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양호 교수의 월요객석) 정부조달정책과 기업성장의 선순환을 기대하며
작성 : 2019년 01월 03일(목) 09:32
게시 : 2019년 01월 04일(금)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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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돼지의 해, 기해년 새해가 밝았다. 올 한해에도 풍성한 결실을 맺도록 알찬 계획을 수립하고 실천하리라 다짐해 본다. 정부도 470조원 규모의 예산을 통해 새해 살림을 준비하고 있다. 정부예산은 필요한 물품 구매에도 사용되는데, 정부와 공공기관의 연간 조달규모는 125조 원에 이른다. 현재 조달청 나라장터에는 35만 개의 조달기업과 5만 5000개 공공기관이 등록돼 있다. 이젠 정부조달 기능이 공공기관이 필요로 하는 물품을 적절히 조달해 주는 소극적 기능에만 머물러 있어서는 안 된다. 정부조달이 성장 가능성이 큰 중소기업을 판로 측면에서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역할도 수행해야 한다. 이는 우리 경제의 최대과제인 일자리 창출과 기업의 성장 사다리 복원을 위해서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몇 가지 측면에서 조달정책을 보강하면 좋겠다.
첫째, 시장에서 충분한 검증을 받지 못한 벤처창업기업 제품에 대한 조달시장 접근성을 높여가야 한다. 벤처 창업기업들에게 조달시장 문턱은 여전히 높다. 조달시장 접근을 위해서는 건전한 재무상태와 최소한의 판매실적 요건을 충족해야 하기 때문이다. 정부 구매제품에 대한 최소한의 품질 확보방안이란 측면에서 이해가 되지만 발상을 바꾸어 이 문제를 보면 어떨까. 벤처기업의 신기술제품이나 융합제품처럼 성장 가능성이 큰 제품들을 정부가 품질을 확인하고 검증된 제품을 앞장서 구매해 주는 것이다. 그럼 정부조달이 초기기업 성장에 디딤돌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조달청에서 나라장터에 벤처창업기업들의 조달시장 진입을 지원하기 위한 ‘벤처나라’라는 전용공간을 마련해 운영하는 것은 매우 고무적이다. 기업에 대한 외형적 기준은 대폭 완화하고, 공공기관 추천을 통해 품질이 충족된 제품은 바로 조달시장 진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앞으로 다양한 기관에서 우수한 상품을 발굴하는 기능을 보완해 나가야 한다. 아무리 벤처기업 육성을 소리쳐 봐도 옥석을 구분하는 합리적 시스템을 마련되지 못한다면 이는 구호에 그칠 수밖에 없다. 다양한 품질확인 방법을 통해 검증된 제품은 기업 외형에 관계없이 나라장터를 통해 판매할 수 있도록 거래대상과 규모를 확대하는 제도보완이 이뤄지기를 기대한다.
둘째, 가격과 함께 품질과 기술을 평가하여 구매하는 시스템을 확산시키는 일이다. 이제 많은 분야에서 낮은 가격의 입찰자를 낙찰자로 선정하는 ‘최저가 낙찰제도’는 폐지되거나 보완되는 추세이다. 다수의 공급자를 선정해 가격인하와 품질향상을 유도하는 ‘다수공급자제도(MAS)’도 널리 운영되고 있다. MAS 제도는 규격이 확정되고 성능이나 품질 등이 유사한 상용화된 물품을 대상으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에 품목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수요기관에게 넓은 선택권을 담보할 수 있다. 앞으로 제품의 라이프사이클을 감안해 계약 기간을 다양화하고 졸업제도를 도입해 신규 기업들에게 공급기회를 넓힐 필요가 있다. 고용창출효과가 높은 기업, 기술개발 업체를 우대하는 것도 좋다. 현재 조달청에서는 신제품이나 신기술제품을 ‘우수조달물품’으로 선정하고 수의계약을 허용하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수의계약은 성격상 경쟁을 제한하고, 특정기업과 유착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제도 운영과정에서 부작용도 예견된다. 따라서 수의계약은 허용하되 다수견적 방식으로 ‘우수조달제품’ 지정을 받은 물품간의 경쟁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운영해 나갈 필요가 있어 보인다.
셋째, 해외조달시장 진출을 위한 정책적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 한정된 국내시장만을 두고 경쟁한다면 국내조달시장은 레드오션이 될 수밖에 없다. 이젠 해외조달 시장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 조달청에서는 조달기업 중에서 ‘해외조달시장 진출 유망기업(G-PASS기업)’을 선정해 해외시장 정보제공과 마케팅 활동 등을 지원하고 있다. 이는 대외적 신용이 부족한 중소기업들에게 정부가 조달 제품의 품질을 인증해 줌으로써 해외시장 개척을 위한 비빌 언덕을 제공한다. 하지만 이는 시작에 불과하다. 해외시장 개척을 위해서는 정보획득, 신뢰구축, 파트너 형성, 해외전시회 참여, 잠재적 바이어 관리 등 중소기업 혼자서 감당하기 힘든 많은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구심적 역할을 할 민간기구도 필요하고 관련 정부기관간 긴밀한 협력도 이뤄져야 한다. 수많은 장벽을 하나씩 넘어서 세계 조달시장으로 진출하는 기업이 점점 늘어나는 것을 보고 싶다.
3가지 모두 쉽지 않은 과제들이지만 반드시 해결해 나가야 한다. 이것은 조달정책에 대한 시대적 요구이며 우리 기업과 산업의 앞날이 달린 문제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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