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비 미지급 사태 길어져…업계 어려움 호소
내년 예산 가져다 채우고 나면 내년은 어쩌나

한전이 배전공사 협력업체들의 연말 결제를 미루면서 자금난이 지속돼 많은 업체들이 경영난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전은 올해 적자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연초부터 긴축 재정을 폈다. 그렇다 보니 공사업체에 지급될 예산도 차일피일 지연되면서 올해 공사를 끝낸 업체들의 공사비를 다음 해 예산으로 채울 상황에 놓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공사비 미지급 기록을 피하기 위해 세금계산서를 발행하지 않는 등 현장에서 다양한 편법이 동원되고 있으며 공사업계가 어려움을 호소하는 실정이다.

한전의 배전단가 제도는 전기공사업체의 성장을 지원하는 탄탄한 제도로 정평이 나 있다. 단가업체로 선정될 경우 안정적인 공사 물량을 제공받으면서도 실적을 쌓을 수 있다. 이 같은 이유에서 많은 공사업체들이 배전단가 협력업체로 선정되기 위한 입찰에 참가하고 있다.

그러나 올해는 사정이 다르다고 전기공사업계는 입을 모은다. 올해 중순쯤에는 부족한 예산 탓에 수개월째 시공지시가 떨어지지 않아 경영에 어려움을 겪었을 뿐 아니라, 최근에는 공사를 끝내놓고도 공사비를 지급받지 못하는 업체가 속출하고 있다.

복수의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협력업체마다 수억원 정도의 공사비를 지급받지 못한 상황이다. 한전이 추가 예산을 배정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긴 했지만 몇 달째 결제가 되지 않아 업체들은 버티는 데 한계가 왔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공사예산은 제때 지급되지 않는 상황에서 전공들의 노임은 치솟아 빚을 내서 임금을 줘야 하는 상황까지 놓인 업체가 많다.

당장 배전공사 협력업체의 계약기간이 한 달도 남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업계의 불만은 더 높아지는 실정이다.

한전 관계자에 따르면 공사비 미지급 문제는 내년 배전공사 예산이 배정돼야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예산이 배정되는 즉시 미지급 공사비부터 해결하겠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경우 내년 예산을 시작부터 상당수 소진하기 때문에 올해와 같은 예산 부족 사태가 지속적으로 발생할 것으로 업계는 관측했다. 부족한 예산을 다음 해에 당겨서 쓰는 만큼 악순환의 고리가 발생할 것이라는 얘기다.

한전은 우선 정확한 공사비 미지급 규모에 대해 조사를 이달 중 실시한다는 방침이다. 단순히 준공처리를 하지 못한 것뿐 아니라, 세금계산서가 미지급된 부분까지도 조사해 현실적인 피해규모를 산정하겠다는 게 한전의 입장이다. 업계에서 추정하는 미지급 공사비는 대략 2500억원 규모다.

업계 관계자는 “한전이 올해 추가 예산을 배정하겠다고 하지만 사실상 집행은 제대로 안됐다”며 “이제는 공사비 미지급 기록을 피하려고 세금계산서를 발행을 미루고 있다. 미결은 안 생기겠지만 업계의 어려움 해결을 위해 실질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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