념촬영을 함께 하자는 국회의원 측의 요청을 일언지하 거절했다. ‘서남해 해상풍력 사례를 통해서 본 해상풍력발전과 어민 상생방안’이란 세미나 명칭 역시 불쾌해했다. 이미 해상풍력 사업추진을 전제로 논점을 끌고 가려는 투라는 이유였다. 중간중간 고성(高聲)이 오갔다.

최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서남해 해상풍력 사례를 통해서 본 해상풍력발전과 어민 상생방안’ 세미나 전경이다. 실상 2011년 서남해 해상풍력 사업 확정 이후 정부·풍력업계와 현지 주민·어업인들 간 현장 갈등을 그대로 압축해놓은 듯한 상황이었다. 감정의 골과 좁혀지지 않는 태도 역시 여전했다. 달라진 게 있다면 예전처럼 해상풍력 자체 찬반에 집중되기보다는 그간 사업 추진 과정에서 미비한 주민 의견 수렴절차와 미흡한 국내 수산자원 연구 등도 함께 도마 위에 올랐다는 점이다.

세미나는 에너지전환포럼이 주관하고 김성환, 김현권, 이원욱 국회의원이 주최했다. 주요 발표는 ▲재생에너지 3020 비전과 해상풍력 사업추진 현황(김성훈 한국에너지공단 신재생에너지정책실 실장) ▲해상풍력과 수산업 공존모델 개발(강금석 한국전력공사 전력연구원 부장) 등이 있었다. 강금석 부장은 이 자리에서 공존모델에 대한 R&D 진행 결과, 해상풍력단지에 어초·어패류 등이 자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는 결론을 밝혔다.

이후 토론에는 표재금 서남해 풍력 피해 대책위원회 위원장, 박용주 한국해양과학기술원 통영 해양생물자원기지 기지장, 최만수 녹색에너지연구원 풍력센터장, 차동렬 한국풍력산업협회 실장, 허영훈 수협중앙회 어촌지원부 부장, 양이원영 에너지전환포럼 사무처장이 참석했다. 좌장은 이성호 에너지전환포럼 정책대응분과장이 맡았다. 이성호 분과장은 토론 중간중간 발언 기회를 기다리지 않은 어촌계 대표들로 인해 진행이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토론에서 허영훈 수협 부장은 “해상풍력을 두고 양측 간 인식 차가 이렇게 날 수 있는지 놀랍다”며 “어업인들의 기본적인 입장은 결사반대”라고 강조했다. 그는 해상풍력과 어민 상생방안 이전에 서남해 해상풍력 사업의 필요성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허 부장은 “국내 해양 수산자원에 대한 연구조사가 미비하다. 서남해는 우리나라 수산자원 보고”라며 “장기적으로 해양환경 영향 조사를 해야 한다. 이번 주제 발표나 다른 전문가들도 영국과 독일, 덴마크 등 해외 사례만 열거하고 있다. 해외와 국내 연안 환경이 같을 수 없다. 우리나라 서해안 연안에는 어종이 풍부하다. 국내 수산자원에 대한 연구가 부족하다”고 말했다.

이어 “사업 타당성 역시 사업자 입장만 따졌을 뿐 어민 처지에선 경제성 분석결과가 없다. 발전기금을 악용해 주민 간 갈등만 조장하는 등 지역 문제를 양산하고 있다”고 일갈했다.

청중석에 있던 이승은 전북 수산영어 조합법인 대표는 “마치 해상풍력 개발로 보상을 받아야 주민들이 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실제 착실한 어촌계 주민들은 경제 상황이 나쁘지 않다. 결코, 보상을 바라지 않는다”며 “서남해 앞바다는 물고기 어장이 아니라 꽃게나 주꾸미 등 저서생물이 있는 지역이다. 부안 수협만 해도 연간 1500억 판매실적이 있다. 만약 풍력단지 조성으로 해양환경이 달라져 수산자원이 훼손될 경우 이 같은 보상이 가능하겠는가”라고 물었다.

또 “산업부가 전원개발촉진법으로 1단계 사업을 시행한 후 지역 해경과 어민도 모르게 풍력단지 근처에 통항 금지를 적용했다. 사실 개인적으로 이때부터 해상풍력단지 개발을 막아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비판했다.

