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주물량도 31% 줄어…낙찰금액 지난해 349억에서 107억으로 급감

지난달 24일 실시된 한전의 전력량계 연간 단가입찰(지역제한 물량) 현황을 분석한 결과 낙찰률이 48.4~65.8%로 집계돼 지난해 88.0~98.7%에 비해 거의 절반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같은 낙찰률 하락에 발주물량도 지난해보다 30%가량 줄어들면서 총 낙찰금액이 지난해 349억원에서 107억원으로 대폭 감소, 낙찰여부와 관계없이 대부분의 업체들이 심각한 경영난을 겪을 것으로 우려된다.

올해 에너지밸리 입주기업에 대한 물량 중 전력량계 입찰은 처음으로 모든 품목에서 조합체제가 무너졌다. 지난해는 에너지밸리에 입주한 35개 기업이 제1전력량계협동조합과 제2전력량계협동조합을 구성해 입찰에 참가했다.

올해는 조합 내 신규업체와 기존업체 간 물량 배정방식에 의견 차이가 발생하면서 자금력과 규모를 갖춘 일부 업체들이 개별적인 입찰 참여를 선택함에 따라 개별업체 간 가격경쟁이 펼쳐졌다.

하지만 개별경쟁이 펼쳐질 경우 낙찰가 하락이 불가피할 것이란 주장이 제기됐다. 실제 낙찰 결과를 보면 이같은 예상이 그대로 들어맞았다.

한전과 전기업계를 통해 지역제한 물량의 품목별 낙찰률을 조사한 결과, 3개 품목 모두 큰 폭으로 떨어졌다. 이번 입찰은 최저가 입찰자 순으로 총 구매량에 도달할 때까지 다수의 입찰자를 낙찰자로 결정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주택용(AE-타입) 전자식 전력량계는 3개 업체가 48.42~49.86%의 낙찰률로 72억원의 물량을 낙찰받았다. 이는 지난해 2개 조합이 98.36~98.73%의 낙찰률을 기록했던 것을 감안하면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상가·공장용(G-타입 단상·삼상) 전자식 전력량계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경쟁이 심해지면서 낙찰가가 대폭 하락했다.

G-타입 단상은 2개 조합이 지난해 낙찰률 90.78~92.04%로 물량을 수주했으나 올해는 3개 업체가 63.96~65.78%의 낙찰률로 각각 1억원씩의 물량을 확보했다. G-타입 삼상도 3개 업체가 50.60~51.37%(지난해 87.98~88.64%)에 33억원가량의 물량을 수주했다.

물량이 적었던 G-타입 단상의 낙찰률이 그나마 높았던 것을 보면 경쟁이 치열할수록 낙찰가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또 전체 물량이 지난해 53만2400대에서 36만8000대로 31% 줄어든 데다 낙찰가격이 떨어지면서 총 낙찰금액은 지난해 349억원에서 107억원으로 70%가량이나 감소했다. 생산비와 인건비는 상승하는 마당에 납품가격마저 폭락하면서 관련 업체들의 경영난은 가중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이같이 낙찰가격이 대폭 하락하면서 낙찰업체들도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상황에 놓이고 말았다. 출혈을 감수하면서까지 낙찰을 받았지만 차후 소규모 영세업체 퇴출 등으로 기대되는 반대급부, 즉 안정적인 물량 확보나 가격 회복 등이 확실치 않기 때문이다.

전력량계 업계의 한 관계자는 “낙찰업체들을 포함해 전력량계 제조업체들 모두가 이 사업을 계속할 것인지 심각히 고민하고 있다”며 “사업 다각화와 함께 업체들 간 경쟁과 협력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때가 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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