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에너지산업구조로 전환, 에너지·ICT 융합한 新시장가치 발생

함경선 함경선 전자부품연구원 에너지ICT융합지원센터 박사
함경선 함경선 전자부품연구원 에너지ICT융합지원센터 박사

“전통 에너지산업구조가 새로운 구조로 전환되면서, 기존 방법으로 해결할 수 없는 새로운 문제들이 발생하게 됩니다. 이때 에너지와 정보통신기술(ICT) 등을 융합한 신규 기술들이 활용될 수 있도록 새로운 시장가치가 발생할 것입니다.”

함경선 전자부품연구원(KETI) 에너지ICT 융합지원센터 수석연구원(박사)은 풍력발전단지 통합제어시스템 모니터링 화면 앞에서 에너지와 ICT 간 융합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그는 철저한 ICT 전문가로 자신을 소개하고 있다. 하지만 태양광과 풍력발전 분야에서 개별설비 상태나 단지운영 효율 등을 전반적으로 통합·제어할 수 있는 시스템을 설계·구축한 경험을 지닌 만큼 에너지 분야에 대해 깊은 이해도 겸하고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평가다. 4차 산업혁명 이후 부상한 에너지와 ICT 간 융합이슈에 대해 가장 심도 있는 이해를 지닌 전문가로도 평가받는다.

함 수석연구원은 “ICT 전문가는 에너지산업을 이해하지 못해 상상력에만 기대는 만큼 대개 이해하기 쉬운 분야로만 접근하는 경향이 있다. 가령 수요관리에 대해서는 ‘조명을 끄면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다’는 단순한 접근법만으로 ICT를 활용하는 식”이라며 “반면 에너지전문가는 전문지식을 바탕으로 ICT를 수단으로만 여기는 태도가 있다. 이때는 ICT 전문가들의 창의성을 기대할 수 없다. 그저 지시대로 개발·운영에 투입될 뿐이다”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ICT를 깊게 이해하는 에너지전문가 또는 에너지를 심도 있게 바라본 ICT 전문가가 돼야 서로 진정한 상호보완적 관계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에너지와 ICT 간 융합에 대한 본지 기자 질문에 대해 그의 눈빛은 깊어졌다. 함 수석연구원은 “전통 에너지산업구조 속에서 ICT나 타 분야가 융합되기는 어렵다”라고 분석했다. 공고하게 자리 잡은 기존 산업 틀을 깨고 굳이 새로운 시도를 하는 엄청난 리스크를 기존 사업자들이 감당하려 하겠냐는 뜻이다. 건물주만 허락하면 가능한 수요관리를 제외하고 대규모 발전소나 방대한 전력계통에 ICT를 도입해 혁신을 꾀하는 건 쉽지 않다고 단언했다.

하지만 기회가 없는 것은 아니다. 원자력·석탄발전 중심의 전통 에너지산업구조가 재생에너지 중심의 새로운 산업구조로 전환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기존 방식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가 발생하고, 그 균열 속에서 새로운 기술들을 활용할 수 있는 시장가치가 파생될 것이라 설명했다.

함 수석연구원은 “가령 대규모 설비인 원전이나 석탄발전소 다르게 규모와 발전량이 제각각인 태양광과 풍력발전을 안정적이면서, 최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기존 방법으로 가능하지 않은 경우가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예를 들어 일정 기간에 태양광 발전효율이 떨어졌을 경우 표면적인 이유는 일사량 부족을 원인으로 꼽을 수 있다. 하지만 ICT를 통해 효율 하락 원인을 햇빛양 부족이 아닌 설비 고장으로 진단할 수 있다. 이 경우 유지보수업체는 빠른 수리로 설비효율을 최대한 끌어올리거나, 관련 인재를 고용하는 등 다각적인 측면에서 경제유발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게 함 수석연구원의 견해다. 다수 태양광과 풍력발전설비를 한번에 제어하는 사례 역시 기존 원전과 석탄발전 중심의 산업구조에서는 생각치 못한 문제로 이 역시 ICT가 활용될 수 있다고 자신했다.

그는 “에너지기술만으로 혁신을 가져오기 어렵습니다. ICT와 융합해 얻는 이점은 ‘다양성’이다. 에너지와 ICT를 융합해 새로운 기술을 눈앞에 실현시키고 에너지전문가, 정책입안자, 종국에는 국민들이 모두 볼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새로운 생각을 하고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연구자나 창업가들이 용감한 도전을 할 수 있도록 정부와 정치권이 토대를 구축해야 한다”라며 “결론에서 수익성만 따지기보다 미래 에너지전환 시점에서 발생할 문제에 대비해 다양한 대안기술을 미리 개발해야 한다는 의식을 공유했으면 한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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