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북제재 해제 등 넘어야할 문턱 높지만…충분히 준비하고 있어야

지난 9월 18일 열린 제3차 남북정상회담과 이후 열린 한미 정상회담은 경협 확대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는데 충분한 동기가 됐다. 북한의 비핵화와 미국의 대북제재 완화 등 아직은 넘어야할 문턱이 높지만, 기대감이 현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가능성에 대해서는 이제는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 됐다.

북한에 대한 미국의 제재가 풀릴 경우 남북 경협은 급물살을 탈 것으로 기대된다. 우선 논의되는 것이 도로, 철도 연결이지만 이를 위해 꼭 필요한 것이 전력이다. 전력공급이 충분해야 철길이 열릴 수 있고 북한이 보유하고 있는 막대한 광물자원 개발도 가능하다. 이 때문에 남북 전력협력에 대한 기대감이 어느때 보다 높아졌다.

북한에 매장된 지하자원에 대한 추정은 기관마다 다르지만, 각종 광물자원이 풍부하게 매장된 사실에는 이견이 없다. 북한자원연구소에 따르면 북한에는 약 700개의 광산이 있으며, 이중 70여 곳의 광산 개발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남과 북의 지하자원 부존여건은 크게 다르다. 북한은 광물자원이 풍부하게 매장돼 있는 반면 남한은 대부분의 광물자원을 수입에 의존한다.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북한에 매장된 광물의 종류는 약 500종이지만 산업적으로 유용한 광물은 200여종이며 이 중에서 경제성이 있는 광물은 20여종 이상으로 추정된다.

텅스텐(중석), 몰리브덴, 중정석, 흑연, 동, 마그네사이트, 운모, 형석 등 8대 광종의 매장량이 세계 10위권에 드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철의 매장량은 세계 6위, 텅스텐은 4위, 흑연은 4위, 금은 8위로 평가된다. 마그네사이트는 금속기준으로 러시아, 중국에 이어 세계 3위의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다.

북한의 1차 에너지 공급은 석탄과 수력 위주로 구성되어 있다. 2015년 에너지공급 규모는 870만TOE로 1990년 2400만TOE의 36% 수준에 불과한데 이는 많은 에너지 생산설비가 제한적으로 가동되거나 가동이 중단된 상태에 있기 때문이다.

북한은 주탄종유(主炭從油)의 에너지 수급정책으로 석유의 소비 비중이 낮고 석탄의 소비 비중이 높다. 2015년 석탄생산량은 2749만톤, 원유도입량은 383만 배럴로 2010년 이후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북한은 에너지 소비가 높은 군수산업 등 중화학공업의 비중이 제조업의 70%를 차지하고 있으며, 생필품 생산 등을 위한 경공업에는 전력공급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생산성 낮다.

에너지 공급의 증가를 위해 최근 수년 동안 사설에서 전력공급의 최대화 및 석탄 채굴량 확대, 채취공업의 현대화 등을 강조하고 있다. 이와 같은 에너지 부족 현상은 산업가동률 저하로 이어져 대부분의 산업에서 가동률이 30% 내외에 머무르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2016년 기준 북한의 발전설비용량은 766만kw로 한국의 1억 587만kw에 비해 7.2% 수준에 그치고 있다.

2016년 기준 북한의 총발전량은 수력 128억kwh(53.6%), 화력 111억kwh(46.4%) 등 239억kwh로 한국의 총발전량 5404억kwh의 4.4%에 불과하다.

기본적인 발전설비가 부족하고 설비 노후화로 전력생산량이 현저하게 떨어져, 남북경협이 활발하게 진행되기 전에 전력 인프라를 확대해 전력생산량을 늘려야 하지만 물리적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다양한 시나리오가 준비돼야 한다.

지난 2012년 에너지경제연구원이 발표한‘주요 남북에너지프로젝트의 설계’자료에 따르면 전력인프라 확충을 위한 다양한 방안들이 제시됐다. 전체 전력의 50% 이상을 공급하는 수력발전 설비의 경우 대부분이 노화돼 전면교체 성능개선, 성능복원, 성능보전 등 4가지 등급의 개보수가 필요하다고 밝히고 있다.

