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태환 루트에너지 대표(CEO)
윤태환 루트에너지 대표(CEO)

최근 기후변화로 인한 환경 문제가 점점 심각해지면서, 국제 컨퍼런스의 가장 인기있는 주제 중 하나가 바로 ‘에너지 전환’이다. 포럼에 초대된 많은 전문가들은 하나같이 입을 모아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이 꼭 필요하다고, 또 이래야 저래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 ‘말’들을 자세히 뜯어보면 각각의 정의와 방향이 달라서 갈피를 잡기가 어렵다. 또 에너지 전환을 단순히 잠시 스쳐 지나가는 정치적 바람 정도로 치부하는 세력들도 있어서 그들과 ‘말’싸움을 하느라 에너지 전환을 제대로 ‘실행’하는 것은 아직도 오리무중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당장 어떻게 해야 할까?

에너지 전환을 더 다양한 관점에서 정의해 볼 수 있지만, 여러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정의는 화석연료 중심에서 재생에너지로, 중앙 집중형에서 분산형으로, 외지인과 대형사업자 중심에서 지역공동체와 국민참여로 바뀌는 것을 일컫는다. 며칠 전 에너지경제연구원에서 ‘에너지 전환과 에너지 산업’을 주제로 개원 32주년 세미나가 열렸다. 에너지 전환의 대표 성공 사례인 독일과 덴마크의 전문가들이 그들의 노하우를 전하러 한국에 왔었다. 내가 이해한 그들의 발표 내용을 간단히 요약하면 “결국 국민들의 재생에너지에 대한 수요(필요)가 일정 규모 이상으로 증가함에 따라 정책을 만드는 정치인과 공무원들이 바뀌었고, 고객과 정책의 변화에 따라 재생에너지의 경쟁력은 높아지고, 기업의 미래를 위해 석탄과 핵발전은 자연스럽게 도태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었다. 그들의 성공방정식의 중요한 요소는 “국민들에 의한 시장 수요를 증가시켜서 지속 가능한 에너지 전환을 이뤘다”는 것인데, 어떻게 그것이 가능했을까?

사실 과거 독일이나 덴마크 국민들도 우리처럼 재생에너지에 대한 관심과 지식이 높지 않았다. 20세기 중반에는 지금처럼 기후변화나 미세먼지 등 환경 문제도 없었다. 하지만 70년대 두차례에 걸친 오일쇼크 이후 에너지가 경제, 사회적으로 큰 혼란을 야기한다는 경험을 하고나서, 국민들은 자국의 에너지 자립과 전환에 대한 필요성을 뼈 저리게 느꼈다.

그리고 얼마 후 독일보다 자원 공급의 외부의존도가 높던 덴마크에서 에너지 전환 계획이 먼저 시작되었다. 그들은 피크오일의 대안으로 핵발전이 아닌 풍력을 선택했고, 8~90년대부터 풍력 발전사업에 시민들이 소액으로 직접 투자하여 농한기 걱정없이 년간 평균 7~9%의 안정적인 이익을 공유할 수 있도록 정부가 그 기회를 제공하였다. 이후 국민들 사이에 입소문이 나서 너도나도 재생에너지 투자에 참여하며 시장의 수요가 급속도로 높아졌고, 곧 풍력 관련 에너지 신산업이 발전하는 계기가 되었다.

덴마크의 풍력 산업이 발전하면서 기업들은 더 많은 자금을 혁신 기술 개발에 투자하였고, 세계 1위 풍력 기술력을 가진 ‘Vestas’라는 글로벌 대기업이 덴마크에서 탄생하게 된다. 원래 낙농기계를 만들던 Vestas가 현재 전세계 바다에 설치된 풍력발전기의 약 80%를 공급하는 압도적인 성과를 이루었다. 결과적으로 에너지 신산업은 덴마크 GDP의 3~4% 정도에 달하게 되었고, 전체 인구의 2~3%가 풍력산업에 종사하는 등 국가 경제를 일으키는 원동력이 되었다. 결국, 덴마크는 국민들의 참여로부터 에너지 전환의 상향식 성공방정식을 만들어냈다. 높은 국민들의 참여율이 정치인들을 바꿔서 아무리 정권이 바뀌어도 여야에 상관없이 국민들의 소망이 담긴 장기적이고 일관된 에너지 정책을 추진하게 된 것이다.

한번 상상 해보자. 만약 우리나라에서도 전체 인구의 1/5인 1,000만명의 국민들이 재생에너지에 투자하고, 안정적으로 7~9% 이상의 장기적인 소득을 창출할 수 있다면 어떨까? 이러한 상향식 에너지 전환이 곧 국가 및 산업 경쟁력 강화와 환경 문제 해결의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치료제(Pain-Killer)’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이러한 상향식 접근은 정권이 교체가 되더라도 보다 장기적이고 일관된 에너지 정책을 가져갈 수 있도록 만들 수 있는 가장 근본적인 문제 해결 방법이다.

에너지 전환은 단지 ‘에너지원의 전환’이 아니라, 이 사회의 가장 작은 실뿌리인 국민들로부터 시작되는 상향식 전환을 이야기하는 것 같다. 이제 우리에게 남겨진 두가지 중요한 질문은 바로 “얼마나 빠르게 에너지 전환을 이룰 것이냐” 그리고 “누가 그러한 에너지 전환을 주도할 것인가?”일 것이다. 앞으로 그 대답을 대한민국의 모든 국민들과 함께 만들어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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