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협력 10년전에 비해 29위 하락…20-50클럽 7개국 중 유일
여성경제활동참가만 순위 상승…나머지 노동시장 지표 모두 하락

우리나라 노동시장이 ‘20-50클럽’ 7개국 중 노사협력·정리해고 비용 부문에서 최하위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세계경제포럼에서 매년 발표하는 ‘국가 경쟁력 보고서(The Global Competitiveness Report)’를 분석한 결과, 1인당 국민소득이 2만달러 이상이면서 인구가 5000만명 이상인 ‘20-50클럽’ 7개국에 대한 세계경제포럼(WEF)의 2018년 노동시장 평가를 10년 전과 비교하면 한국의 노동시장은 ‘여성 경제활동참가’만 순위가 상승했다. ‘노사협력’, ‘정리해고 비용’, ‘고용‧해고 관행’, ‘임금결정의 유연성’, ‘임금 및 생산성’, ‘전문경영인 의존도’는 모두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노사협력’은 2008년보다 29위나 하락한 124위를 기록했는데, 20-50클럽 중 ‘노사협력’ 순위가 하락한 국가는 한국이 유일했다.

한국의 노동시장 지표들은 ‘여성 경제활동참가’만 제외하고 모두 10년 전보다 순위가 하락하면서 20-50클럽 중 중위권이나 하위권에 머물렀다. 특히 노사관계를 평가하는 ‘노사협력’과 정리해고에 대한 사전고지 절차와 퇴직금을 평가하는 ‘정리해고 비용’이 7개국 중 가장 낮은 순위인 것으로 나타났다.

‘노사협력’의 경우 한국은 순위(124위)가 낮을 뿐만 아니라 20-50클럽 중 유일하게 10년 전에 비해 하락(▼29위)했다. 노사관계가 대립적이라고 평가받았던 프랑스와 이탈리아는 순위가 각각 33위, 12위 오르면서 한국보다 높아졌다. ‘정리해고 비용’도 한국은 2008년 108위로 20-50클럽 중 7위였는데, 2018년에 순위가 더 하락(▼6, 114위)하면서 여전히 최하위에 머물렀다.

유연한 고용‧해고가 얼마나 허용되는지를 평가하는 ‘고용‧해고 관행’에서는 한국이 10년 전보다 ▼42위 하락한 87위를 기록했는데, 이는 20-50클럽 7개국의 모든 노동시장 평가 지표 중 가장 큰 하락폭이었다.

반면 한국보다 고용‧해고가 경직적이었던 독일(130위 → 11위)과 영국(61위 → 6위)은 순위가 큰 폭으로 개선됐다. 임금이 중앙교섭과 개별기업 중 개별기업단위로 결정될수록 높게 평가하는 ‘임금 결정의 유연성’ 항목에서도 한국은 2008년에 비해 ▼20위 하락한 63위를 기록하면서 20-50클럽 중 4위에서 5위로 내려갔다.

임금이 근로자 생산성과 얼마나 상응하는지를 평가하는 ‘임금 및 생산성’은 한국이 2018년 16위로 전체 140개국 중에서 비교적 높은 편이었다. 그러나 10년 전보다 순위가 하락(▼2위)하면서 20-50클럽 내 3위에서 4위로 밀려났다. 15∼64세 임금 근로자 중 여성 비율을 평가하는 ‘여성 경제활동참가’ 항목은 한국의 순위가 2008년보다 상승한 53위를 기록했으나, 영국(17위), 프랑스(21위), 독일(29위), 미국(37위)보다는 여전히 낮은 수준이었다.

반면 한국과 달리 영국은 20-50클럽 중 유일하게 노동시장을 평가하는 지표들의 순위가 모두 상승했다. 이는 영국이 지속적으로 노사관계를 개선하고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높여왔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대처 총리는 강성노조의 기득권을 완화하고 임금유연성을 제고하면서 시장원리에 입각한 여건을 조성했고, 캐머런 총리는 저성과자 해고 지침을 마련하고 노조법 개정으로 무분별한 파업이 억제되도록 했다.

최근에는 호출형근로와 파견근로, 우버(Uber) 기사로 대표되는 ‘긱 이코노미’의 출현 등으로 다양해진 근로형태에 대한 대응방안을 마련하면서 노동 유연성과 일자리의 질 향상을 동시에 도모하고 있다. 긱 이코노미란 소속 없이 자유롭게 일하는 독립 노동자가 기업들과 필요에 따라 계약을 맺고 일하는 근로형태를 말한다.

추광호 한경연 일자리전략 실장은 “우리나라 노동시장 지표에 대한 평가가 20-50클럽 중 중하위권인 가운데, 특히 노사협력, 정리해고 비용은 최하위”라며 “영국은 해고지침 완화, 공공노조 파업요건 강화, 근로형태 다양화 대응 등으로 노동시장 지표가 모두 상승했는데, 우리나라도 노동 관련 법규와 제도를 꾸준히 개선해 노동시장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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