역시 청중석에 있던 이우현 부안수협 문포어촌계장은 “독일, 영국 등과 달리 우리 어장은 황폐해지지 않았다. 자꾸 이런 토론, 세미나 등을 통해 언론에 서남해 어장 황폐화 등 잘못된 사실을 전달하지 말라”고 요구했다. 이어 “최초 1단계 사업은 환경영향평가가 필요한 100㎿ 사업이었다. 하지만 (평가가 쉽지 않아) 2014년 규모를 92.4㎿로 낮추었고, 이후 국내 터빈업체들이 발을 빼면서 60㎿까지 낮아졌다. 이 같은 정황을 사실대로 얘기해야 한다”고 비난했다.

사업자인 한국해상풍력에 대한 불만도 토로했다. 이우현 계장은 “초기 사업에서 설명회를 할 때 주민 대표들을 모두 모아놓고 설명회를 하든 해야 했지 개별적으로 주민을 찾아다니는 등 마치 게릴라 작전을 쓰는 양상”이라며 “또 과거 단순 어민대표와 간담회를 마치 사업설명회를 시행한 것처럼 산업부에 보고한 정황도 있다”며 한해풍의 신뢰성에 의문을 표했다.

◆ 한해풍, "내년 초까지 환경모니터링 실시"

반면 해상풍력·어업 공존모델 도입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하지만 해상풍력 자체를 반대하는 어촌계 대표들과는 접점을 찾기 어려웠다. 패널 중에는 이 같은 토론회가 무슨 소용이 있냐는 푸념도 나왔다.

표재금 서남해 풍력피해 대책위 위원장은 인근에 있는 영광원전 등과 관련해 원전 반대에 대한 국민 정서와 원전 온배수 피해 등을 거론하며 “해상풍력과 수산업이 공조하는 모델을 만들어 내야 한다. 어민들 역시 과거 전문어업에서 양식어업으로 전환해 미래 수산업을 육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용주 해양과학기술원 통영 해양생물자원기지 기지장은 과거 장기 사업으로 충분한 이익을 거두는 사업자 대비 어민·지역주민들은 단편적인 보상만 얻는 접근방법이 횡행했다고 밝혔다. 자금력을 동원한 접근방식을 지양하고 초기부터 개발과 어민 사업이 공존하는 모델을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차동렬 풍력산업협회 실장은 “사업 자체를 주민이나 제조사 때문에 안된다고 일방적으로 몰고 가서는 안된다. 사실을 토대로 양측이 토론하며 공부하다 보면 좋은 접점을 찾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양이원영 포럼 사무처장은 “덴마크 등 몇몇 국가는 풍력이 경제에 지대한 기여를 하고 있다. 재생에너지를 통해 청년들의 일자리 문제뿐 아니라 더 크게 원전과 석탄발전 등으로 인한 생태계 파괴 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며 “강금석 한전 박사가 그간 막대한 비용을 들여 R&D를 한 결과, 해상풍력단지에 어초와 어장이 형성될 수 있다는 결론을 가지고 왔다. 아직 보완이 필요하나 이를 확인해 상생방안을 마련할 수 있지 않겠나”라고 제안했다.

다만 이에 대해 허영훈 수협 부장은 “너무 한쪽만 바라본 견해다. 바다조업을 할 수 없을 경우 그만큼 어촌계 일자리는 사라진다. 어초나 어장 조성 역시 확실히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다”고 반박했다.

청중석에 있던 정익중 한국해상풍력 본부장은 “현재 60㎿ 실증사업에서 400㎿ 시범사업을 진행해야 우리 기업들이 본격적인 실적을 쌓을 수 있는 시장이 조성된다. 단지 항해금지는 안전을 위한 조치였다. 단지 내 안전한 항해방안을 고안하는 중이다. 통항기준을 올해 상반기 내 나올 예정이다. 또 가장 궁금해하시는 환경 변화 부분 역시 자체적인 환경 모니터링을 내년 초까지 시행하고 있으니 결과를 지켜봐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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