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한파 매출 하락・저성장…생존 한계 봉착

저압차단기 업계는 국내외에서 불어닥치는 한파로 힘든 1년을 보냈다. 부동산 규제와 굳어지는 저성장 국면으로 내수 건설시장은 크게 위축됐다. 유가 하락과 미국과의 외교적 마찰로 중동의 구매력 역시 떨어져 국내 주요 대기업들도 운신의 폭이 줄어들었다. 대기업에 차단기를 공급하는 다수의 중소 제조업체는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업체들은 공통적으로 ‘가격 경쟁’이 한계상황에 왔다고 증언한다. 증가하는 비용과 달리 가격은 계속 낮춰야 해 사실상 차별화된 경쟁력보다는 ‘버티기 싸움’이 됐다는 설명이다.

값싼 중국 제품 유입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은 이미 국내와 같은 성능에 30%가량 저렴한 저압차단기를 만들고 있다”며 “장기적으로 중국산 저압차단기가 대거 유입될 경우 국내 저압차단기 시장은 큰 위기를 맞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최악의 경우 저압차단기 시장의 70%를 차지하고 있는 LS산전을 제외한 저압차단기 업체의 생존은 불투명해질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일부 업체는 전기 화재를 예방할 수 있는 ‘안전한 차단기’ 연구 개발에 투자하고 신제품을 내놓으며 차별화 전략을 택하기도 했다.

얼어붙은 건설경기로 배선기구 시장 역시 어려운 한 해를 보냈다. 업체들은 적게는 5%에서 많게는 20~30%까지 매출 하락을 겪었다. 업계는 불황이 장기화될 것으로 보고 비용 절감과 새로운 먹거리 모색에 집중했다. 가격경쟁이 가속화되고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등으로 비용은 증가하는 상황에서 대다수 기업들은 비용절감은 물론 경쟁력까지 갖춰야 하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이에 따라 자동화 생산 설비를 증축하거나 베트남으로 공장을 이전하고 현지 공장과 제휴를 맺으며 인건비 줄이기에 나서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새로운 먹거리를 찾기 위해 협업을 택하기도 했다. 일부 업체는 통신사와 손잡고 IoT 기반 제품을 개발했다. 가구업체와 함께 최신 트렌드에 맞는 배선기구를 선보이는 업체들도 나왔다. 일부 업체는 뚝심 있게 안전에 특화된 제품으로 승부를 보겠다는 전략이다. 주요 전략은 달랐지만 ‘생존과 생존을 넘어서는 성장’이라는 목표는 같은 셈이다.

줄어드는 파이를 놓고 치열해지는 경쟁 탓에 내년에도 시장 분위기가 호전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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