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밝았다. 기해년이다. 돼지띠, 그것도 황금돼지. 복과 부의 상징인 돼지의 해를 맞아 희망으로 부풀어야 하는 데 목전의 현실은 그렇지 않아 맘이 무겁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해이고, 시작하는 날이니 희망을 희망 하려고 한다.

작년 전국 교수들이 선정한 사자성어는 '임중도원'이다. '짐은 무겁고 갈 길은 멀다'는 뜻이다. 에너지와 전기의 현실이 딱 이렇다. 이런 상황이 정책에 의한 것이라는 게 안타깝지만,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변화의 움직임이 전혀 없지 않지만, 탈원전과 탈석탄을 기저로 한 현 정부의 에너지전환 정책은 올 에너지업계를 시끄럽게 지배할 것으로 보인다. 에너지저장장치(ESS)의 잇따른 화재사고와 무분별한 태양광 확대, 각종 에너지시설의 안전사고, 요금을 놓고 벌어지는 업종과 계층간 이해관계 등 갈등요소가 산재해 있어서다. 되돌려질 가능성이 아주 낮은. 그나마 다행은 유가가 배럴당 40달러 언저리에서 안정화돼 있다는 것이다. 물론 국제정세에 따라 가변적인 것이 유가라 안심할 상황은 아니지만, 석유수출국기구와 미국과의 헤게모니 싸움이 단기간에 해결될 가능성이 낮아 급격한 상승이나 하락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현재까지는 유효한 게 유일한 위안이다.

올해 에너지업계를 달굴 이슈는 지난해와 다를 바 없어 보인다. 에너지전환 정책을 놓고 벌어질 갈등, 원자력과 석탄업계의 생존을 위한 몸부림, ‘위험의 외주화’가 불을 붙인 계약직의 정규직화 그리고 전기요금체계 개편에 따른 비용 상승 등 일일이 거론하는 게 입이 아플 정도의 대형 이슈들이 쌓여 있다. 피할 수 없는 이슈들을 슬기롭게 풀어내야 하는 게 정부의 과제다. 사실 이 과제의 솔루션은 나와 있다. 소통이다. 국민과의 소통이다.

소통에 솔루션이라는 것은 본지가 신년기획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나와 있다. 국민 열 명 중 여섯 명은 ‘에너지정책을 수립할 때 다음세대까지 고려해야 한다’고 답했다. 또 과반수가 넘는 국민들은 탈원전 등 주요 에너지정책을 수립할 때 국민들의 의견을 수렴해 줄 것을 요구했다.

에너지정책은 지구가 둥근지, 평평한지를 가르는 일이 아니다. 코페르니쿠스적 시각이 필요한 일이 아니라는 얘기다. 이미 사용하고 있고, 사용한 에너지원을 여하히 효과적으로 믹스해 활용하느냐 하는 것이 관건이다. 먼 미래, 화석연료가 완전히 고갈된 이후 에너지원은 현재로선 재생에너지 밖에 없다. 모두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자력과 가스, 석탄, 석유 등을 좌시해선 안 되는 이유는 경제성과 효율 때문이다. 일찍이 탈원전을 선언했던 많은 국가들이 결정을 번복하거나 미룬 것은 다 이것 때문이다. 에너지원 전환의 문제는 단순히 전원 비중의 고저에 있지 않다. 관련 그리고 연관산업의 흥망성쇠와 맥을 같이한다. 지극히 단순해 보이는 시급 1만원 문제도 쉽게 풀어내지 못 하는 이유와 같다. 재원이 한정된 상황에서 모든 정책은 장단이 있을 수밖에 없다. 풍선효과를 피할 수 없다는 얘기다.

대한민국이 먹고 살 길은 뭔가를 만들어 파는 일이다. 좋은 제품을 싸게 만들어 많이 팔거나 부가가치가 높은 제품을 지속적으로 비싸게 팔아야만 한다. 전기요금이 선거 때마다 핵심 이슈와 중요 공약으로 이용되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 아닌가.

올 예산은 470조원이다. 역대 최대다. 전체 예산의 거의 20%가 에너지원 수입에 소요된다. 에너지원만 자립한다면 쓰지 않아도 될 피 같은 세금이다. 정부 수립 이후, 정부 조직이 갖춰지기 시작하면서부터 채택한 에너지정책은 믹스(MIX)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신탄(나무) 그리고 석탄과 석유 원자력으로 주종은 바뀌었지만 믹스 비중엔 큰 변화를 주지 않았고, 이것이 대한민국을 세계 13위권의 경제대국으로 견인한 원동력이 됐다. 시점을 정해두고 하나(원자력)의 전원을 퇴출시키는 정책은 없었다.

에너지정책은 교육정책과 대동소이하다. 지향점이 멀고 길어야 한다. 또 경제적이고, 효율적이어야 한다.

기해년, 위정자가 염두에 둬야 할 첫 번째 덕목은 귀를 여는 것이다. 그리고 소통해야 한다. 그래야만 국민들이 올해를 희망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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