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훈 서울과기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
유승훈 서울과기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

한전은 각 발전사로부터 전기를 도매로 구매한 후 소비자에게 소매로 판매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도매가격은 연료가격에 따라 오르락내리락하지만 소매가격은 고정되어 있다. 그러나 두 가지 이유로 도매가격의 변동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 첫째, 개별 발전사 입장에서 보면 국제 연료가격이 변함에 따라 한전에 판매하는 전기의 도매가격도 달라진다. 즉 연료비 변동에 따라 도매가격도 연동되어 변동이 된다.

둘째, 한전 입장에서 보면 발전원 믹스에 따라 전체 전력구입비는 변동된다. 한전의 구입전력 도매가격은 원자력이 가장 낮고, 다음으로 석탄, 천연가스, 신재생에너지의 순서일 것이다. 따라서 원자력 및 석탄의 구성비가 커지면 전체 전력구입비는 낮게 유지되지만 반대로 천연가스 및 신재생에너지의 구성비가 커지면 전체 전력구입비는 올라간다.

2016년 부터 유가 등 국제 연료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예를 들어, 발전용 유연탄 가격이 2배로 올랐으며 천연가스의 가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재생에너지의 가격은 기대와 달리 하락되지 않고 여러 발전원 중에서 가장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게다가 예기치 않게 원전 정비까지 지속되면서 한전의 전력구입비는 크게 증가하였지만, 전기요금은 몇 년째 고정되면서 한전의 적자가 쌓이고 있다.

이러한 경직적인 전기요금 결정 방식이 과연 사회적으로 바람직한지에 대해 몇 가지 측면에서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첫째, 다른 에너지는 국제 가격의 변동에 따라 국내 가격도 자연스럽게 변동되고 있지만 유독 전기요금만 에너지 가격 변동이 반영되지 않아 가격 왜곡으로 인한 비효율적 소비가 유도되고 있다. 다른 에너지 부문은 가격 인상으로 소비의 합리적 조정이 이뤄지고 있지만 유독 전기만 가격이 그대로이기에 상대가격은 더욱더 싸져 일부 부문에서 비효율적 과소비가 발생하고 있다.

둘째, 안전하고 깨끗한 에너지로의 전환을 가로막고 있다. 석탄발전과 원전을 줄이고 상대적으로 더 비싼 재생에너지 및 천연가스의 사용을 늘리기 위해서는 전력구입비 증가로 인한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 일반 채소보다 유기농 채소가 더 비싸고 일반 벽지보다 친환경 벽지가 더 비싼 것은 당연한 이치다. 유기농 채소와 친환경 벽지의 가격을 임의로 통제하면 해당 제품은 시장에서 사라지게 된다. 경직적 전기요금 결정방식을 고수할 경우, 결국 정부가 추진하는 에너지전환은 느려지고 더 나아가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일도 벌어질 수 있다.

셋째, 연료비 상승 등 전력 도매가격 상승요인이 발생해도 전기요금이 고정되어 있기에 전력 도매가격도 충분히 탄력적이지 못해 발전사의 사업성이 악화되고 있다. 현재 상당수의 민간 천연가스 (열병합)발전사는 심각한 적자에 시달리고 있지만 소매사업자인 한전의 경영 악화로 문제 해결은 불투명한 상황이다. 발전사의 경영 악화는 다시 전력공급의 안정성 훼손으로 이어져 결국 소비자의 피해로 귀결될 수 있다.

넷째, 국제 에너지가격 하락이나 기술발전에 따라 발전원가가 하락하는 경우, 고정된 전기요금으로 원가회수율이 지나치게 높아지고 소비자 부담 증가로 국민 후생은 감소한다. 또한 국민들은 유가 하락기에 불가피하게 과잉 수익률을 달성하는 한전을 나쁘게 보게 되어 유가 상승기의 전기요금 조정도 매우 어려워진다.

이미 도시가스 요금, 지역난방 열요금 등에는 연료비 연동제가 적용되고 있으며 석유 경유, LPG 등의 석유제품도 국제 유가에 따라 주유소 판매가격이 수시로 변동되고 있다. 유독 전기에 대해서만 도매가격 연동제가 도입되지 않아, 국민들 입장에선 가격결정의 투명성에 대한 불만이 커지고 있으며 전력사업자 입장에서는 비용이 제대로 회수되지 않아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다. 누구를 위해 가격 연동제 도입을 미루고 있는지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따라서 우리나라도 대부분의 선진국에서 운영하고 있는 전기요금 도매가격 연동제를 조속히 도입해야 한다. 특히 에너지전환을 정부정책으로 적극 추진하고 있는 국가의 경우 우리나라를 제외하곤 모두 전기요금 도매가격 연동제를 운영하고 있다. 따라서 전기요금 도매가격 연동제의 도입 없이는 전력부문에서의 에너지전환이 공염불에 그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에너지정책학과 유승훈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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