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생에너지 VS 원전’ 논란, 근거 불분명한 보도 잇따라
세계 에너지 산업은 ‘신재생 ↑, 원전 ↓’ 추세

마이클 슈나이더(Mycle Schneider, 독일) 에너지 및 원자력 정책 국제 컨설턴트.
마이클 슈나이더(Mycle Schneider, 독일) 에너지 및 원자력 정책 국제 컨설턴트.

대다수 원전 보유 국가가 세계에너지시장 흐름에 따라 탈원전 기조를 유지할 계획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기를 생산하기 위해 원전은 감축하고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비율을 확대하고 있다.

우리나라와 비교적 가까운 지역에 있는 타이완이 최근 ‘탈원전 정책’을 폐기하기 위한 국민 투표를 실시한 후, 우리 국민도 국내 에너지정책 및 산업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일부 언론은 오도(誤導)하거나 근거 없는 사실을 전해 지탄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지난달 현지시각으로 24일 ‘타이완은 2025년까지 가동 중인 모든 원전을 완전히 중단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전기사업법 95조 1항을 폐기하는 것을 결정하는 국민 투표를 시행했다. 투표권자 중 유효동의자 비율은 29.84%(25% 이상 시 결과 인정)이었다. 2025년까지 ‘운영 중인 원전을 중단한다’는 내용은 2016년 차이잉원 총통이 대선 후보 때 내걸었던 공약이다.

우리나라는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비율을 20%까지 끌어올리는 ‘재생에너지 3020이행계획’을 발표하는 등 탈원전 정책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새만금 재생에너지단지 등 활발하게 태양광·풍력을 확대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언론은 국민 혼란을 가중시키는 보도를 하고 있다.

애초 국민 투표 결과에 따라 타이완은 탈원전 정책을 철회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운영 중인 원전 중단’의 의미는 ‘원전 폐지’가 아닌 '2025년'으로 예정된 원전 운영 중단 시기에 대한 반발이다. 현재 타이완이 보유한 운영 중인 노후 원전 4기는 모두 2025년 이내 폐쇄될 방침이다.

▲ 中 제외한 세계 원전 발전량 3년 연속 감소… 태양광·풍력이 원전보다 전력생산량 우위

세계 원전 발전량은 증가 추세를 보였지만 중국을 제외하면 원전 발전량은 3년 연속 감소했다.

마이클 슈나이더(Mycle Schneider) 에너지 및 원자력 정책 국제 컨설턴트의 세계원전산업동향보고서(WNISR)에 따르면 지난 5년간 전 세계 원자로 건설은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반면 태양광과 풍력의 연간 발전량 증가 폭은 원전을 훨씬 웃돈다.

하지만 세계적으로 탈원전 기조가 이어지고 있지만, 중국은 전체 발전량 중 18%를 원전에서 공급받는 등 원전업계에서 독보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해 가동한 신규 원자로 4기 중 3기는 중국, 1기는 중국이 파키스탄에 건설했다.

물론 재생에너지 비율은 세계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세계 재생에너지 발전량은 ▲풍력 17% ▲태양광 35% ▲원자력 1% 등 증가세를 보였다. 원전 발전량 증가율이 오로지 중국 때문임을 고려하면, 재생에너지 대비 원전의 역할이 대폭 축소된 것을 알 수 있다.

설비용량 역시 지난해 전 세계 전력망 중 ▲풍력은 52GW ▲태양광은 97GW ▲원자력은 3.3GW 증가하는 등 재생에너지가 비약적으로 늘었다.

▲세계 에너지산업 동향은 영국을 제외 ’탈원전 유지‘ 추세

일각에선 탈원전을 발표한 국가 중 독일만 유일하게 탈원전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고 보도하고 있다. 하지만 영국을 제외한 대부분 유럽 국가가 탈원전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스웨덴은 원전 10기를 상시 운영하고 있어 사실상 탈원전 정책을 포기했다고 해석하는 일부 해석이 나온다. 하지만 스웨덴 정부는 2040년까지 100% 재생에너지 전력공급을 달성할 계획이다. 신규 원전 건설 계획도 전혀 없다.

벨기에는 국가 전력의 40%를 공급하는 원전 7기 중 6기의 가동을 멈췄다. 2025년까지 차례로 원전을 폐쇄하겠다고 밝혔다. 독일도 2011년 탈원전 정책을 발표한 후 바꾸지 않았고, 이탈리아 역시 같은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스위스는 안전성만 확보되면 2050년까지 최대한 원전을 가동하겠다는 태도를 보여 친원전 국가로 분류되기도 했지만, 장기적으로 최종 목표는 탈원전이라고 알려졌다.

반면 영국은 예외적으로 기존 운영 중인 15기를 제외하고 한국·중국·일본·프랑스와 원전 13기를 도입하는 계약을 협상하고 있다.

▲슈나이더 원전 전문가, 우리나라 포함해 세계 재생에너지 확대 예상

슈나이더 컨설턴트는 재생에너지 발전원을 발 빠르게 도입한 독일의 사례를 들어 세계 에너지 산업 미래를 전망했다. 그는 “석탄과 원자력은 ‘혁신을 방해하는 장애물’”이라며 “독일의 재생에너지가 성공적으로 확대된 이유는 독일 정부가 재생에너지를 전력망에 우선 보급하도록 지원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또 우리나라를 방문해 “한국의 우수한 기술력을 이용해 재생에너지로 혁신을 이끌 수 있다”며 “독일이 전력 생산의 40%를 재생에너지에 의존하는 것처럼 한국도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비중을 20%까지 확대하는 데 그칠 게 아니라 100%까지도 늘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마이클 슈나이더 컨설턴트는 국제 에너지 및 원전 정책 전문가다. 1992년부터 세계 각국의 전문가들과 25년째 보고서를 발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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