화력발전의 경우 대부분 폐지 또는 수명연장을 위한 개보수가 필요할 것으로 판단했다. 발전설비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수력 및 화력 발전설비 리모델링 비용은 2011년을 기준으로 5조원 가까이 들 것으로 추산했다.

국가간 전력계통 연결 마이크로 그리드 등 다양한 전력연계 방안 논의

한-러 계통연계를 통한 전력공급 방안도 제시됐다.

최근까지 이러한 논의는 활발하게 진행돼 한- 러 계통전문가들을 중심으로 ‘우리나라-북한-러시아’3-Terminal HVDC 연계망 구축을 내용으로 하는 기본계획이 제시됐다.

이 계획은 블라디보스토크-평양-서울 3곳에 변환소를 설치해 다단자망 HVDC (MTDC, Multi-Terminal HVDC)시스템을 구성하는 방식이다.

연계선로는 ± 500kV 직류 가공선로를 이용해 블라디보스토크를 시작으로 북한을 거쳐 우리나라까지 연결되며 선로길이는 전체 1000km 내외이다.

전력융통 패턴은 러시아가 우리나라 및 북한에 전력을 기저부하로 공급하지만, 피크부하 시점의 차이 등을 감안해 계절에 따라서 역송전도 가능한 것으로 가정했다.

러시아와 남한을 중심으로 계통을 연계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그동안 끊임없이 논의가 됐지만, 북한이 변수로 작용했다. 남북 및 북미의 관계가 개선돼 북한이 개방의 문을 열 경우 동북아 계통연계는 상상이 아닌 현실로 다가올 수 있다. 여기에 중국과 몽골까지 연결하는 소위 슈퍼그리드가 완성되면 동북아는 에너지공동체를 구성할 수 있게 된다.

동북아 전력계통 연계는 모두의 이익이 될 수 있는 WIN-WIN사업으로 꼽힌다. 러시아는 석탄, 가스, 수력 등 자원이 풍부하지만, 전력 수요처와 자원개발 인프라가 부족한 상황에서 전력을 생산해 수출할 경우 극동지역의 경제 활성화를 이끌 수 있다.

중국은 경제성장과 함께 급격하게 계통규모가 증가돼 자국의 전력계통 인프라 구축을 우선 추진 중이지만, 최근 중국의 경기 둔화로 인한 지역간 전력 수급 불균형이 심각하다. 계통을 연계해 이를 해소하는 것은 물론 향후 에너지 자원 수출도 추진할 수 있다.

동북아 계통연계는 우리나라가 가장 필요한 상황일 수 있다.

지정학적인 장점을 극대화하면 전력수급 해결 및 국가차원의 전력분야 신성장 동력 창출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특히 전력계통 측면에서 고립된 섬에서 탈피할 수 있고, 러시아 등으로부터 수입한 전력을 기저전원으로 활용하면 안정적 전력수급과 국내 발전소 신규증설을 대체하는 효과가 예상된다.

국가간 전력망 연결을 통한 전력공급 못지 않게 북한은 Micro Grid(마이크로그리드), Nano Grid(나도그리드) 등 새로운 형태의 분산전원 방식을 통한 전력공급 테스트 베드로써 가능성도 높다.

태양광과 ESS를 결합한 나노그리드는 즉시 보급이 가능하며, 마이크로그리드는 에너지거점도시와 스마트시티 건설 등이 필요하기 때문에 구축까지는 5년 정도의 소요기간이 필요하다.

북한의 발전설비 못지않게 전면 개보수가 필요한 것이 송배전설비다. 전력을 생산해도 공급할 길이 필요한데, 북한의 송전설비는 손실률(20~50%)이 높고 주요 발전원과 전력 수요처 간 거리가 길어 송전선로를 대부분 새로 건설해야 한다.

또 송전선로를 새로 건설하면서 전압을 표준화해 전력계통망을 구성할 필요가 있다. 전력 전문가들은 북한의 계통 용량을 7GW 기준으로 했을 때 송배전설비 현대화 비용은 약 8조원 이상 소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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