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두영 대표의 금요아침)수평적 조직문화가 과연 가능할까?
작성 : 2018년 11월 06일(화) 14:23
게시 : 2018년 11월 08일(목) 1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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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두영 (주)데이비드스톤 대표이사

중국 춘추시대의 전략가 손자의 ‘손자병법’ 구지(九地)편에 이런 내용이 나온다. “장수의 하는 일은 심산유곡처럼 냉정하고 엄정하게 통치해야 한다. 병졸의 이목을 우매하게 만들어 중요한 군사계획을 알지 못하도록 하며, 용병술을 역으로 바꾸어 그 책모를 개혁하고, 병사들을 무식하게 만들어 고급 정보를 알지 못하게 해야 한다.” 손자는 기원전 6세기경 춘추시대 오나라 왕 합려 아래에서 군사를 총괄하면서 유능한 장수로 이름을 떨친 인물이다. 무패의 전적에 명장 중의 명장이다. 그 시절에는 장군에게 모든 정보가 편중되어 있었다. 장군과 병졸 간 정보의 비대칭이 심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
2500년이 지난 지금 상황이 많이 바뀌었다. 과거에 리더 직급에 집중되었던 정보가 컴퓨터, 인터넷, 스마트 기기의 발달로 이제는 구성원에게 일반화되었다. 조직 구성원도 의지만 있다면 경영자보다 더 많은 정보를 지닐 수도 있는 세상이다. 갈수록 조직이 수평적으로 변화할 것을 요구받지만, 여전히 위계적인 조직이 대부분이다. 왜냐하면 위계적인 조직의 대명사라고 할 수 있는 관료제는 역사라는 실험실에서 이미 효율성과 안정성이 뛰어난 조직의 유형이라는 것이 검증되었기 때문이다. 어쩌면 관료제를 능가하는 조직의 유형은 아직 없다. 관료제는 가장 인간적인 조직의 모습이다. 사람은 나이가 들수록 기력이 쇠하지만, 전문성과 관록은 더해진다. 관료제는 리더가 중요한 의사결정과 같은 머리를 쓰는 일을 하고, 몸을 쓰는 실무는 젊은 사람이 하도록 하는 합리적인 구조이다.
하지만 최근 관료제 조직이 세 가지 이유로 도전을 받고 있다. 첫째, 지나치게 위계질서를 강조하면서 절차와 규정에 얽매여 혁신을 이루기 어렵게 되었다. 둘째, 정보가 보편화하면서 윗사람의 경험과 노하우가 도움 되지 않는 상황으로 바뀌었다. 셋째, 4차 산업혁명으로 일컬어지는 급속한 기술의 발전은 개방적이고 빠르고 창의적이고 민첩하고 혁신적인 기업을 만들어내고 있다. 신생 기업이 아니고 이미 거대해진 관료제 조직을 하루아침에 수평 조직으로 바꾸기는 힘들다. 수평적인 조직을 지향하면서 수평 조직이 지닌 장점을 이식해 가는 게 현실적인 방법이다. 이상적인 수평 조직의 모습은 조직과 업의 특성에 맞게 맞춤화·차별화해야 한다.
수평 조직을 만드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인간은 수평적 보다는 수직적인 문화가 익숙하기 때문이다. 자본주의는 ‘사유재산제도’와 ‘선택의 자유’로 작동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상하간 평등한 수평 조직보다는 계층제 및 서열화가 자연스럽고 일반적이다. 수평 조직은 생산활동의 공동 소유와 공평한 분배를 바탕으로 하는 사회주의와 비슷한 점이 있다. 구성원 모두에게 동등한 권력과 대우를 전제로 한다. 하지만 사회주의는 역사라는 실험실에서 실패한 사상으로 검증된 이상적인 이념이다. 수평 조직은 인간의 이기심으로 작동하는 자본주의 사회의 메커니즘에 대치된다. 사람은 동등하게 대우받기보다 능력에 따라 다르게 대우받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또 우리나라는 장유유서의 유교 문화 영향으로 계급과 서열에 익숙하다. 특히 기성세대일수록 수직적인 사고를 한다.
만약 수평 조직을 만들고자 한다면 5가지가 꼭 전제되어야 성공할 수 있다. 첫째, 조직의 전 구성원이 합의된 명확한 원칙이 있어야 한다.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원칙과 신상필벌이 명확해야 한다(Motivation). 둘째, 상호 신뢰가 있어야 한다(Trust). 구성원들이 자유와 통제감을 느끼면서 일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셋째, 리더(경영진)의 수평 조직에 대한 신뢰와 솔선수범이 있어야 한다(Leadership). 넷째, 구성원 누구도 예외 없이 권한과 책임을 나눠야 한다(Responsibility). 모든 개인이 주인의식을 가져야 한다. 다섯째, 실패를 독려하고 주저하지 않고 말할 수 있는 창의 문화를 조성해야 한다(Celebrate Failure).
문화를 사람에 비유하자면 그 사람에게서 풍기는 분위기 같은 것이다. 사람의 분위기는 나무의 나이테처럼 오랜 시간을 통해 형성되기 때문에 바꾸는 것도 그만큼 힘들다. 조직문화는 그런 개인이 모여 사업경력을 쌓은 기간만큼 누적해 형성된 것이어서 바꾸기가 더 어렵다. 많은 조직이 조직문화를 개선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것은 당연하다. 문화는 원인이 되는 독립변수가 아니라 결과가 되는 종속 변수이기 때문이다. 수직적인 문화를 지닌 조직이 마음먹고 수평 문화로 바꾸려고 한다고 해서 쉽게 되는 게 아니다. 조직의 좋은 전통과 문화는 계승하면서 새로운 문화를 점진적으로 이식시켜 나가야 한다. 기성세대와 젊은 세대가 정서적 유대를 형성하면서 서로의 가치를 수용하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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