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기름값 하락세, 中 수요 하락에 ‘무용지물’
중동發 감산에 러시아發 증산 변수 개입
IEA “2020년대부터 석유 부족 사태” 경고

국제유가가 예측불허다. 가격이 오를지 내릴지 감을 잡기 어렵다. 단기적·중장기적 전략을 동시에 짜기도 버겁다. 국제 정세가 복잡하고 이해관계가 얽혀있다.

최근 국제유가는 내림세를 지속해왔다. 하지만 15일(한국시간) 기름값은 13일 만에 오름세를 탔다.

기름값이 싸다고 마냥 좋은 것도 아니다. 비싸면 스프레드(원료와 최종 제품 가격 차이) 축소라는 악재를 맞는다.

최근 이어진 유가 하락세에도 불구하고 국내 석유화학 업계는 웃지 못했다. 중국발(發) 수요가 미지근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국제유가가 내려가면 유화 기업은 좋은 실적을 기대한다. 제품의 원료가 되는 나프타의 가격이 유가 내림세와 함께 떨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중 무역 분쟁이 발목을 잡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은 최근 유화 제품 수입을 줄이고 있다. 또 자국 경기가 불황이다.

세계 최대 고객인 중국의 소비심리가 위축되면서 자연스럽게 제품 가격도 낮아질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유화 업계의 부진은 3분기 실적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LG화학, 롯데케미칼, 한화케미칼 모두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했을 때 성적이 떨어졌다. 그나마 LG화학은 전지 부문에서 부진을 만회해 한숨을 돌렸다.

지금은 싼 기름값에 수요 부진으로 고민이지만 유가는 언제 비싸질지 모르는 존재다. 미국-사우디아라비아-이란의 불안한 삼각관계는 감산(減産)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對)이란 제재를 본격적으로 시행하면서 이란산 원유는 수출량이 대폭 줄었다. 한국석유공사 및 대한석유협회 등에 따르면 올해 대한민국의 이란산 원유 수입은 이달 현재 5820만 배럴로 지난해와 비교했을 때 약 60% 줄었다.

사우디산 원유는 자국 왕실에 비판적인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가 암살되면서 국제사회의 비판론에 반박하는 과정에서 수출량이 내리막길이다. 사우디가 국제사회의 비판론에 자원 무기화 정책의 일환으로 감산을 예고한 것이다.

물론 변수는 있다. 러시아가 중동과는 상반된 입장을 보이고 있다. 러시아 산유 정책에 정통한 한 소식통에 의하면 지난주 FT(파이낸셜타임즈)에 “러시아 산유 업체들은 일일 생산량을 30만 배럴 늘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로 인해 사우디와 러시아 사이에 갈등 구조가 예고되면서 국제유가는 더욱 안갯속에 빠질 것으로 보인다.

장기적 악재도 기다리는 모양새다. 오는 2020년대 중반부터 석유 부족 사태가 발생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파티 비롤 국제에너지기구(IEA) 사무총장은 13일(현지시간) 미국 CNBC 인터뷰에서 “사우디, 러시아와 같은 국가들에서 새로 승인을 받은 원유시추 프로젝트의 수가 적다”며 “2020년대 중반부터 급격한 석유 부족 사태가 전개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비롤 사무총장은 “석유 수요는 공업, 항공업, 석유화학의 필요에 따라 몇 년간 굳건하게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미국 셰일석유가 공백을 메울 것이란 견해가 일부 있지만 몇 년간 그 타당성이 심하게 흔들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비롤 사무총장은 미국의 행보와 관련, “석유 부족 사태를 막으려면 미국은 하루 산유량을 1000만 배럴 이상 늘릴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공급량 부족을 피하기 위해 미국이 7년 동안 러시아만큼의 석유를 추가로 생산해야 하는 셈”이라며 “실현될 수는 있으나 실현된다면 작은 기적일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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