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원 경제성 현재는 원자력, 미래엔 신재생

어느 발전원이 더 쌀까. 원전과 신재생을 놓고 벌어지는 공방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요소는 ‘경제성’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아직 정확히 알 수는 없다. 예상만 할 뿐이다. 하지만 재생에너지 보급을 먼저 시작한 해외에선 신·재생에너지 발전단가가 눈에 띄게 저렴해지고 있다. 방향은 재생에너지라는 목소리는 힘을 얻고 있다.

미국 에너지 정보청(EIA)은 매년 에너지 보고서(Annual Energy Outlook)를 발간하면서 균등화발전비용(LCOE; Levelized Cost of Electricity)을 발표한다. 2017년 자료를 보면 2020년엔 태양광 LCOE가 원자력을 제치고 더 저렴해진다. 원자력의 용량가중평균 LCOE가 96.2달러/MWh일 때 태양광은 58.1달러/MWh 수준인 것이다. 영국 역시 2025년에는 유틸리티급 태양광 LCOE가 63파운드/MWh로, 95파운드/MWh인 원자력 LCOE 보다 우위에 설 것이라 내다봤다. LCOE는 에너지원의 발전비용을 실질적으로 따져 비교하기 위한 개념으로 건설비·연료비·운영비만을 계산하지 않고 환경과 사회, 기술적 측면까지 고려한 비용이다.

한국은 어떨까. 현재로선 원전이 명약관화하게 더 저렴한 발전원이다. 그러나 앞으로도 그럴지는 곰곰이 따져볼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원전이 무조건 싼 에너지원이 아니라는 주장이 지속적으로 제기된다. 틀린 말이라 보기 어렵다. 관점에 따라 비용 추산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특히 국내 원전 발전단가에 미치는 기준이 타 에너지원과 다르다는 점이 문제로 꼽힌다. 원전의 발전용 연료인 우라늄에 대한 불공정한 과세, 원전 건설비 저평가, 사회적 비용 등이 대표적이다.

석광훈 녹색연합 전문위원, 박종배 건국대학교 교수 등이 올해 2월 발표한 ‘사회적 비용을 고려한 국내 주요 발전 기술의 균등화발전 비용 산정’ 논문을 살펴보면 원전의 저렴한 발전비용이 우리나라의 EPC 경쟁력, 동일 노형 연속 건설, 공기업 구조의 설계 비용 절약, 짧은 공기하의 적기건설 등 정부의 원전우대 정책에서 기인한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논문에서는 개별소비세나 수입부과금이 발전용 가스에는 부과되지만 원전의 연료인 우라늄에는 부과되지 않는 점을 짚는다. 원전에 개별소비세를 타 에너지원과 동등하게 과세할 경우 변동비가 12.55원/kWh 상승한다.

외부비용의 문제도 빼놓을 수 없다. 사고 확률은 낮지만 사고가 발생할 경우 비용은 천문학적으로 커진다. 해당 논문은 “무엇보다 외부비용이 문제”라며 “원전의 사고 확률은 매우 낮지만 대형 사고가 발생할 경우 피해액이 상당하다”고 지적한다. 이어 “원전의 경우 대체로 3억 SDR(5000억)원의 배상액에 상응하는 보험료만 납부하는데, 그 이상의 피해가 발생하면 그 피해보상은 사회 전체로 전가된다”며 “이러한 원전의 저평가된 보험료는 원전의 발전 비용에 유리하게 작용한다”고 분석한다. 또 ‘원전사고로 인한 피해액 전체를 보상하는 보험 자체가 없다는 점은 원전이 갖고 있는 취약성’이며 ‘공정한 발전비용 산정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라고 봤다. 원전이 국가의 보조와 지원(사고비용의 사회화) 없이 운영되기 어려운 사업이라는 것이다.

실제 원전은 지는 산업이라는게 일반적인 견해다.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2월 7일 열린 에너지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원전은 2060년대에 들어서면 극소수만 운영될 것으로 예상되는 사업”이라며 “중국 신규 원전을 제외하고 1980년대부터 원전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며 세계 원전산업현황보고서의 자료를 제시했다. 김 위원은 “원전을 계속 지을 것이 아니라 440조원에 달하는 원전 해체시장에 대비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반면 태양광을 위시한 재생에너지 비용은 낮아질 것이라는게 전반적인 평가다. 지난해 12월 정부는 발전원별 균등화발전비용 산정을 위한 연구용역을 진행한 후 결과를 내놨다. 사실상 정부가 처음으로 수행·발표한 LCOE 산정 연구였다. 당시 연구를 수행한 에너지경제연구원과 산업조직학회는 태양광이 원자력을 뛰어넘는 가장 경제적인 에너지원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원자력의 LCOE를 2017년엔 최소 73.6원에서 최대 83.3원으로, 2030년에는 75.3원에서 85원으로 소폭 상승할 것으로 분석했다. 반면 태양광은 같은 기간 109.0~137.1원에서 67.9~88.9원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원자력에너지보다 비용이 낮아지거나 비등해지는 것이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이 내놓은 결과 역시 비슷했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부지 비용이 반영되지 않은 점, 데이터가 충분하지 않은 점 등을 한계로 꼽았다. 원전 비용을 계산할 때와 마찬가지로 공방이 일어난 것이다. 이 때문에 일부 전문가들은 비용추산은 기준에 따라 계속 달라질 것이며 이를 놓고 공방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지적한다.

이창호 한국전기연구원 전력정책연구센터 연구위원은 “해외에서는 발전단가를 계산할 때 외부비용을 포함해 계산하지만, 우리는 아직 그런 지표가 정립이 안 돼있다”며 “합의된 지표를 마련하기 위한 과정이 필요하고, 해당 비용을 추산할 때도 과거를 중점으로 할 것이냐, 앞으로 예상되는 비용을 계산할 것이냐에 따라 (결과 비용이) 달라진다”고 말했다. 이어 “어떤 기준을 놓고 계산을 했느냐에 따라 비용이 크게 달라질 수 있으므로 이를 받아들이는 이들의 동의 여부도 매번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전영환 홍익대학교 교수는 역시 “재생에너지를 확대 보급한 해외 국가들도 초기엔 비용이 많이 들었지만 목표를 상향조정하면서 재생에너지를 늘려갔다”며 “이는 한국 역시 산업·경제적으로 재생에너지를 확대해야한다는 신호를 준다”고 말했다. RE100 등 재생에너지로 만든 전력을 사용하지 않으면 우리 기업들이 해외 시장에서 도태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는 만큼 재생에너지는 피할 수 없는 길이라는 것이다.

이지언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국장 국장은 “국내 LCOE에 대한 공식적 연구 결과는 지난해 말 나온 것이 전부”라며 “예비적인 성격이 강한만큼 이번 3차 에너지 기본계획의 수립과 더불어 사회적 비용을 측정하려는 논의가 활성화 돼야 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전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