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개거래는 소규모 전력자원이더라도 민간 사업자들이 중개사업을 할 수 있게 되면서 에너지신사업의 가능성이 열릴 것이라는 기대를 모았다. 이 때문에 SK, KT 등 통신사부터 포스코에너지, 한화에너지, 해줌 등 에너지기업들이 중개거래 참여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사실상 기업들이 중개거래 시장 자체에 거는 기대는 크지 않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직접 전력거래를 하지 않는 이상 고수익을 낼 수 있는 수단이 없기 때문이다.

◇ 기업들 “기대가 없어 불만도 없다”

한 기업 관계자는 “중개사업은 신사업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목적으로 하고 있던 기업이 없는 듯 하다”며 “전력 거래를 기업들이 직접 하는 게 아니므로 수익이 크게 나지 않는다는 점을 알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사업에 참여하는 기업들은 수익이 아닌 소규모 분산자원 인프라 확충을 선점하기 위해 시장에 참여하는 모양새다. 훗날 분산자원을 모아 가상발전소(VPP)를 운영하고 블록체인 등을 이용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할 수 있을 때를 대비해 시장에 진입한다는 얘기다.

모 기업의 전력거래중개시장 사업 담당자는 “이제 도입될 중개 시장은 껍데기만 있는 시장”이라고 평가하면서도 “하지만 미래 가치를 보고 인프라 확장을 위해 시장에 진출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발전량 예측 정확도에 따른 계통 편익의 정도를 현재로선 알지 못하는게 사실”이라며 “사업자별 역량도 측정되지 않은 상태이므로 함부로 인센티브 제도를 규칙에 마련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정부는 소규모 분산자원중개시장 서비스 상용화 기술 개발 및 실증사업을 통해 효과를 검증한 뒤 중개시장에 반영 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 ‘발전사업자 계량기 가격은 누가 감당하나’

소규모 분산자원 모집 자체에 어려움이 생길 가능성도 있다. 중개사업자가 소규모 발전사업자를 고객으로 유인할 장치가 현재로서는 마땅치 않아서다.

중개거래 사업자로 참여할 예정이라는 기업의 관계자는 “지금도 알음알음 소규모 발전사업자들의 전력거래를 도맡던 업체들이 있기 때문에 이들의 고객들이 중개거래 시장에 참여할 수 있다”면서도 “발전사업자 입장에서는 편익은 없는데 비용을 더 들여야 해 불만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비용이 더 든다는 것은 ‘계량기’ 얘기다. 소규모 발전사업자가 중개사업자에게 거래를 맡길 경우 전력거래소용 계량기를 따로 달아야 한다. 전력거래소용 계량기는 450만원 내외의 가격에 월마다 통신비가 따로 든다.

이 때문에 대체로 1MW 이하의 태양광 소규모 발전사업자들은 가격이 저렴한 한전의 계량기를 달고 한전에 전력을 판매하는 PPA 계약을 맺는다. 한전용 계량기 가격은 약 250만원이다. 소규모 발전사업자 입장에서는 중개거래에 참여하면서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상황을 맞을 수 있다. 최악의 상황에서는 제도상의 유인책은 없는 채 중개사업자들의 고객 모집 영업력에 따라 사업 규모가 달라질 가능성도 점쳐진다.

이유수 에너지경제연구원 에너지정보·국제협력본부장은 “어떤 시장이든 설계가 중요하다”며 “상호 간 플레이어들이 시장을 활성화할 수 있게끔 인센티브 제도를 만들어 놓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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