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두영 (주)데이비드스톤 대표이사
허두영 (주)데이비드스톤 대표이사

짧은 시간 안에 인터뷰를 통해 조직의 문화를 파악하는 방법이 있다. ‘회의’와 ‘회식’에 대해서 질문하는 것이다. 두 단어의 공통점은 ‘모인다’는 의미의 한자 ‘회(會)’를 쓴다는 것이다. 얼마나 잘 모이고 어떻게 소통하는지를 보면서 조직의 분위기를 짐작할 수 있다. 회의를 보면 선후배 직원들 간에 생각을 자유롭게 얘기할 수 있는 수평적인 문화인지 살필 수 있다. 회의를 주관한 선배에게 발언권이 집중되고 후배는 보고만 하는 수직적인 분위기의 조직이 여전히 많다. 또한 회식은 구성원 간에 평소 얼마나 잘 소통하는지 짐작할 수 있다. 요즘 회식을 꺼리는 후배 세대 직원들이 많은 것은 조직에서 선후배 세대 간 소통이 원활하지 않음을 방증하는 것이다.

조직 내 세대 간 소통을 가로막고 있는 보이지 않는 장벽이 있다. 그것을 알면 해결 방안도 찾을 수 있다. 선후배 세대 간의 장벽을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오해’의 장벽이다. '밀레니얼 세대는 대면 소통보다 온라인 소통을 원한다.'

강의 때 밀레니얼 세대에 대한 이해 수준을 파악하기 위해 빠지지 않고 하는 O, X 퀴즈 중 하나다. 답은 X이다. 밀레니얼 세대는 대면 소통보다 온라인 소통을 더 잘 할 뿐이다. 리더십 교육기관인 창의적 리더십 센터(CCL: Center for Creative Leadership)의 조사에 따르면 밀레니얼 세대는 선배와 소통할 때 대면 소통(75%)을 선호했다. 이메일(16%), 전화(6%), 메신저(3%)와 비교가 되지 않는 수치이다. Z세대도 마찬가지다. 델 테크놀로지스사가 세계 17개국 고등학생 및 대학생 1만 2000명 이상을 대상으로 조사한 보고서에 따르면, Z세대가 직장 동료와 의사 소통 시 가장 선호하는 방식은 직접적인 대면 대화(43%)였다. 다음으로 전화(21%), 이메일(14%), 메신저 애플리케이션(12%) 순이었다.

후배 세대들은 평가 시즌에만 대화 시간을 갖는 게 아니라 평소에 대면 소통을 자주 하기를 원한다. 그들은 선배 세대와 비교해 소통의 환경이 매우 달랐다. 출생률을 보면 밀레니얼 세대가 1.5명이고, Z세대는 거의 1명에 가깝다. 산아제한 정책을 펼 정도로 출산율이 높았던 선배 세대에 비하면 대화할 기회가 적었다. 또 컴퓨터와 인터넷의 영향으로 온라인 소통에 익숙할 수밖에 없었다. 후배 세대는 상대적으로 대면 소통의 기회가 적었다. 그래서 진솔한 소통의 파트너를 찾으며 대면 대화를 원한다.

둘째, ‘회피’의 장벽이다. IT 회사에 다니는 X세대 김 상무는 젊은 후배 직원들을 대하기 편치 않다. 얼마 전 이 사원과 단둘이서 지방 출장을 가게 됐다. 4시간이 걸리는 거리를 꼬박 함께 했다. 옆에 앉은 이 사원과 무슨 얘기를 해야 할지 마뜩치 않았다. 창밖을 바라보기도 하고 눈을 감고 잠을 청하는 척하기도 하고 별 대화 없이 시간은 더디 흐르기만 했다. 요즘은 후배 눈치 보는 선배가 의외로 많다. 괜히 얘기 잘못 했다가 아재나 꼰대 취급받지는 않을까? 본의 아니게 실수하지는 않을까? 예전 같지 않게 신경을 쓰는 눈치다. 차라리 후배와 말을 섞지 않는 편이 낫다고 생각하는 기성세대가 많다. 김 상무처럼 좀 불편하도 회피라는 방법을 택하는 것이다.

셋째, ‘무관심’의 장벽이다. 중견기업에서 직원들을 대상으로 ‘선배 세대와 원활한 소통을 위한 방안’을 찾는 워크숍을 한 적이 있다. 토론 분위기는 사뭇 진지했다. 하지만 해결방안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15분 동안 쥐어짜듯 생각해낸 대안은 이러했다. '바꾸기엔 너무 늦었다', '참고 기다리기', '하고 싶은 얘기 조금만 참고 들어주기', '피하고 본다'. 후배 세대가 선배 세대를 대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안타까운 점은 다른 세대를 이해하려는 적극적인 태도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생각보다 다른 세대에 애써 무관심한 사람들이 많다. 굳이 다른 세대를 이해하려고 하지 않는 것이다.

세대 간 소통의 장벽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은 무엇일까? 먼저 ‘오해’를 ‘이해’로 바꿔야 한다. 후배 세대는 직장에서 더 많은 대화를 원한다. 그들과 대화하기 위해 선배 세대는 입 대신 지갑을 열어야 한다. 반면 선배 세대는 살갑게 다가오는 후배가 편하고 기특해 보인다. 그럼 선배는 자연스레 마음을 여는 것이다. 장 자크 루소의 말을 되새겨야 한다. “무지로 인해 길을 헤매는 경우는 없다. 그저 자신이 안다고 믿다가 길을 잃을 뿐이다. 선후배 세대는 서로를 알기 위해 지금보다 더 노력해야 한다. 다음으로 ‘회피’하기보다 ‘스킬’을 배우고 터득해야 한다. 서로 다른 세대와 소통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눈높이에 맞춰 상대가 쓰는 언어를 사용하기 위해 힘써야 한다. 마지막으로 ‘무관심’이 아닌 ‘관심’으로 다가가야 한다. 나태주 시인의 ‘풀꽃’이라는 시처럼.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내가 남들과 다른 한 가지가 있다면 그것은 상대가 무엇을 원하는지 알기 위해 내 전부를 걸었다는 점이다.” 희대의 바람둥이 카사노바의 말이다. 다른 세대를 이해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가?

(주)데이비드스톤 대표이사 허두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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