균열 가능성 시사한 일부 언론보도 일축… "절대적 근거 아니다"
한전 관계자, "원전 준공 기간 지연 따른 보상 문제 전혀 없다"

한국이 건설한 바라카 원전 1호기.
한국이 건설한 바라카 원전 1호기.

우리나라가 UAE(아랍에미리트)에 건설하는 바라카 원전 1~4호기 중 2, 3호기 내부에서 발견된 ‘공극(void)’에 대해 일부 언론이 균열(crack) 가능성을 제기한 가운데, 지난 17일 산업통상자원부(장관 성윤모)와 한국전력공사(사장 김종갑)가 이를 전면 부인하는 반박 보도를 했다.

▲윤활유 누유로 ‘공극’ 넘어선 ‘균열’ 징후 의심… ‘조사 중’

한전 원전사업본부에 따르면 바라카 원전 2, 3호기에서 공극이 발견됐고 이 중 3호기는 격납 건물 콘크리트 벽 속에 주입한 윤활유(그리스, grease)가 공극으로 흘러나왔다.

공극은 한전이 최초 발견했고, ENEC(Emirates Nuclear Energy Corporation, UAE 원자력공사)이 확인했다. ENEC은 4일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바라카 원전 2, 3호기에서 공극을 발견했다’고 공식 인정했다.

윤활유는 원자로 격납 건물 1.2m 두께의 콘크리트 벽 가운데 외장관(시스관, sheath pipe)에 들어가는 강선(텐돈, tendon) 부식을 방지하기 위해 주입된다.

외장관 내부에서 윤활유는 압력이 가해진 상태이기 때문에 관이 파열되는 등 문제가 생겼을 때 누유된다. ‘공극’이 있을 경우 샌 윤활유가 빈틈으로 흘러 들어가 쌓이면 팽창(배불림 현상, bulge) 현상이나, 콘크리트 벽에 ‘균열’이 있을 경우 벽 외부로 나올 가능성도 있다.

바라카 원전의 균열 가능성을 제기한 언론에서는 ‘윤활유 누유’를 근거로 들었다. 이에 대해 산업부와 한전은 “균열은 없었다”고 일축했다.

산업부에 따르면 미국 에너지 전문지인 ‘에너지 인텔리전스(EI; Energy Intelligence)’가 7일 보도한 내용에서 크리스테르 빅토르손 FANR(Federal Authority for Nuclear Regulation, 연방원자력규제청, UAE 원안위) 위원장도 “공극이 발견돼 조치 중”이라고 밝혔다.

산업부는 이 보도가 ‘바라카 원전 균열이 발견됐다’고 표현했으나 이는 국내 언론의 영문 기사에서 공극을 ‘크랙(crack, 균열)’으로 번역한 것을 EI가 그대로 인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추측했다.

원자로에서 ‘공극(void)’은 공간이 생겨 텅 빈 상태를 말한다. 원전을 건설할 때 콘크리트가 건조되는 과정에서 부피가 줄어 기포 등을 제거하지 못해 공극이 생길 가능성은 있다. 따라서 원자로 시설에 공극이 아예 없을 수 없고 어느 정도의 공극은 인정 된다는 게 관련 전문가의 설명이다.

공극 유무는 우선적으로 ‘타음 검사’를 통해 확인한다. 원자로 돔 안에 강철 판 형태의 CLP(Containment Liner Plate, 격납 건물 라이너 플레이트) 바깥쪽으로 타설된 콘크리트를 망치로 두드려 공명이 있으면 공극이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둔탁한 소리가 나면 빈틈이 없는 것으로 간주한다. 그런 다음 공극으로 추정되는 CLP 위치를 부분적으로 절단해 보수가 필요한지 확인한다.

균열(crack)은 공극보다 심각한 상태로 콘크리트 벽에 금이 생긴 것을 뜻한다. 산업부와 한전은 아직까지 균열이 생겼다는 결정적인 증거는 없다고 설명했다.

외장관 파열과 윤활유 누유에 대해 한전 관계자는 “원인을 조사하는 중”이라며 “부실시공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전했다.

▲현재로서는 준공 시기 연기에 영향 無, 지체보상금 문제 無

원전 콘크리트 벽에서 공극이 발견되면서 보수 기간만큼 준공 시기가 미뤄질 것이라는 지적에 대해서도 산업부와 한전은 연기 계획이 없다고 해명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3호기는 이번 달 안에 보수를 완료하고, 2호기는 내년 초 보수를 끝마칠 예정”이라며 “보수가 향후 조율될 준공 시기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ENEC도 “바라카 2, 3호기 정비가 원전 건설 프로젝트에 영향을 주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애초 바라카 원전 1~4호기는 지난해 5월 1호기 준공을 시작으로 매년 5월 1기씩 준공하기로 했다. UAE 측에 따르면 현재 바라카 원전 1호기 연료 장전 일정은 2019년 말~2020년 초로 예정돼 있다. 준공 시기는 조율 중이다.

현재 공극 등 이유로 준공 시기가 늦춰지면 ‘공사 지연 시 하루 60만달러(한화 약 6억7560만원)의 지체보상금을 부과한다’는 ENEC과 한전 간 계약 내용에 따라 보상금을 지급할지 이목이 모이고 있다.

이에 대해 한전은 “현재로서는 공극 보수와 관련해 지체 보상금 문제는 없다”며 “ENEC과 원만한 합의를 도출하기 위해 대화로 협의하는 상태”라고 밝혔다.

한편 4일 정재훈 한수원 사장, 김범년 한전KPS 사장은 건설 완료를 앞두고 있는 바라카 원전 2호기를 방문해 건설 현황을 점검하고 1~4호기의 성공적인 준공을 위해 UAE 측의 운영준비에 팀코리아가 적극 지원해줄 것을 당부했다.

주영준 산업부 에너지자원실장은 “동일 노형을 안전하게 운영·정비한 경험과 노하우를 보유한 한국이 바라카 원전의 정비사업자로 가장 적합하다”고 말했다.

우리 정부 역시 양국 협력의 기반이 되는 중요한 사업인 만큼 바라카 원전의 성공적 운영에 대한 책임과 협력 의지를 강력히 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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