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꿈꾸는 8월의 도빌은 찬란한 태양의 해변이었다. 파리에서 자동차를 타고 두시간 정도 달리면서 도빌에 도착하면 멋진 사진을 찍을 수 있길 기대했다. 이곳은 어느 곳보다도 태양을 빼놓고 생각할 수 없다고 나름 믿었고, 파리지엔의 유명한 럭셔리 휴양지로서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하며 파리에서 눈부신 아침 햇살을 손등으로 가리면서 출발했다. 도빌은 처음가는 도시인데다 ‘가브리엘 샤넬의 장소’라는 의미로 가는 것이니까 그곳에 더 큰 기대를 거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다.

노르망디 해변 중 가장 아름다운 해수욕장과 교육 중심도시며 여름엔 파리의 사교계가 옮겨온다고 할 만큼 프랑스 상류층이 즐기던 특별한 곳. 그곳은 나를 설레게 하기 충분했다. 어느 호텔에 묵어야 할까도 고민을 했다. 이번 여행을 준비하면서 ‘가브리엘 샤넬’의 자취를 느낄 수 있는 호텔들은 어디나 초 력셔리여서 무한대의 여행비용을 쓸 수 없는 나로서는 많은 고민을 하게 하는 곳들이었다. 도빌에 단 이틀을 묵으면서 가격 때문에 나누어서 숙박할 수도 없고 심사숙고를 한 후 바리에르 호텔 (Barriere le Normandy)로 정했다. 그녀 가브리엘 샤넬이 이곳에있는 카지노와 호텔의 레스토랑을 이용했다고 하니까. 그리고 그녀와 가까웠던 작곡가 스트라빈스키, 유명한 러시아 발레단을 창단한 세르게이 디아길레프, 발레리나 니진스키 이런 사람들이 이 호텔의 카지노에서 공연했던 장소이기도 하고 그녀의 첫번째 샵이 있던 ‘공토비롱가’ 바로 옆에 있는 위치이기도 하다. 그래서 나에게도 중요한 의미를 가진 장소가 되었다.

막상 도빌에 도착했을 땐 두꺼운 장막 같은 구름이 도시 전체를 덮고 있었다. 비행기를 많이 타고 다닌 나로서는 구름을 보면 하루 이틀엔 해 구경하기 힘든 구름인지 아닌지를 아는데 이번에 해를 보기가 불가능하다는 느낌이 왔다. 한국의 여름처럼 쨍쨍할 줄 알았는데 여기는 북유럽이라서 기온까지 서늘했다. 특히 도빌이 일반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이유는 1966년 프랑스 영화 ‘남과 여’의 배경이 된 장소라는 것 때문이다. 무진장 아름다운 주제음악, 미니멀한 배경화면, 카레이서인 남자 주인공. 이 아름다운 도시는 특히 대부분 건물이 150년 전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어서 멋진 도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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