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E/L, 마이너스 4% 협상 타결
다른 회사 협상에도 영향 미칠 듯

내년 승강기 설치공사 도급비가 올해보다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면서 관련 업계에 빨간불이 켜졌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 오티스, 티센크루프, 미쓰비시 엘리베이터 등 메이저 승강기 기업들은 내년 설치공사 도급비 인상을 두고 협력업체들과 협상이 한창이다.

승강기 업계 ‘빅4’로 불리는 이들 기업들은 회사별로 차이가 있지만 보통 자사 승강기설치의 90% 이상을 외주에 맡기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전국 약 250개 승강기 설치공사업체는 매년 메이저기업들과 도급비 협상을 해오고 있다. 종사자만 해도 4500여명에 이른다.

첫 포문을 연 곳은 현대엘리베이터다. 지난 10월 시작돼 두 달 넘게 이견을 좁히지 못한 협상은 17일 극적으로 타결됐다. 현대는 신규설치 시장점유율 1위 기업답게 가장 많은 100여개의 협력사를 두고 있다.

현대의 중소 협력사들은 최저임금인상과 물가상승, 근로시간단축 등을 이유로 도급비 15% 인상을 요구한 반면 현대 측은 내년 건설경기 악화와 새로운 도급비 산정방식을 도입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당초 현대는 올해보다 20% 이상 줄어든 도급비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협력사의 인상안과 큰 차이를 보이면서 협상은 지지부진했다. 수차례의 협의 끝에 협력사들은 한발 양보해 약 4%의 도급비 삭감이라는 절충안에 합의했다. 하지만 이번 협상결과는 설치공사비용이 전년 대비 줄어든 선례를 남겼다는 점에서 후폭풍이 예상된다.

특히 이번 결과는 나머지 메이저기업들의 도급비 결정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여 관심이 집중된다. 현대보다 한 달 앞서 협상을 진행한 티센크루프의 경우 여전히 협력사들과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약 100개로 이뤄진 티센크루프 협력사들은 지난 11월 내년 도급비 인상안에 이견을 보이며 한 차례 휴업을 하기도 했다. 오티스와 미쓰비시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설치 업계는 현대의 협상결과가 도급비 산정의 바로미터로 작용할 것이란 관측에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나머지 3사의 협력사들은 마이너스 협상안에는 반대할 뜻을 분명히 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대가 내년 도급비를 올해보다 감축하면서 당장 티센크루프를 비롯해 오티스, 미쓰비시와의 도급비 협상이 걱정”이라며 “나머지 기업들도 현대의 사례를 들어 도급비 인하를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나머지 3사 역시 도급비 감축을 들고 나온다면 결사반대할 것”이라며 “휴업을 해서라도 도급비 인상 내지는 동결을 위해 싸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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