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국회 토론회 참석 전문가들, "수요 수단 실효성 의심부터 에너지 믹스는 어디갔나" 지적

김삼화 바른미래당 의원은 9일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 주요 이슈와 과제를 주제로 한 토론회를 열었다. 에너지기본계획은 5년마다 수립되는 국가 최상위 에너지 행정계획이다. 민간 전문가 70명이 모인 워킹그룹은 지난 7일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의 권고안을 발표했다.
김삼화 바른미래당 의원은 9일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 주요 이슈와 과제를 주제로 한 토론회를 열었다. 에너지기본계획은 5년마다 수립되는 국가 최상위 에너지 행정계획이다. 민간 전문가 70명이 모인 워킹그룹은 지난 7일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의 권고안을 발표했다.

산·학·연 전문가들이 작성한 3차 에너지기본계획 권고안을 놓고 난상 토론이 벌어졌다. 전문가들은 이번 문건에서 수요관리 수단의 실효성에 의혹을 제기했다. 또 에너지믹스가 제시되지 않은 점, 결론 도출의 근거가 공개되지 않은 점도 비판했다.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는 지난 7일 발표된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 권고안을 놓고 전문가들이 설전을 벌였다. 김삼화 바른미래당 의원실에서 주최한 이번 토론에는 권고안 작성에 참여한 김진우 연세대학교 교수, 박종배 건국대학교 교수, 강승진 한국산업기술대학교 교수가 참석해 권고안 수립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권고안 작성에 참여하지 않은 전문가로는 이창호 전기연구원 박사, 정용훈 카이스트 교수, 석광훈 녹색연합 전문위원이 참석, 권고안의 아쉬운 부분에 대해 지적했다.

◆ 실천 가능한 명확한 수단·측정 방법 없어

토론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수요관리 수단의 실효성을 의심했다.

정부가 20년 가까이 수요관리 정책을 펼쳤지만 실제 효용성이 있었는지도 명확하게 검증하지 않은 상태인데 또다시 수요 전망치를 너무 낮게 잡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었다.

이번 권고안에서 워킹그룹은 2040년 최종 에너지 소비를 2017년(1억7600만toe)과 비슷한 수준인 1억 7660만toe로 전망했다. 에너지 효율화를 통해 수요관리를 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정용훈 카이스트 교수는 이번 권고안의 수요전망을 어떻게 달성할지 수단이 명확히 제시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2040년 전망 수요치를 보면) 수요가 사실상 거의 증가하지 않는데, 어떤 식으로 모델을 계산해 수치가 나왔는지를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결과가 도출된 배경인 경제성장, 인구, 국제유가 전망, 생활방식 등 전제 자료가 함께 공개돼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이에 대해 이창호 전기연구원 박사는 “수요관리에 대한 성과 평과와 함께 실효성이 확실히 보장되는 정책 수단 도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에너지효율향상의무화제도(EERS; Energy Efficiency Resource Standard)와 같은 효율 관리 수단이 활성화돼야한다는 것이다. EERS는 에너지 공급자에게 수요관리 의무를 지우는 제도로, 전기·가스·열 공급자가 직접 에너지 효율향상을 도모한다. 우리나라에선 한전이 올해부터 처음으로 시범사업을 시작했다.

이 박사는 “지금까지는 부하관리에 치중하는 수요관리를 해왔지만 이제는 효율 향상으로 관리를 하는 전환이 필요하다”며 “EERS와 같은 제도 없이는 새로운 시장이 만들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제도(RPS)를 도입해 재생에너지 보급을 촉진한 것처럼 수요관리를 설계하고 거래, 영향 평가 등을 할 수 있는 시장을 만들어야 일자리도 창출된다는 설명이다.

◆ 에너지 믹스 · 비용에 대한 내용 부재

권고안의 구체적인 내용이 부족하다는 점도 지적됐다. 전반적인 그림만 그려졌지 구체적인 이행 수단이나 한계점 등이 지적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특히 재생에너지를 제외한 다른 에너지에 대한 언급은 찾아보기 어려웠던 데다 이에 따른 비용 문제가 빠졌다는 점이 단점으로 꼽혔다.

이창호 박사는 “권고안에서 수요와 공급에 대한 체계적인 분석과 전망치에 대한 제시보다는 개략적인 몇 가지 목표만 제시됐다”며 “재생에너지 공급에 대해서만 언급돼있고 에너지 믹스를 알 수 없어 문제”라고 말했다. 또 “화석연료 과다 사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에너지 계획이 도입됐는데 이를 어떻게 풀지 자세한 얘기가 나오지 않았다”며 “구체적인 절감 수단을 제시하지 못하고 전력시장 규칙이 개정되기만을 기다려선 안 된다”고 꼬집었다. 이번 3차 에너지기본계획이 5년마다 한 번씩 수립되는 최상위 에너지 계획임에도 가장 중요한 부분들이 하위계획으로 떠넘겨지거나 선언적 조치에 그쳤다는 지적이다.

정용훈 교수 역시 “권고안에선 신재생 발전 비중이 25~45%를 차지할 수 있다고 제시했는데, 각각 시나리오가 실행될 때 비용이 얼마 들어가는지 자료 제시가 안됐다”며 “발전 설비뿐 아니라 계통 보강, 백업 발전 설비, 저장장치 등에 비용이 얼마나 들어갈지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재생에너지 설비 확장에 따른 비용이 얼마나 들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이어 “에너지기본계획이 최상위 계획인데, 신재생 전력 비율에 대한 목표만 범위로 제시하고 에너지 믹스에 대한 권고를 누락했다”며 “상위 계획으로서 역할을 포기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에 대해 워킹그룹 총괄위원장을 맡은 김진우 교수는 “워킹그룹은 7개월 반 동안 권고안을 작성하면서 가용한 데이터는 모두 들여다봤다”며 “공급분과의 경우 계통 보강에 대한 비용, 가스터빈 설비 설치와 ESS 설비의 수요와 비용이 얼마인지, 재생에너지 설비가 시장화됐을 때 우려되는 가동제약(Curtailment)이 얼마인지까지 확률적으로 모두 따져 검토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계획 권고안에 관련 사항을 세세히 담지 않은 것은 에너지기본계획이 (에너지 산업의 전반적인) 흐름과 상황, 틀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라 여겼기 때문이며, 중요한 사안에 대해 관련 데이터를 분과별로 모두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이창호 박사는 “70명의 위원이 모여 권고안을 만드느라 수고하셨다”면서도 “에너지기본계획의 권고안을 만드는 것은 국가적인 책무이므로 그 행위와 기록이 투명하게 보여져야 한다”고 짚었다. 이어 “이러한 기록이 공개되지 않는다면 편의적인 판단이 들어갔다는 의심이 제기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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