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원회 구성 이후 한 달 만에 전체 회의 개최
여야, 쟁점 사안 두고 평행선 그려
에너지특위 활동 기간 12월 31일까지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30일 열린 에너지특위 전체회의에서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30일 열린 에너지특위 전체회의에서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위원회 구성 이후 한 달 만에 진행된 에너지특위 전체회의가 호통과 막말이 오간 끝에 소득 없이 끝났다.

국회 에너지특위는 지난달 30일 국회에서 2차 전체회의를 열었지만 3시간 가까이 진행된 회의 내내 여야가 평행선을 그리며 접점을 찾는 데 실패했다.

11월 1일 개최된 1차 전체회의에서 위원장과 간사를 선출하고 27분 만에 산회한 것을 고려하면 실질적인 첫 전체회의였다.

산업부 등 정부 기관에 대한 질의를 통해 야당은 바라카 원전 장기정비계약(LTMA), 문재인 대통령의 원전 세일즈, 대만의 탈원전 국민투표를 거론하며 공세를 벌였고 여당은 질의 없이 오히려 에너지 전환의 당위성을 설명하기에 바빴다.

이 과정에서 고성과 반말이 오가는 등 볼썽사나운 모습을 보이기까지 했다.

▲‘바라카 원전 장기정비계약 경쟁입찰 전환 탈원전 탓’ vs ‘확인되지 않은 사항’

김형섭 한국수력원자력 경영관리부사장은 바라카 원전 LTMA가 경쟁입찰로 전환된 것은 정부의 탈원전 정책과 무관하다고 밝혔다.

김 부사장은 바라카 원전 LTMA가 한수원과 수의계약이 예정돼 있다가 경쟁입찰로 바뀐 것이 맞냐는 김삼화 바른미래당 의원의 질의에 ‘맞다’고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탈원전 정책이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김 의원의 질문에는 “확인되지 않은 사항”이라고 일축했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도 “UAE 측도 탈원전 문제를 구체적으로 얘기한 적이 없다”고 답했다.

김 의원은 또 “정부의 무리한 탈원전 정책 때문에 우리 기업들이 해외에서 협상력이 낮아졌다”며 “수주에 실패할 것이라는 우려가 저가 수주로 이어져 손해를 볼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대통령 코미디언으로 만들어’ vs ‘체코 문제 제기 없다’

야당은 정부가 국내에서는 안전하지 않다는 이유로 탈원전을 진행하면서 원전을 수출하려는 것을 ‘코미디’라고 비판했지만 정부와 여당은 (수입국) 체코에서 문제 제기가 없다는 말로 비판을 일축했다.

야당 의원들은 문재인 대통령이 국내에서는 탈원전 정책을 펴면서도 체코에서는 원전 세일즈에 나선 것을 ‘이율배반’적이라고 주장했다.

박맹우 자유한국당 의원은 “우리 제품(원전) 위험하다고 사형선고 내려놓고, (외국에서는) 쓸 만하니까 우리 제품 사라고 한다”며 “정부 부처가 대통령을 코미디언으로 만들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신창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세계 최고의 원전을 자랑하는 것은 이율배반이 아니다”고 강조하며 “국내는 원자력발전 비중이 높으니 줄이고 원자력발전 비중이 낮은 체코, 폴란드 등에 가서 세일즈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대만처럼 국민투표로 잘못 바로잡아야’ vs ‘국가별로 처한 상황 달라’

11월 24일 국민투표를 통해 ‘2025년까지 가동 중인 모든 원전을 중단시킨다’고 규정한 전기법 조항을 폐지한 대만은 회의 내내 ‘뜨거운 감자’였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우리나라도 국민투표를 통해 잘못된 정책을 바로잡아야 한다며 ‘탈원전 국민투표’를 한목소리로 주장했다.

그러나 성 장관은 "국민투표를 대통령께 건의할 용의가 있냐"는 박 의원의 질문에 “에너지 전환이 착실하게 추진되고 있기 때문에 건의할 용의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우리나라는 헌법상 국가 안위와 관련된 부분을 제외하면 정책을 놓고 국민투표를 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에너지특위 전체회의가 끝난 뒤, 주요 에너지 정책을 바꿀 때 공론화 과정을 거치고 필요할 경우 국민투표를 요구할 수 있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에너지법 일부개정안이 발의됐다.

▲‘정권의 충실한 나팔수’ vs ‘소신껏 당당하게 임하라’

이날 회의에서 여야가 성 장관을 두고 반복한 비난과 비호는 현안에 대한 논쟁보다 더 격렬했다.

야당 의원들은 성 장관이 같은 말만 반복한다며 ‘고장 난 레코드’에 비유하는 한편, 여당 의원들은 “장관이 소신껏 당당하게 임하라”고 격려했다.

특히 이채익 자유한국당 의원은 성 장관이 답변하는 도중에 책상을 치고 소리 지르며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기도 했다.

일순간에 험악한 분위기를 연출한 여야는 회의가 끝날 때까지 날카로운 신경전을 이어갔다.

한편 정부는 11월 7일 발표된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에기본) 권고안’을 토대로 3차 에기본을 수립하고 있다.

향후 20년의 에너지 정책을 결정짓는 최상위 계획을 수립하고 있는데 국회 에너지특위는 한 달 만의 회의에서 평행선을 그린 것이다.

12월 31일까지로 한정된 에너지특위 활동 기간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에 소득 없이 끝난 오늘 전체회의가 더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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