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롱패딩의 계절이 돌아왔다.

환절기가 시작된 지난 9월 말부터 10월까지 지하철에서는 웃지 못할 풍경이 펼쳐지곤 했다. 반팔과 반바지, 점퍼, 코트와 롱패딩을 입은 승객들이 지하철 한 칸에 모두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주 비가 내린 뒤로 본격적인 추위가 시작된 듯 이제는 두툼한 외투를 입은 시민들만이 거리를 메우고 있다.

패션 유통업계에 따르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롱패딩이 유행하고 있다. 이미 지난 여름철부터 TV홈쇼핑과 온라인 쇼핑몰에서는 일찌감치 롱패딩과 롱코트 할인행사를 개시했다.

판매량도 가파르게 올라가고 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신세계백화점은 12.1%, 롯데백화점은 7.5%, 현대백화점은 7.3% 롱패딩과 롱코트 판매량이 급증했다. 다만 지난해 검은색 롱패딩이 전체 롱패딩 판매량의 90%에 달했으나, 올해는 검은색 이외 색상의 판매량도 40%를 웃도는 등 다채로운 색상이 유행하는 게 변화라 볼 수 있다.

지난해에는 평창 동계올림픽 여파로 선수들이 입은 롱패딩이 유행의 시작이었다. 하지만 올해는 북극 추위에 버금가는 한파가 몰려올 것이란 기상청 예보가 유행의 발단(發端)이다. 한 누리꾼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조물주가 한반도를 여름에는 끓이고 겨울에는 얼리고 있다”라고 표현했다.

기후변화로 봄과 가을 등 환절기가 점차 짧아지고 있고, 상대적으로 긴 여름과 겨울에는 폭염과 한파 등 극단적인 기온을 견디는 계절로 변하고 있다는 의미다. 짧은 봄과 가을에만 자신이 원하는 패션을 선택할 수 있고, 여름과 반팔 가격, 겨울에는 롱패딩 가격만 결정할 수 있다는 우스개 소리(?)도 나온다.

마치 명태처럼 얼리고 녹이고를 반복하는 모양새인데, 우연히도 우리 밥상에서 명태 역시 기후변화 여파로 이제 시중의 90%가 러시아산이라 한다. 명태는 한때 동해에서만 잡은 게 국내 전체 어획량의 16%를 차지하는 어종이었다. 기후변화로 우리의 소비가 제한되고 있는 셈이다. 사실 명태와 가을이 점차 사라지고 짧아지는 가운데 우리의 얇은 지갑도 별로 선택권은 없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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